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6일 토요일

청심ACG 수학·역사 대회서 남매가 각각 대상, 송영수씨의 교육법



책, 무조건 사주지 않고 도서관 이용
영어 교육보다 ‘우리말 습득’에 중점
가장 중요한 건 학교… 모든 행사 참여


“엄마는 왜 책을 잘 안 사줘?”

송영수(43·서울 서초구)씨는 딸 김수연(서울 신중초 5년)양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아닌 게 아니라 송씨의 집은 초등생 자녀를 둔 여느 집과 모습이 다르다. 요즘 우리나라에선 나이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일수록 거실, 아이 방 할 것 없이 책장과 책이 가득한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송씨의 집 거실 한쪽엔 책장 대신 음악 CD와 오디오가 자리했고, 벽 곳곳엔 가족들이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이 걸려 있다. 그렇다고 해서 송씨의 자녀가 책을 멀리하는 건 아니다. 아들 재환(서울 신중초 6년)군과 수연양은 하교 후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로 보낸다. 더욱이 지난달 열린 청심ACG 수학·역사 대회에서 재환군이 역사 부문 대상을, 수연양이 수학 부문 대상을 나란히 차지할 만큼 공부를 잘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곤 한다. (수연양은 이 대회에서 역사 부문 금상도 받았다.) “숙제해라” “시험공부 해라”는 잔소리 한 번 없이 두 자녀를 영재로 키운 송씨의 교육 비결을 들어봤다.

◇빠른 적응력, 폭넓은 독서·놀이 덕분
재환·수연 남매는 지방 발령을 받은 아빠를 따라 유아기를 강원도 영월군에서 보냈다. 엄마 송씨는 이를 두고 "운이 좋았다"고 평한다. 서울에서 키웠다면 자신도 조기교육 열풍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두 아이는 시골에서 일반 유치원에 다니며 자연스럽게 한글을 떼고 자연을 벗 삼아 자랐다. 송씨는 이 시기에 지역도서관의 매력에 눈떴다.


 (위부터) 아들 김재환군·엄마 송영수씨·딸 김수연양.
(위부터) 아들 김재환군·엄마 송영수씨·딸 김수연양. / 조혜원 객원기자
"아이들과 영월도서관에 매일 다녔어요. 저는 아이들이 읽고 정말 갖고 싶어하는 책 외엔 잘 사주지 않아요. 요즘 아이들은 무엇이든 넘치게 가져서 부족함을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전 조금 '배고프게' 키우려고 했죠. '수요일이 책 반납일'이라고 하면, 아이들이 더 집중해서 읽더라고요."

재환군은 일곱 살까지 영월에서 지내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신중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때까지 피아노를 배운 것 외엔 학습지 한 번 해본 적이 없지만, 재환군은 별 어려움 없이 학교생활에 적응했다. 유아기에 경험한 폭넓은 독서와 놀이 덕분이다. "재환이가 일곱 살 되던 해 제가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어요. 그때 재환이가 서울에 있는 유치원에 한 달 정도 다니면서 알파벳을 처음 배웠죠. 한 달 뒤 다시 영월로 내려가면서 유치원에서 쓰던 교재를 가지고 가 남편이 아이들에게 파닉스를 가르쳤어요. 이듬해 가족이 모두 서울로 올라오면서 수연이는 일곱 살 때 일 년 간 유아 영어 학원(영어유치원)에 다녔고요.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전 주위 엄마들에게 '유아 영어 학원에 꼭 보내고 싶다면 7세 때 일 년 간 보내라'고 조언해요. 6세까지 우리말 실력을 온전히 갖춰주면 영어를 훨씬 빠르게 습득하거든요."

서울로 올라온 뒤에도 송씨는 계속 지역도서관을 애용한다. 거주지인 서초구는 물론 이웃한 강남구 도서관까지 두루 다닌다. 강남구의 경우,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한 동네 도서관 시스템이 잘 구축됐기 때문이다. 송씨는 "한 도서관에서 검색하면 내가 찾는 책이 어느 도서관에 구비돼 있는지 알 수 있고, '상호대차'를 신청하면 다른 도서관 책도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교과) 통합형 학습도 저절로 이뤄졌어요. 아이들이 책을 읽고 '엄마 이 책에 나온 OOO에 대한 책을 더 빌려 읽고 싶어'라고 얘기할 때가 잦았죠. 관련 도서를 계속 이어 읽으면서 배경지식을 확장시킬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역사의 경우엔 저학년 때 위인전을 통해 인물을 먼저 접하고, 역사 전반을 훑어본 뒤 관심 가는 시대·사건을 상세히 다룬 단행본을 접하게 했습니다."

◇공부, 아이 몫으로 남겨둬라
두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 잔소리 없이도 그날의 수업내용 복습이나 숙제, (다음날) 준비물 챙기기 등을 알아서 해놓을 정도로 자기주도학습을 잘한다. 그렇다고 해서 송씨가 전혀 사교육을 안 시킨 건 아니다. 지금 재환군은 학원에 다니지 않고 수연양은 역사학원 한 곳에만 다니고 있지만, 영어나 사고력수학 등 때때로 필요한 사교육은 받았다. 단, 학원 수강 결정권은 아이에게 줬다. "아이가 '다니기 싫다'고 말해도 무작정 그만두게 하진 않아요. 왜 다니기 싫은지,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앞으로 해당 과목을 어떻게 공부할 계획인지 등을 얘기하게 하죠. 아직 나이가 어려 자신의 계획을 100% 지키진 못하지만, 지키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게 더 많습니다."

송씨는 아이가 '빈둥거리는 모습'도 그대로 지켜본다. 오히려 빈둥거리는 과정에서 더 많은 공부를 한다고 믿는다. "재환이는 마술을 굉장히 좋아해요. 세계적인 마술사들이 모여 벌이는 '에센셜 매직 컨퍼런스(Essential Magic Conference)' 동영상 CD를 보거나 마술 관련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관련 정보를 수집하죠. 테드(TED) 강연도 즐겨 보고요.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걱정할 법도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 정보를 얻으면서 즐겁게 영어공부를 하는 셈이에요."

송씨가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심에 두는 건 '학교'다. 두 아이는 학교에서 열리는 모든 행사·대회에 빠짐없이 참여할 뿐 아니라 대회 준비에만 2~3주가 걸릴 정도로 열심이다. "한때 수연이는 꿈을 빨리 찾고 싶어 했어요. 꿈이 있어야 공부를 더 열심히 할 것 같다고요. 하지만 아직 꿈을 찾지 못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수연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내가 당장 꿈을 찾지 못해도 학교생활을 하나하나 열심히 하다보면 그게 모여서 언젠가 꿈과 연결될 것 같다'고요. 수연이 말처럼 전 작은 일이라도 매사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어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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