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2일 토요일

"신문 속 삶 느끼며 사람 위하는 의사 꿈꾸게 됐죠"

연세대 의예과 NIE 특강
탄생·삶·늙음 기사 스크랩해 경험과 전공 관련지어 제출 "겸손한 생각도 배우게 돼요"
지난 13일 오후 3시,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 인문사회관. 이 학교 의예과 전공수업인 '의학의 이해' 강의가 열렸다. 수강생인 의예과 1학년 60여명의 손에는 두꺼운 의학 전공서적 대신 신문이 들려 있었다. 강단에는 NIE (신문활용교육) 전문가인 심옥령 청라달튼외국인학교 교장이 강사로 나섰다.

"의학적 지식만 많다고 좋은 의사 선생님이 될까요?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에 대한 사회적·철학적 이해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신문에는 삶, 늙음, 죽음에 대한 지금 우리 사회의 다양한 스토리가 담겨 있어요. 관련 기사를 한번 찾아보세요."

심옥령 교장이 '신문 속에 나타난 인간 생명과 삶의 이해'에 대해 설명했다. 학생들은 책상 위에 신문을 펼쳐 놓고 '생(生)'과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하며 팀끼리 토의했다. 신혼집 마련이 어려워 결혼을 미루는 젊은 세대, 수명 관련 유전자를 연구한 과학자의 뉴스 등이 주제로 등장했다. 이어 심 교장은 NIE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특정 주제에 관한 신문 작품집을 만드는 방법도 지도했다. 수강생 강민재씨는 "의과대학에서 신문활용 수업이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신선했고 다양한 사고 능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기씨는 "신문을 통해 좋은 의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고 했다.
지난 13일 연세대 의예과 1학년생들이‘의학의 이해’수업시간 중 신문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윤상 PD
연세대 의예과는 지난해 가을부터 학교 차원에서 신문 읽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번 학기엔 아예 전공수업에 NIE 프로그램을 넣었다. "미래의 의사가 될 학생들에게 신문 읽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다"는 의과대학 교수진의 바람에서다. 의학교육학과 안신기 교수는 "생물학적 지식만 가르쳐서는 결코 좋은 의사를 길러낼 수 없다. 병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인간과 삶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고 했다. 의사는 결국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고, 사람과 사회를 제대로 이해해야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1970년대, 한국은 1990년대부터 의대생이 인문학을 접하도록 하고 있다. 연세대 의예과 또한 의대생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도록 '인문사회의학' 과목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해왔다. 안 교수는 "예를 들어 최근 항노화치료(anti-aging treatment)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데, '늙음'을 부정적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과 이런 현상에 대한 철학적 함의를 바로 신문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의학교육학과 부성희 교수는 "'의학의 이해' 과목의 목적은 생로병사를 이해하는 것인데, 이를 다양한 각도에서 성찰하게 해주는 학습자료로 신문만 한 것이 없다고 판단해 NIE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고 했다. 그는 "훗날 의사가 되어 의료 현장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 신문 읽기로 기른 비판적, 성찰적인 사고가 요긴하게 쓰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학기 동안 연대 의예과 1학년생들은 NIE 포트폴리오를 제작할 예정이다. 탄생, 삶, 늙음과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해 자신의 경험, 관점, 전공 등과 관련지어 성찰한 내용을 담은 스크랩북을 과제로 제출해야 한다. 성적 평가에서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과제물이다. 부 교수는 "의대에 진학한 학생들은 공부에 관해서라면 자부심이 있는데, 그런 학생들의 입에서 '신문을 보니 내가 아는 게 없다. 세상은 넓고 아직 배울 게 많다는 걸 느낀다'는 말이 나올 만큼 생각이 겸손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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