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30일 수요일

고교생 “제 나이때 뭐하셨나요” 와르셸 “그땐 과학에 무관심”

미래과학콘서트 MFS 2013]
둘째날 토크콘서트 성황… 이틀간 열띤 토론 마치고 폐막

미래과학콘서트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과학보다는 과학자의 삶에 대한 얘기가 주로 오갔다.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토크콘서트를 마친 세계적 석학과 고교생들이 청중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하영 양, 제니 월든, 이소영 양, 아다 요나트 박사, 벵트 노르덴 분자과학연구재단 회장, 로리 카나스 분자과학연구재단 자문위원장, 박유현 교수, 알렉산드라 코드 박사, 이종환 군, 이경미 교수, 버니스 우스만 양


미래과학콘서트 분자과학연구 심포지엄(MFS)의 마지막 날인 29일. 서울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 나선 전문가 패널은 모두 여성이었다.

2009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아다 요나트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 박사, 알렉산드라 코드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 박사, 이경미 고려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박유현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 제니 월든 2013 스웨덴 마스터 셰프 우승자.

학생 패널 4명도 마찬가지였다. 이종환 군(17·경기 동화고)을 빼고는 이소영(16·서울 과학고) 양하영(17·전주 상산고) 버니스 우스만 양(16·나이지리아)이 여고생.

토론은 영어로 진행됐다. 주제는 ‘과학 문화 그리고 나의 이야기’였지만 대화는 자연스럽게 여성과 과학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중동 국가 최초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인 요나트 박사는 여성 과학자의 시각에서 말문을 열었다. 나는 과학을 정말 사랑했고 호기심도 많았지만 사회는 여성을 그다지 지원해 주지 않았다. 비록 어려운 환경이지만 과학을 잘하면서 가정도 잘 꾸려 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

우스만 양은 나이지리아 여성의 질병을 치료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꿈이다. 그는 “많은 여학생이 과학을 공부하지만 많은 사람이 과학은 여성이 갈 길이 아니라고 한다”며 조언을 청했다. 코드 박사는 “나는 아이가 다섯이나 된다. 여성이 과학과 가사 두 가지를 모두 해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열정이 있는 분야를 연구하며 아이들 덕으로 삶에 사랑이 충만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답을 줬다.

요리사인 월든 씨도 거들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요리사는 거의 다 남자다. 여자에게 좋지 않은 환경이라고 당신을 만류할 수 있다. 그런데 거기에 귀를 기울이면 안 된다. 열정이 있다면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힘을 북돋워 줬다.

요나트 박사가 갑자기 마이크를 켜고 뒷말을 이었다. “임신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 남자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절대 느끼지 못한다. 오늘 이 자리의 젊은 여학생이 이제 과학에서도 여성이 리더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할 것이다.” 청중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 내는 말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이소영 양이 “열두 살 때부터 요나트 박사의 팬이었다. 생화학을 공부해 치료제를 개발해서 제3세계인을 도와주는 멋진 여성 과학자가 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무대 위 유일한 남자인 이 군이 “연구하면서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어떻게 과학에 대한 열정을 지켜 나갔는가”라고 물었다. 코드 박사는 “물론 나도 연구하다가 힘들고 지루한 적이 있었다. 비즈니스 쪽으로 갈 뻔도 했지만 무엇인가 성취하겠다는 마음으로 다가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토크콘서트 전의 강연과 질의응답 시간에는 고교생 30∼40명이 먼저 질문하려고 객석 통로의 마이크 앞으로 달려 나왔다.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아리에 와르셸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교수와 요나트 박사, 코드 박사, C N R 라오 인도 네루 고등과학연구센터 명예센터장, 이 교수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동물 임상실험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은 물론이고 ‘교수님은 제 나이 때 뭐하셨나요?’ 같은 엉뚱한 질문까지 다양했다. 종교를 믿으시면 손을 들어달라는 요청에는 폭소가 터져 나왔다.

와르셸 교수는 “어렸을 때는 과학에 관심이 없었다. 4년간 이스라엘 국방부에서 대령으로 일하다 제대한 뒤 화학과 물리 공부를 했다.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노벨상 수상의 단골 후보로 거론되는 코드 박사는 “첫째 아이의 귀가 내 귀를 닮았다고 한다. 내가 어떻게 이런 걸 만들어 냈을까? 인간의 힘은 아니겠다고 생각했다”며 과학의 호기심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고교생의 열띤 질문에 감동을 받아서인지 “나는 여러분 나이 때 선생님들이 나더러 좀 멍청하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과학에 뛰어나지 못했다”며 “날카롭고 의미 있는 질문을 많이 하는 여러분을 보니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만족할 만한 답변을 얻지 못했으면 계속 질문해 달라”고 얘기했다.

콘서트에 참석한 이보원 군(16·충남과학고)은 “요즘 학교에서 하는 화학실험에서 계속 실패해 의기소침해 있었다. 오늘 만난 노벨상 수상자도 많은 좌절을 겪은 뒤 성공했다고 하니 다시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실험하고 공부하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김유진 양(16·민족사관고)도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타게 된 과정과 개인적인 삶과 경험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 오늘을 계기로 여성 과학자의 꿈을 계속 이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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