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2일 월요일

“아이 성격 따라 달리하는 공부 지도 노하우”

김유강씨(49)는 우리나라에서 사교육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 가운데 하나인 서울 서초구에 산다. 하지만 “아이의 성적을 높이려면 사교육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실천한 ‘특별한’ 엄마다. 그는 아이의 공부 스타일을 존중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학습법으로 첫째를 서울대 사회과학부, 둘째는 서울 소재 의과대학에 합격시켰다. 그가 자신의 자녀교육법을 공개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 ‘사교육비 절약하는 학습법(http://cafe.daum.net/ eduhow)’은 회원수가 2만 명이 넘을 정도로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다. 김씨는 “엄마가 자녀의 성격을 분명히 파악하고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면 고액의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녀를 명문대에 합격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저는 결혼 전부터 큰딸이 유치원에 갈 무렵까지 11년 동안 중학교 교사로 일했어요. 그때 깨달은 건 공부 잘하는 아이는 모두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는 점이었죠. 그런 아이를 만든 건 늘 자녀를 믿고 세심하게 도와주는 부모였고요. 그래서 전 자녀교육을 위해 교단을 떠나면서 ‘나도 아이를 믿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엄마가 되자’고 결심했어요.”
그러나 ‘아이를 믿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김씨의 경우 딸과 아들의 성향이 완전히 달라 처음엔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큰아이는 꼼꼼하고 차분한 성격이에요. 공부할 때도 요령을 부릴 줄 모르죠. 시험을 앞두고 책 내용 전부를 달달 외우고 있기에 ‘시험에 나올 것만 골라서 보라’고 했더니 다음 날 ‘엄마 말 들었다가 한 문제 틀렸다’며 속상해했을 정도예요. 아들은 이런 누나와 전혀 다른 성격이죠. 시험 전날에도 침대에 엎드려 이 책 저 책 뒤적거리고, 잘 아는 문제도 실수로 틀리기 일쑤였어요.”
김씨는 처음엔 여느 엄마처럼 두 아이 모두에게 “공부 방법을 고치라”며 잔소리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의 일기장에서 ‘엄마가 잔소리를 할 때면 난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한다’는 구절을 보고 “아, 지금까지 내가 아이를 믿지 못하고 타고난 기질을 내가 생각하는 틀에 맞게 억지로 바꾸려 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고.
“그날 이후부터 전 아이의 개성을 살리면서 성적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꼼꼼하고 자존심 센 딸은 스스로 공부 계획을 세우게 하고, 저는 아이가 그걸 잘 지키는지 나중에 체크만 했죠. 또 실수를 지적하기보다는 좋은 점을 찾아내 계속 칭찬해줌으로써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어요.”
아들에게는 정반대의 방법을 썼다. 문제집 선택부터 채점, 오답노트 작성까지 공부의 모든 과정에 참여해 공부를 이끌어준 것. 용돈 받는 걸 좋아하는 성격을 이용해 어려운 문제를 맞힐 때면 1백원, 2백원씩 상금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김씨는 “큰아이라면 그런 상황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텐데, 아들은 오히려 재미있어하면서 승부욕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한 달 단위 공부 계획 세우고 반드시 지키도록 점검하세요”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킬 때도 김씨는 학원에 모든 것을 맡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그는 “아이가 학교 수업만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 있을 때 적절하게 학원 강의를 보충해주면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며 “중요한 건 그것이 효율적인지 여부를 주위 분위기에 끌려가지 않고 엄마가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들을 전 과목을 다 가르치는 종합학원에 잠시 보낸 적이 있어요. 아이가 친구들이 다 다니니까 자기도 가고 싶다고 졸랐거든요. 그런데 막상 학원 다니는 모습을 보니 득보다 실이 많더라고요. 학교를 마치자마자 학원으로 가야 하니 저녁밥을 제대로 챙겨 먹기 어렵고, 오랜 시간 수업만 들으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결정적으로 학원에서 한 번 더 배운다는 생각에 학교 공부를 소홀히 여기는 것 같았죠.”



아이에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줌으로써 두 자녀를 모두 명문대에 진학시킨 김유강씨.
이후 김씨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그 과목만” 단과학원에 보내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 딸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한 학기 동안 영어 회화학원에 다닌 것을 시작으로 학년마다 몇 달씩 영어학원에 다녔고, 집중 학습이 필요할 때 가끔씩 수학 단과학원도 다녔다고 한다. 아들 역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방학 때마다 영어 문법학원과 수학 전문학원에 다녔다고.
김씨는 “한번은 딸의 담임교사가 ‘아이가 성적은 좋은데 체육 실력이 부족하니 과외를 시키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지만 거절했다”며 “주위 아이들 대부분이 사교육을 받고, 심지어 학교에서도 그걸 권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교육법’을 밀고 나가려면 엄마가 강한 소신과 장기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 학년이 시작될 때면 언제나 학기 초 학부모 회의에서 나눠주는 학교의 연간 계획표를 토대로 장기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연간 계획표에는 시험 일정부터 체육대회, 수련회, 방학, 연휴, 각종 경시대회 일정까지 자세히 안내돼 있어요. 저는 그걸 크게 인쇄해 각종 가족행사까지 꼼꼼히 기록한 뒤 아이들에게 그걸 바탕으로 한 달 단위의 학업 계획표를 짜게 했어요. 처음엔 체육대회가 있는 날 평소와 같은 공부 분량을 배정해놓거나, 시험기간에 수행평가 과제를 하겠다고 적어오는 등 실수가 많았죠. 그럴 때면 제가 문제를 지적하고 고쳐서 완벽한 계획을 세우게 했어요.”
김씨는 아이들의 상황을 파악해 몇 월에 어떤 학원에 다니게 할 것인지 등과 같은 1년 단위의 장기 계획도 수립했다. 이 덕에 “어느 강사가 좋다더라”와 같은 주위의 입소문에 휩쓸리지 않고 체계적으로 아이의 공부를 이끌 수 있었다고. 그는 “아이가 엄마와 함께 세운 계획을 다 지키면 남는 시간은 여유롭게 보낼 수 있도록 했다”며 “우리 아이들은 하루 종일 학원에 묶여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돌아온 뒤 충실히 공부하고 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는 성적을 올리는 데 더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평소엔 문제집을 풀거나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국·영·수를 예습·복습하는 방식으로 공부했어요. 암기과목은 시험 1~2주 전부터 집중적으로 공부했죠. 딸의 경우는 시험을 앞두고도 알아서 하게 믿고 맡겼지만, 아들에겐 구체적으로 공부방법을 일러줬어요. 먼저 교과서의 지도나 표 아래 있는 작은 글씨까지 빼놓지 않고 꼼꼼히 읽은 뒤 문제집을 풀고 모르는 게 나오면 교과서를 찾아 분명히 익히고 넘어가라고 했죠. 과목당 한두 권 정도 문제집을 풀면 유난히 자주 나오는 문제가 있어요. 그러면 아이는 그게 중요하다는 걸 저절로 알게 되죠. 그때 암기를 시작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요.”
이처럼 스스로 정한 학습 계획을 철저히 지키고, 부족한 부분을 느낄 때만 단과학원 강의를 통해 집중적으로 보충하는 방식으로 공부하면서 딸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아들도 중학교 때는 반에서 3~4등, 고등학교 때는 1~2등 수준의 성적을 유지했다고 한다. 김씨는 최근 이런 자녀교육 노하우를 담은 책 ‘상위 1% 만드는 초중고 통합공부법’을 펴냈다.
“자녀에게 고액 과외를 시켜주는 것으로 부모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죠. 하지만 부모가 할 일은 아이가 뭘 필요로 하는지 알아내 바로 그 부분을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도와주면 아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습니다.”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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