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8일 목요일

어바인대 학장이 전하는 예비 미국 유학생, 이렇게 준비해라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막연한 질문에 현명한 답을 내리기 위해
현지 대학 학장에게 직접 물었다. 이렇게 하면 유학 성공할 수 있다.
어바인대(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UCI) 샤론 샐린저(Sharon V Salinger) 학장이 한국을 찾았다. 그녀의 한국 방문은 두 번째. 상당히 발전한 문화와 열심히 일하는 한국인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은 샐린저 학장은 “한국 음식이 정말 맛있다. 그중에서도 비빔밥이 단연 최고다”라며 웃었다. 짧은 한국 방문에도 한국 고등학생들을 만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그녀가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특별히 시간을 냈다.



한국인 선호도 높은 주립대

어바인대는 미국의 명문 주립대학교로 캘리포니아 주립 종합대학군인 UC(University of California) 계열 중 하나다. 우리에게 친숙한 UCLA, UC 버클리 등이 UC계열 학교다. 1965년에 설립된 어바인대는 ‘전 세계 설립 50년 이하 대학’ 리스트에서 미국 1위, 전 세계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톱클래스 명문 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어바인대는 리서치 스쿨이에요. 한국에서는 리서치 유니버시티라는 개념 자체를 생소하게 생각하더군요. 미국에서 리서치 스쿨로 인정받으려면 교수진들의 연구가 꾸준히 있어야 해요. 논문 발표나 출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기준이 높다고 할 수 있죠.”

꾸준하게 연구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교수진의 수준이 높은 것이 어바인대의 장점이다. 어바인대 설립에 동참했던 프랭크 롤런드(화학), 프레데릭 레인스(물리)가 1995년 노벨과학상을 수상했고 2004년 어윈 로스가 화학분야에서 다시 한 번 노벨과학상을 손에 거머쥐었다. 입학 후 교수의 연구활동에 같이 참여해 논문이나 출판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릴 수도 있어 학생에게는 상당한 이점이 있다.

“학문적으로 학생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요. 저는 어바인대의 가장 큰 장점으로 아름다운 캠퍼스를 꼽고 싶어요. 누구에게나 자랑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고 쾌적한 캠퍼스예요. 또 학교에서 15분만 가면 해변이 나와요. 어바인은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고요.”

어바인대는 한인들의 선호도가 높고 살기 좋은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해 있다. 한인으로 처음 직선 시장에 당선된 강석희 전 시장에 이어 현재 최석호 시장까지 한인 시장을 연이어 배출했다. 한국인 커뮤니티가 상당히 크게 형성돼 있어 유학을 준비하는 한국 학생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전체 학생 중 아시아 유학생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에요. 한국 유학생의 숫자는 정확히 알기 어려워요.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온 유학생도 있지만 재미교포들도 많은 편이에요. 올해 5천4백여 명의 신입생을 받았는데 그중 20% 정도가 한국인 혹은 한국계 미국인들이었어요.”

SAT보다 차별화가 중요하다

유학을 결심하면 가장 먼저 준비를 시작하는 분야가 SAT다. 일명 미국 수능이라고 부르는 SAT는 미국에서 가장 일반적인 대학입학 시험 중 하나다. 유학을 준비하는 한국 학생들이 흔히 하는 착각은 높은 SAT 점수를 획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샐린저 학장의 당부는 SAT와 거리가 멀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SAT 점수는 기본이에요. SAT 성적과 평범한 에세이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워요.”

한국 유학생들의 SAT 점수가 높은 수준일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근 미국 현지 학생들의 SAT 점수도 오르고 있는 추세인데다 아시아에서 유학 온 학생들 덕분에 미국의 SAT 평균 점수는 계속 오르고 있다. 같은 아시아권에서도 중국, 인도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평범한 수준에 속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미국 명문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은 단순히 성적이 아니라 개개인의 자질이다. SAT 성적뿐 아니라 에세이, 자원봉사, 추천서 등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유학을 준비하면 반드시 봉사활동을 신경 써야 하지만 여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평범한 봉사활동으로는 나만의 특성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특별한 자원봉사가 필요하다. 한두 번 의무적으로 한 활동이 아니라 적어도 4~5년 이상의 장기적인 활동 말이다.

“요즘 학생들은 외국도 많이 나가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요. 하지만 학생들을 심사하는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 활동이 대학을 위한 보이기식 봉사인지 정말 관심을 갖고 꾸준히 해온 활동인지 금세 드러나요. 차별화를 두기 어렵죠.”

‘왜 이 학교에 입학해야 하는지’나 ‘왜 이 학과 공부를 하고 싶은지’ 고민한 흔적이 드러날수록 좋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은 앞서 설명한 리서치 유니버시티가 무엇인지 제대로 개념도 잡혀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공하고 싶은 과목을 어떻게 공부하고 싶은지, 왜 이 학교여야 하는지 설명하고 쓸 수 있어야 한다. 샐린저 학장이 강조한 차별화 방법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목적을 끌어내는 것이다. 어떤 행동 자체보다는 그 행동을 특정한 목적에 맞게 해왔는지가 중요하다.
“인생에 영향을 준 사건을 입학하려는 목적과 연계하는 방식이라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가족 중 암환자가 있었던 학생이 암 세포를 이해하고 싶어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싶다고 쓰면 그 학생의 인생이 느껴지겠죠.”



브랜드가 아니라 과를 보고 대학을 결정하자

한국 유학생들이 선택 과정에서 고려하는 것은 대학교의 이름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 이름만 보고 입학을 결정한다. 꼭 유학생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미국은 대학보다는 어떤 과를 나왔느냐가 더 중요하다. 샐린저 학장은 대학 선택의 기준을 다시 한 번 검토해볼 것을 주문했다.

“미국에 좋은 학교가 많죠. 그러나 유명한 학교의 모든 과가 다 인정받는 것은 아니에요. 미국 사회에서 선호되고 인정받는 과들이 각 학교마다 달라요. 대학에 따라 높은 수준을 가진 과들이 다 다르죠. 미국에서는 어떤 학교를 나왔느냐 하는 것보다 어떤 학교의 어떤 과를 나왔는지가 더 중요해요. 브랜드나 타이틀은 앞으로 더 중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학생 개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학과 선택도 중요하다.

“한국 고등학교 학생들은 영어나 SAT 성적은 이미 준비돼 있지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요. 그저 부모가 원하는 학교를 가면 실패하기 쉽죠. 좋은 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고민하고 방황하는 학생들을 많이 봤어요. 학교와 학과는 학생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학교에 입학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말고 그 학교에 입학해서 학업을 끝까지 마칠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부모의 생각대로 유학을 왔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라 갈등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차마 부모에게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학생들은 심한 경우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유학을 결정하기 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샐린저 학장은 중도에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학생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이야기했다. 최근에는 남학생들 중 중도 포기자가 늘고 있단다.

“남학생의 경우에는 군대 때문에 휴학을 하고 귀국해야 하더라고요. 그런데 많은 수의 학생들이 제대 후 학교로 복귀하지 않고 한국에 머물러요. 한국 대학교로 편입을 하는 거죠. 현재 미국의 많은 학교들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그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만큼 자리가 비어버리게 되니까 최근에는 아예 남학생 선발을 꺼리는 경우도 있어 안타까워요.”

대학교만 바라보고 유학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진로까지 생각하는 거시적인 안목과 플랜이 중요하다. 대학교 졸업 후 대학원 진학 등을 생각한다면 대학 선택에 더 유의해야 한다. 명문 대학을 졸업한다고 명문대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학교들은 보다 다양한 경험을 중시해요. 하버드대에 입학하면 하버드 로스쿨에 쉽게 들어갈 것 같지만 오히려 더 어렵답니다. 다른 학교 학부생들에게 오히려 입학의 문이 넓은 편이에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죠.”

유학을 결정하면 가족들과 떨어져 낯선 환경에서 적응해야 한다. 식습관부터 사소한 문화 하나하나까지 쉬운 게 없다. 많은 학생들이 적응을 하지 못하고 실패자가 되기도 한다. 이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한 샐린저 학장은 자신만의 사소한 팁 하나를 전수했다. 입학이 결정되면 학기 시작 전 올 것이 아니라 미리 와서 잘 적응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둘 것.
“많은 학생들이 학기가 시작하는 9월부터 학교생활을 시작하는데 스스로에게 준비 기간을 주면 좋겠어요. 합경을 통보 받으면 언제라도 와서 미리 수업을 듣거나 학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이 생겨요. 여름에 미리 학교에 와서 수업도 들어보고 낯선 환경을 몸에 익히면 좋겠어요. 수업을 듣는다면 학점도 미리 챙겨둘 수 있으니 더 좋은 일이죠. 적응기간 없이 바로 수업에 들어가면 따라가기 쉽지 않아요. 준비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학생들 영어 수준은 상당히 높지만…
한국의 영어 교육에 대한 비판은 늘 존재했다. 주입식 영어 교육이나 기형적일 정도로 과도한 영어 교육열은 실제로 많은 문제를 낳기도 했다. 모국어인 한글을 다 익히기도 전에 영어 학원을 보내고 영어 유치원에 등록하는 한국 학부모들의 남다른 열성에 대해 설명하자 상당히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교육열을 비판하거나 문제점으로 꼽지는 않았다.

“상당히 놀라운 일이지만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영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나라가 많아지면서 과도한 영어 교육열은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으니까요.”

샐린저 학장이 평가한 한국 학생들의 영어 수준은 놀랄 정도다. 샐린저 학장은 대원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을 직접 만났다. 발음이나 억양이 완벽했고 나쁜 버릇도 없었다는 평가다.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수준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말하기와 듣기 실력이 만족스러울 정도라고.

그러나 유학을 온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유학을 결정했다면 영어는 기본이죠. 유학생들이 영어를 철저히 준비하고 오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 문제를 겪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하지만 학과 공부를 따라가려면 말하기·듣기보다는 읽기·쓰기가 더 중요해요.”

미국 대학교는 글을 쓰는 훈련을 많이 한다. 단순히 지식을 쌓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이를 토대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동석한 관계자는 “같은 내용을 일반 시험으로 테스트하면 시험이 끝난 후 48시간 만에 다 잊어버리지만 글로 쓰게 만들면 평생 기억에 남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에 자신감을 갖고 유학을 오지만 글쓰기의 벽에서 막히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읽기, 쓰기가 안 되어 있으면 시험 점수로 학교에 입학할 수는 있어도 제대로 수업을 따라가기는 힘들어요.”

유학 영어, 글쓰기(Writing)가 핵심이다

“영어를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외국인이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아요. 한 번 생각을 정리하고 이걸 다시 영어로 표현하는 일은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죠.”

샐린저 학장은 실제로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들을 많이 봤다. 그들이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실패하거나 우울증을 경험하는 모습도 지켜봤다. 학생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샐린저 학장은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학교 내에 라이팅 센터를 설립했다. UC계열 대학교 중 라이팅 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학교는 어바인대가 최초다.

“한국 학생들뿐 아니라 많은 유학생들이 글쓰기 때문에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2012년 가을 라이팅 센터를 열었죠. 아직 시작 단계라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차근차근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어바인대의 라이팅 센터는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지만 상당히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글쓰기를 가르칠 수 있는 교수진은 많지 않은데 어바인대 라이팅 센터에는 각 분야의 글쓰기 전문가들이 준비돼 있기 때문. 학생들이 수업 중 글쓰기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누구나 찾아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글쓰기는 훈련이다. 교수들과 아이디어를 나누며 글쓰기 연습을 한다면 금세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 샐린저 학장의 생각이다. 라이팅 센터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우리가 가장 염려하는 일은 유학 온 학생들이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지 못하고 실패한 채 돌아가는 일이에요. 조금만 훈련하면 좋아질 수 있는데 이미 상처받고 포기한 학생들을 볼 때 마음이 아팠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학생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진 샐린저 학장은 마지막으로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미국에 좋은 학교들이 많이 있어요. 어딜 가도 좋아요. 진짜 배우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서 최고의 결정을 하길 바랍니다.”

여성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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