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일 화요일

도전적인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_ 미국 유학

할리데이 시즌이 되면 아이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하고 마음이 풀어지기 십상인데, 나는 1, 2월에 있을 AMC (American Math Competition), Duke TIP, UIL Math Competition, NVC(National Vocabulary Championship) 등의 아카데믹한 분야의 각종 경시대회로 마음이 조급해진다. 지난해 9학년 아이들 중 3명이 전국 규모인 수학경시대회 AMC 10과 12에 도전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올해는 수학에 재능이 탁월한 2명이 추가되어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해본다. 사실 안 되어도 도전 자체가 중요한 거라고 위로하면서다. 7, 8학년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AMC 8 경시대회도 AMC 10에 비하면 훨씬 쉬운 건 사실이지만 SAT Math 정도는 눈감고도 풀 수 있어야 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어야만 승산이 있다. 
Duke TIP에서는 아이들 몇이 전국 규모인 그랜드 상을 받기를 기대해 보지만, 아이들이 남은 시간동안 준비를 잘 해서 기량을 발휘해주기를 바라는 수 밖에. 영어나 수학에서 어느 과목이든 650점만 넘으면 되니까 AMC에 비하면 가능성이 높지만 7학년이 그 점수를 맞으려면 어느 정도 통달해야 가능하다. UIL Math는 스피드가 관건이니만큼 시간을 재서 연습하는 게 좋다. 7학년 때 Algebra 수업을 듣던 첫째도 연습 없이 나갔을 땐 12개 학교에서 모인 48명 중 4위에 그치더니 그 다음해 8학년이 되던 해에는 50문제를 30분 안에 푸는 연습을 시켜서 내보냈더니 혼자서만 마지막 문제까지 풀 수 있었단다. 물론 1등의 기쁨도 누리며. 
올해 처음 열리는 GSN(Network for Games)와 Princeton Review가 공동 주최하는 NVC는 하이스쿨 학생만 참가할 수 있다. 내셔날 대회이니만큼 단어량이 상당히 많고 난이도 높은 단어들이 나올 것이다. 4만불이라는 상금도 대단하지만 Spelling Bee처럼 탑 42명이 겨루는 최종 결승전에서는 TV 방송도 탄다니 역시 내셔널 대회답다. 몇번의 예선을 거쳐 내년 2월에 결승전을 치루는 NVC에서도 인도계 학생들이 장악을 할지 사뭇 궁금하다. 내 아이들과 가르치는 학생들 중 5천개 정도의 단어량을 가진 아이들은 몇 있는데, 그것 가지고는 어림없을 것이다. 내년을 목표로 더 열심히 해 보는 수 밖에. 
AMC나 NVC, 그리고 언젠가 소개했던 National Essay Contest는 모두 전국적인 규모의 대회이니만큼 대학 입학 시에 학문적 업적과 활동 면에서 두드러진 장점으로 부각되지만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니 일찍부터 부지런히 준비하고 낙방하는 것을 두려워말고 계속 도전해 보라고 격려하고 싶다. AMC에 관한 웹사이트는 www.math.unl.edu/amc/registration에서, NVC는 winwithwords.com에서 찾으면 된다. 

2-3개월에 한번씩 치루는 모의 SAT 시험 답안지를 채점하는 나와 몇몇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시험 결과와 비교, 분석에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두달에 한번씩 나눠주는 수업 성적표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한마디로 선생이 볼 때 열심히 한다고 느껴지는 녀석들은 지난번 성적보다 200점 가량이 올랐고, 그저 그런대로 따라오는 아이들은 50에서 100점 가량, 겨우 따라오는 아이들은 제자리로, 한마디로 ‘하는 만큼, 정직한’ 결과가 나왔다. 
중학교 아이들은 작년 점수와 비교해 보면 400-500점 가량이 올랐고, 10학년 그룹 아이들은 6월에 비해 평균 300점 가량 올랐다. 만족스런 결과다. 다소 공격적으로 보일만큼 시험 성적과 준비에 열심인 Advance 반 아이들의 성적이 Regular 반 아이들의 성적보다 눈에 띄게 향상된 것 또한 예상했던 결과다. 흥미로웠던 건 시험 성적이 Advance 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너무 경쟁적이고 부담스럽다고 자처해서 Regular 반으로 옮겨간 아이들의 성적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내가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학업의 성공여부의 반은 학생의 태도에서 나온다’는 말이 입증된 셈이다. 다시 말해, ‘붙어서 한 번 최선을 다해 겨뤄보자’는 식의 적극적인 태도를 가진 아이들의 성적이 더 많이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Advance 반 아이들은 매 수업시간마다 강의를 듣기 전에 숙제에 해당하는 범위에 대한 시험을 먼저 보기에 선생이 가르쳐 줄 때까지 기다려서는 이미 늦어진다. 그래서 그 반 아이들은 해답지를 보면서 연구를 하든, 일찍 와서 수학을 더 잘하는 아이들의 도움을 받든,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두세 번씩 복습을 해 온다. 그래서인지 진도도 일반 반에 비해 훨씬 빠르다. 
일반 반은 쉬운 문제부터 다 가르쳐 주다시피하고 시험을 보니 숙제에 대한 부담도 덜하고 분위기도 화기애한 편이지만 역시 자기 스스로 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고 과외 지도를 통해 받는 도전도 적고, 성적 향상 되는 폭도 다르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하나를 알려 주면 열 개를 터득하는 머리가 영리한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좀 더디다 싶은데도 부지런히 따라와 주는 아이들도 있다. 머리도 좋은데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자 하는 근성이 있는 아이들을 만난 건 행운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로 여기고 감사해 하고 있다. 나머지 아이들은 더 마음 써주고 부지런히 이끌어 주라는 내 사명으로 여기려 한다. 
오늘은 오랫만에 미용실을 찾으며, 한 시간 운전 길 내내 한 아이만을 생각했다. 야학에서 제자로 만난, 정말 예쁘고 똑똑한 아이였다. 낮에는 서울 명동 박 준 미용실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미용 기술을 어깨너머로 익히며 밤에는 종로에 있는 야학에서 공부하던 아이였는데, 선생님 머리만큼은 자기가 손질해 주고 싶다고 쉬는 시간에 급히 내 머리카락을 자르다 가위로 손을 베었던 아이가 못내 그리웠다. 공부도 얼마나 잘했는지, 한 번에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던 녀석. 
내 추억 속에는 항상 17세 소녀지만 지금은 그 애도 사십을 바라보는 아줌마가 되어 있겠지. 어디선가 훌륭한 미용사, 어진 아내, 현명한 어머니로 살고 있으리라. 배움에 목말라 어려운 환경에서도 굽히지 않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종로의 긴 골목을 걸어오던 그녀의 환영이 눈가의 물기 때문에 흐려진다. 
풍요로운 미국 땅에서 부모 차를 타고 라이드를 받으며 공부하러 오는 아이들은 종로 바닥에 휘몰아치던 그 겨울의 매서운 바람 앞에선 외로움과 막막함을 모를 수 밖에. 
그러나 이제 곧 우리 아이들도 부모의 따뜻한 둥지를 떠나 세상의 바람 앞에 홀로 서야 한다. 그때까지 잘 준비된, 어디다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믿음직스런 아이들로 키워야 할 것이다. 
New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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