서울대 미대 출신 교사 3인이 일러줬어요!
미술교육이 아이들의 인성과 지능발달은 물론 여러모로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하지만 잘못된 교육법은 때로 아이들에게 영원히 미술을 멀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기존 정형화된 미술교육에 반기를 들고 나선 서울대 미대 출신 미술교사들이 들려주는 색다른 미술교육법.
때로 어떤 아이들에게 미술시간은 고역이다. 작은 책상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특정 대상을 그리거나 만들어 좋은 평가를 받아야한다는 압박감은 때로 미술과목을 멀리하게 만든다. 이런 미술교육에 반기를 들고 미술은 “공부가 아닌 놀이로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강성일(37)·이광서(37)·이준호씨(35)는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 동기로 작품활동과 고등학교 특기적성교육 교사로 나서며 각자의 길을 걷던 중 아동미술에 대한 뜻이 맞아 3년 전부터 아동 미술교육에 몸담고 있다.
“미술을 처음부터 싫어하는 아이는 없어요. 사실 처음엔 누구나 혼자서 그림 그리면서 놀거든요. 그런데 그런 활동에 대해 뭔가 납득되지 않는 제약을 받거나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받다 보면 그게 두려워서 저절로 미술을 싫어하게 되죠.”
이들에게 미술은 단순한 그림그리기나 만들기의 기술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지각능력과 운동능력을 함께 사용하는 통합활동이자 감수성을 길러줄 수 있는 예술활동이며, 무엇보다 가장 훌륭한 ‘자기표현 수단’이다.
“미술교육이 올바로 수행된다면 어떤 학습보다도 잠재력과 창의력을 기르기에 적합합니다. 미술과 같은 창작행위가 일상이 되면 아이들은 자신의 표현에 대한 자신감이 커질 것이며 문제해결에 필요한 유연한 사고도 갖추게 되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미술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에요.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자신을 드러내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많은데 그때 그것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고 기다리며, 존중해줘야 합니다. 거기에 섣불리 평가를 더하면 결코 안 되죠.”
때문에 이들은 결과물과 평가 중심의 학교 미술교육이 아이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현실에 대해 비판한다.
“아이들을 어른들에 비교해 미숙한 존재로 바라보는 선생님이나 부모들은 특정한 틀에 사로잡혀 그것에 맞춰서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해요. 그래서 미술교육 역시 기존 틀에 맞게 그리는 기술이 뛰어난 아이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모두 주눅이 들게 되고 미술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는 그 상태로 이미 온전한 존재로 봐야 해요. 그렇게 볼 경우 교육목표는 비교와 우열에서 벗어나 그 아이만의 고유한 특성을 드러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죠.”
이들은 부모들의 고압적인 교육방식이 아이들을 미술에서 영원히 멀어지게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부모의 의욕과잉은 주의할 것으로 꼽았다.
“한 어머니가 미술학원에 아이를 맡긴 첫날 혼자 서점에 가서는 몇권의 스케치북과 색칠공부책을 사가지고 오시더라고요. 그러나 미술은 아이가 원하는 걸 하게 해줘야지, 그렇게 막무가내로 ‘할 것’을 제공하면 안 돼요. 엄마는 아이를 잘 가르쳐보고자 하는 마음에 잔뜩 기대를 하고 의욕적으로 시작했는데 아이가 엄마의 기대에 맞춰 따라오지 못하면 결국 참지 못하고 윽박지르게 되죠. 아이는 아이대로 지치고요.”
엄마의 지나친 의욕과잉은 금물, 각 나이에 맞는 적절한 도구 제공해야
결국 지나친 교육열은 교육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말. 이들은 아이들이 그림그리기를 할 경우 엄마는 그냥 지켜보고 대화하는 존재가 돼줄 것을 당부했다.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를 하며 아이와 소통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결과에 대해서만 말하는 게 아니라, 과정 중간 중간에 ‘이건 뭐야?’라고 묻거나 ‘저건 어떤 느낌이 난다’는 식으로 아이의 작품에 반응해주세요. 그렇게 대화를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어요.”
더불어 아이들의 성장단계에도 순서가 있듯이 미술활동이 주는 의미도 각 단계별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아동기의 미술활동은 신체적·지적 발달과 많은 연관이 있어요. 보통 3~5세 아이들은 한창 신체의 감각기관과 신경계가 자라는 시기인 만큼 미술활동이 균형 있는 발달을 촉진시키는 데 도움이 되죠. 낙서처럼 그림을 그리는데 이때 아이들은 아직 근력이 약해서 그에 맞는 재료를 써야 해요. 뾰족한 연필이나 힘 조절이 어려운 색연필은 피하시고, 무르기와 짙기가 적당한 크레파스를 사용하시는 게 좋아요. 이 시기에는 색을 구분하는 것보다는 선을 자유롭게 그리는 걸 좋아하니까, 색을 꼼꼼히 칠하라고 다그치진 마세요.”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의 6~8세 아이들은 감수성과 상상력이 무척 풍부해 미술이 이런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그릇이 된다고 한다. 이때는 연필을 올바로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물감·가위 등 다양한 미술재료를 접하게 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9~13세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사실적인 표현능력도 발달하는 시기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는데 자아에 대한 존중감이 잘 확립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탄과 한지, 먹 등 사용할 수 있는 재료를 늘리고 연필은 직접 깎도록 이끌어야 한다.
부모가 아이와 미술활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의사 존중이라고 한다. 그림을 그리려 하지 않는 아이를 억지로 시키지 말고, 엄마 기준에서 주제나 범위의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도록 왼손 오른손을 번갈아 사용하게도 해보고, 책상위에서뿐 아니라 책상 아래에서, 의자 위에서, 바닥에서 등 다양한 자세로 그림을 그려보게 하는 게 좋아요. 하지만 그림에 싫증을 낼 경우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야죠. 다만, 좀 더 흥미를 끌 수 있는 방식을 제안할 순 있어요. 예를 들면 종이에 손바닥을 대고 따라 그리듯 커다란 종이에 아이를 눕혀 아이의 몸을 그려준 뒤, 몸 모형 위에 자신의 모습을 그리게 한다든지, 블록을 쌓은 뒤 그 블록을 따라 그리기를 한다던지… 다양한 방식이 있죠..”
또한 일부 아이들의 경우 공룡이나 자동차 등 특정한 소재에만 관심을 갖는데 이때는 다양한 것을 그리도록 종용하기보다는 자신의 관심사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허락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에 심취하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만일 자동차나 공룡에 대한 관심으로 자기 세계를 더 깊고 넓게 표현할 수 있다면 그리기 방법을 몇 개 더 배우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일이죠.”
이들은 본격적으로 미술을 가르치려면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일반 아이들의 경우, 엄마나 아빠가 가르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부모가 제 자식을 가르치는 건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에요. 잘해보겠다는 욕심이 앞서서 다그치기 쉬우니까요. 최대한 간섭하고 싶은 욕구를 자제하고 과정을 지켜보며 대화를 나누려고 하고, 아이가 말하고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을 더 꺼내보일 수 있도록 격려해주세요. 부모가 좋은 선생님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거든요.”
※ 이글은 ‘아주 특별한 영재들의 놀이터’(강성일·이광서·이준호 지음)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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