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7일 일요일

단풍 보며 …“서리 맞은 잎이 이월의 꽃보다 붉구나” 두목(杜牧). <산행(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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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맞은 잎이 이월의 꽃보다 붉구나.”

 단풍철이면 꼭 한번은 듣게 되는 시구다. 불타는 가을산 앞에서 이 구절을 읊은 이는 중국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 그의 시 <산행(山行)> 전편을 감상해보자.

 

 멀리 가을산 위로 돌길이 비껴 있고

 흰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보이네.

 마차를 세워 놓고 늦단풍을 즐기는데

 서리 맞은 단풍이 이월의 꽃보다 붉구나.

 


山行(산행) -두목(杜牧) 산길을 걸어가며
          
遠上寒山石徑斜 : 멀리 가을 산을 오르니 돌길이 비껴있고
白雲生處有人家 : 흰 구름 깊은곳에 사람 사는 집이있네.
停車坐愛楓林晩 : 정거하고 앉아서 단풍숲 늦어감을 사랑하니
霜葉紅於二月花 : 서리를 맞은 잎이 이월의 꽃보다도 더 붉었네.



두목의 산행(삼도헌의 한시산책 122)


 가을이 산에만 들까. 이즈음 우리네 고향 마을도 붉디붉으리라. 그래서 옛사람은 읊었다. “흰 국화는 산의 얼굴에 분을 칠하고, 붉은 단풍은 마을 입구에 연지를 바르네(白菊粉山面 丹楓脂洞口·백국분산면 단풍지동구).”

 휘영청 달 밝은 밤에는 이 시 한수가 제격이다. “높이 뜬 달 깊은 연못에 비치고, 붉은 잎은 가을 뜰에 떨어지도다(高月照深池 紅葉下秋庭·고월조심지 홍엽하추정).”

 위 두 구절은 <추구집(推句集)>에 소개돼 있다. <추구집>은 속담이나 격언을 다섯 글자의 오언절구로 옮겨 실은 작자 미상의 책으로, 옛날 서당에서 어린 학동들에게 읽혔다.

 곱던 잎새 하나 마침내 이 세상 하직할 때, 누군가에게는 그 순간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일엽락천하지추(一葉落天下知秋·나뭇잎 하나 지는 것을 보고 천하에 가을이 옴을 앎), 줄여서 일엽지추(一葉知秋)다. 이 성어는 중국 전한의 학자 유안이 편찬한 백과전서 <회남자(淮南子)>의 아래 글에서 유래했다.

연합뉴스


 “한잎 낙엽 지는 것을 보고 한해가 저물 것을 알고, 항아리 속 얼음을 보고 천하의 추위를 안다. 가까운 것으로써 먼 것을 아는 것이다(見一葉而知歲之將暮 睹甁中之氷而知天下之寒 以近遠·견일엽락이지세지장모 도병중지빙이지천하지한 이근론원).”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다? 온 산의 잎이 붉게 물들면은 만산홍엽(滿山紅葉)이요, 울긋불긋 오색이 어우러진 숲은 오색상림(五色霜林)이다. 붉은빛이 무르익다 못해 불붙을 듯 자줏빛이면 감홍난자요, 맑은 물까지 어우러지면 산자수명(山紫水明)이다.

 이 찬란한 자연 앞에 무슨 문자냐 싶으면 예쁜 우리말 하나만 새겨 두자. 꾀꼬리단풍. ‘노랗고 빨간 여러 빛깔의 단풍’을 이르는 말이다.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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