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30일 화요일

“올림피아드 성적 대입 연계해야”…수학계 강력 촉구

세계 청소년들의 과학경시대회인 국제올림피아드 수상 실적을 대학입시에서 원천 배제하는 현 교육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세계수학자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세계적인 수학스타 배출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수학계의 문제의식이 특히 크다.
김명환 대한수학회장(서울대 수학과 교수)은 26일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성적이 대학입시에서 무시되면서 수학의 수월성 교육이 고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며 “수학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교육부에 정식으로 문제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주 서울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포스텍 수학과 교수)도 지난 21일 대회를 마무리한 뒤 국가 수학 발전을 위해서는 대규모 수학연구센터 건립과 더불어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성적의 대입 연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
서울 대회에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받은 4명 가운데 3명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수학계가 인식하는 올림피아드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국제올림피아드는 고등부에 수학·물리·화학·정보·생물·천문·지구과학 등 7개 분야가 있으며, 중등부는 중등과학 한 분야에서 대회가 치러진다.
교육부는 2010년 국제올림피아드 등 외부 수상 실적을 대입 평가요소 가운데 하나인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못하도록 한 데 이어 올해 입시부터는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에도 해당 사항을 적을 수 없게 했다. 이를 위반하면 ‘서류전형 0점’ 처리라는 강력한 제재가 뒤따른다.
여기에 과학고·외국어고·국제고 입시에서도 올해부터 국제올림피아드 수상 실적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할 경우 해당 평가영역에서 최하등급을 주도록 바뀜에 따라 고등·중등부 모두 국제올림피아드의 매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교육부의 이러한 방침은 올림피아드가 또 하나의 사교육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나왔지만 과학계에서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관계자는 “외부 수상 실적의 학생부 기재가 금지된 2010년 국제올림피아드 지원자가 1년 전인 2009년 대비 20% 수준으로 급감한 뒤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올림피아드에 대한 입시 제한이 훨씬 더 엄격해짐에 따라 당장 내년 대회 지원자 수가 얼마나 더 감소할 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올림피아드 성적이야 그해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등락이 있을 수 있지만 지원자 수 자체가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할 사안이라는 게 과학계의 인식이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다 보니 올림피아드에 참가한 학생들의 대회 몰입도가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작년 1위를 휩쓴 국제화학·수학올림피아드 성적이 올해는 각각 8위, 7위로 크게 후퇴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공식·비공식 루트로 여러 차례 국제올림피아드의 대입 연계 검토를 교육부에 요청했지만 교육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창의재단 관계자는 “교육부 내부에서는 올해 입시를 치른 뒤 학부모·교사·학생들의 의견과 내년도 올림피아드 지원자·성적 등을 모두 고려해 재검토 여부를 정하자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며 “당장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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