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학 원론'을 쓴 유클리드는 2000년 넘게 수학을 지배한 간판스타다. 각을 이등분하는 유클리드의 방식은 간단하면서도 독창적이다. 임의의 두 선분 사이에 각이 주어지면, 두 선분이 만나는 자리에 컴퍼스를 놓고 원을 그린다. 이때 원은 각각의 선분과 한 점에서 만나게 된다. 이제 각각 그 점들을 중심으로 반지름의 길이가 같은 원을 그리면 두 원은 두 점에서 만난다. 이 둘을 잇는 직선으로 원래 각을 이등분할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정다각형을 작도할 수 있다.
- ▲ 승산 제공
독일 수학자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1777~1855)는 어릴 때부터 산술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1부터 100까지 수를 모두 더하라'는 문제를 내자마자 그는 5050이라고 답했다. 정답을 찾아내는 간단한 방법은 바로 수를 둘씩 짝짓는 것이었다. 1과 100, 2와 99 등 이런 쌍의 합은 다 101이고 총 50쌍이니 101×50을 한 것이다. 그는 19세에 정17각형의 유클리드식 작도법까지 발견했다.
가장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할 과학자들이 왜 '아름다움'이라는 주관적이고 심미적인 기준을 신봉하는 것일까.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DNA 이중나선구조처럼, 과학자들은 이론이 복합하지 않고 간결한 표현으로 기술될 때 아름답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 바탕이 되는 대칭의 발전과정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대칭은 문학에도 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 가문의 대칭에 집중한다. 몬터규와 캐풀렛, 두 집안이 뒤바뀔지라도 슬픈 사랑이라는 본질은 그대로다.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두 피자집 간의 대결로 그린 리투아니아의 연출가 오스카라스 코르슈노바스는 "어쩌면 밀가루처럼 매일 먹는 양식이 우리를 점점 죽게 만드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물리학자들은 오랫동안 왜 공간이 3차원이고 시간이 1차원인지, 왜 우리는 4차원 시·공간에 살고 있는지 의문을 가져왔다. 그들은 수학적 아름다움이 물리학적 진리의 필수 조건이 아닐까 기대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 물질의 가능한 구조들은 대칭에 의해 결정된다. 평면에서 삼각형의 내각들은 합이 180도지만 지구본 위에 있는 삼각형이라면 내각들의 합은 180도보다 크다. 이 '휘어진 공간' 개념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도 영향을 미쳤다.
초대칭(supersymmetry) 개념을 이해하려면 입구가 원형이거나 사각형, 혹은 삼각형일 수도 있는 병에 맞는 코르크 마개를 상상해야 한다. 그런 코르크가 있다. 밑에서 보면 원, 정면에서 보면 사각형, 측면에서 보면 삼각형이다. '평평한 세계'에서는 그들 가운에 한쪽 면만 보이지만 3차원이라면 코르크의 회전을 통해 대칭변환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1980년대에 등장한 초끈(superstring) 이론에 반영됐다.
대칭이 물리학이나 과학에서 갖는 의미는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다. 수학자인 저자는 "대칭이 적어도 미개척지로 나아가는 길임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수학에서 아름다움은 반드시 참이라는 것이다. 예술·건축·음악의 개념이었던 대칭으로 수학을 들여다보면서도 대중적인 언어로 풀었다. 어렵지 않게 읽힌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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