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30일 수요일

구글 회장 "북한은 얼어붙은 나라, 남한은 경직된 나라"

구글의 주최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정책입안자, 학계, 언론,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한군데 모여 인터넷과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지 토론하는 자리가 있다. 바로 '빅텐트(Big tent)'다. 2011년 영국에서 처음 열린 이 행사는 여러 국가를 돌며 개최됐고, 2012년 마침내 서울에 왔다. 그리고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구글코리아가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 문화체육관광부 조현재 차관과 원용기 문화콘텐츠 사업실장, CJ E&M 정태성 영화사업부문장,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최종일 대표 등 각계각층의 연사를 모아놓고 빅텐트 서울 2013을 30일 개최했다. 빅텐트란 정치용어로 '견해가 다른 사람끼리 통합한다'는 뜻이다. '터놓고 말해보자'는 콘셉트로 대본과 정해진 스크립트에 따라 진행되는 일반 토론회와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행사가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이번 행사의 주역은 슈미트 회장이었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슈미트 회장은 글로벌 기업의 CEO치고 한국에 꽤나 자주오는 편이다. 구글이 진행하는 큼직큼직한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슈미트 회장이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만큼 구글 입장에선 한국이 중요한 시장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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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미트 회장은 먼저 자신이 생각하는 인터넷의 의의에 대해 말했다. 그는 " 인터넷이 등장하고 사람들의 삶은 크게 변했다. 이제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부분이 인터넷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인터넷은 기회의 땅이며 그 선봉은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미국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해 물어보면 먼저 6.25 사변을 떠올리고, 그 다음 K-POP을 떠올린다"며, "나는 K-POP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슈미트 회장은 K-POP의 예시로 강남스타일을 들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단기간에 큰 센세이션을 불러온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이 전부가 아니다"며, "싸이를 두 번째로 만났을 때 그는 나에게 과거 앨범을 선물로 줬다. 그 앨범을 들어보니 그가 10년 동안 고생하며 갈고 닦아온 실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인터넷은 언제나 새로운 천재를 발굴해낸다, 아시아에서 싸이에 버금가는 스타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의 생각도 들려줬다. 세계적인 성공을 하려면 사용자 자신의 노력과 한국의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세계 모든 사람이 한국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다양한 언어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며, "진흙 속의 진주같은 인재를 발굴해 전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 사회적으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한과 북한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밝혔다. 올해 초 북한에 방문한 그는 북한을 추운 나라라고 표현했다. 평양에서 회의를 하기 위해 건물에 들어 갔는데 난방을 틀어주지 않아 몹시 추웠다고 말했다. 슈미트 회장의 발언은 매우 의미심장했다. 단순히 날씨가 춥다는 뜻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사회 자체가 얼어붙어있다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어 "평양 어디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었으며, 정 인터넷을 하려면 제한된 장소에서 2인 1조로 서로를 감시해 가며 사용해야 했다"고 북한의 충격적인 실상을 전했다.

그렇다면 슈미트 회장은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솔직하게 날이 선 비판을 가했다. "한국 사회는 너무 계급적이며, 애국심을 강조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과거에는 중요한 가치였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변해야 한다"며,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더 늘어나야 하고, 실패를 용납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에서 한두 번의 실패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기술 발전에 대한 예측도 빼놓지 않았다. "빅데이터 분석은 결국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의 등장을 이끌어 낼 것"이라며, "사람들은 이제 컴퓨터가 흉내낼 수 없는 분야, 바로 창의력을 길러야 한다"고 전망했다.

또, 슈미트 회장은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의 시대에 향수를 느낀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200년 전에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상상하는 것과 같다. 인터넷은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개도국의 예를 들었다. "가난한 국가일 수록 인터넷이 더 중요하다. 인터넷은 누구에게나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한 개도국의 부모는 인터넷이 없으면 아이들이 우리처럼 까막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인터넷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에 대한 촌철살인의 평가도 빼놓지 않았다. "인터넷 시대에 중요한 것은 하나 뿐이다. 밥먹을 때 스마트폰을 꺼야 한다. 적어도 저녁식사를 할 때는 끄는 편이 좋다"며, "중국 출장 때 3일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했는 데, 가족끼리 대화도 늘어나는 등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우리 가족은 다시 스마트폰만 잡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이 얼마나 중독성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접속을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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