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사람만 말을 잘한다면 왜 말하기 교육이 필요하겠어요? 스피치, 곧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기는 훈련을 통해 체득하는 것입니다. 타고난 운동신경이 없는 사람도 스키를 배우고 익히면 잘 타게 되듯, 훈련을 하면 잘할 수 있게 된다는 거죠. 저는 그래서 ‘아이가 말을 잘 못하는 건 부모 책임’이라고 말합니다.”
김씨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우리 가정과 학교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유교적 가치관. ‘침묵은 금’이나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등의 금언은 말 잘하는 사람을 가벼이 보게 만들어 아이들이 스피치 능력을 습득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고 한다.
김씨는 어린이를 위한 바람직한 스피치 교육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올해 초등학교 3학년생이 되는 딸과 동급생 7명을 직접 지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박사학위 논문에서 다룬 ‘인지 말하기’ 개념을 체계화해 6주 일정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한다. ‘인지 말하기’는 ‘말할 내용을 머릿속에 잘 정리해 다른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도록 말하는 훈련’을 뜻한다.
인지 말하기 6단계 훈련으로 말하기의 기초체력 키워야
김 아나운서는 아이가 ‘개요서로 미리 연습하기’ 단계를 할 때 부모가 캠코더로 그 모습을 촬영해준 뒤 함께 모니터링하고, ‘실전말하기’ 연습 뒤엔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기록한 ‘평가표’를 만들어주면 아이의 스피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아나운서가 말을 잘하는 이유는 매번 방송 후 모니터링을 하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지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반성하기 때문이에요. 부모들 가운데 ‘나도 말을 못하는데 어떻게 아이를 가르치겠어요’ 하는 분이 있는데, 아이의 스피치 능력을 평가하는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김 아나운서는 위와 같은 6단계 프로그램을 5분짜리 스피치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 차츰 시간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반복 훈련하면 말하기의 기초체력이 점점 자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이들이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할 때 당황하고 위축되는 것은 청중과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을 통제하고 그에 맞춰 자신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 훈련이 습관화되면 ‘말하기의 틀’이 머릿속에 분명히 생기기 때문에 스피치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도 당황하거나 떨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각종 기업체에서 스피치, 프레젠테이션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 아나운서는 최근 이러한 훈련법과 실제 체험사례를 담은 책 ‘어린이를 위한 파워 스피치’를 펴냈다.
“물론 말하기에는 외모나 음색처럼 타고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달변가들이 꾸준한 훈련을 통해 말하기 실력을 향상시켰음을 잊지 말아야 해요.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 시스코의 존 챔버스 회장은 미국에서 ‘말하기의 달인’으로 유명한데, 지금도 발표 전에는 A4 용지 70장에 구어체로 원고를 써서 준비한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너도 말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체계적인 훈련으로 말하기의 기초체력을 만들어주면 누구나 말하기를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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