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도곡동 엄마들의 교육 썰전 연세대 뜨고, 서울대 주춤가장 발 빠른 교육 정보력을 지녔다는 강남 엄마들. 그녀들에게 요즘 가장 핫 이슈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국제학교도 아니었고, 외국 대학 입학도 아니었다. 그들에게도 SKY는 여전히 꿈의 학교였고, 입시 성공을 위한 전략 수립에 전력을 다했다. 그런데, 예전과는 분명 달라진 것이 있었다. 서울대는 조금 하향세이고 연세대는 누가 봐도 상승세다. 연세대와 비등비등했던 고려대는 주춤하기 시작했다.
PART 1 대한민국 입시 최전선에 있는 강남 엄마들의 생생 코멘트
서울대와 연고대의 경우 70% 이상을 수시에서 선발하고 있어요. 그만큼 수시 지원 전략이 중요한데, 그 판가름은 내신과 논술에서 나요. 하지만 서울대는 정시 모집 인문 계열에 한해서만 논술을 보고 그 외에는 논술이 없어요.
그만큼 서울대는 내신의 비중이 높다는 뜻인데, 이는 특목고 학생에겐 불리해요. 그야말로 내신 등급이 퍼펙트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지원해보려다가 포기하죠.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모아놓은 곳에서 내신을 잘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래서 특목고 사이에선 서울대보다 연세대의 지원 희망률이 더 높아진 것 같아요. 물론 연대도 학과에 상관없이 거의 대부분 1등급을 받아야 하지만 논술이 반영되니 일반고 학생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는 거고요.
-김민정(가명, 압구정동 거주, 대원외고 졸업 후 재수 중인 자려를 둠)
아이들이 아직 중학생이어서 학교의 순위와 선호도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는 단계는 아니에요. 하지만 주변에서 들어본 바로는 서울대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해요.
여전히 국내 대학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지만, 예전에 비해 비교적 하향했다는 거죠. 그 이유 중 하나는 사회 배려자 특별 전형, 지역 균형 선발 전형 등 특정인에 한해 이뤄지는 입학 전형이 많아졌다는 거예요.
사실 내신으로만 따지면, 지방에서 1등급을 따는 것이 더 쉬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서울대에 일류의 엘리트만 모였다면, 이제는 특별 전형을 등에 업고 비교적 어렵지 않게 합격한 학생들이 생겼다는 거죠.
똑같이 합격을 했는데, 실력을 놓고 보면 공부를 못했던 아이들이 가기도 하고, 합격한 아이들 중에는 수능 점수가 형편없는 아이들도 많고요. 게다가 웬만큼 공부한다는 아이들은 서울대만 국사가 필수 과목이라는 점에 대해 부담을 느껴요.
국사 과목이 자신 없거나 서울대만을 위해 따로 공부하는 것이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으니 일찍이 목표를 연대로 선회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제 주변엔 중학생인데도 벌써부터 서울대 교수진을 파악하고, 그들의 논문을 모아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공부하며 논술을 준비하는 가정이 있어요.
내신이 아무리 좋아도 논술이 고난도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자는 것인데, 최근의 추세를 보면서 연대도 그물망에 올려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갈등하더라고요.
-이자영(가명, 대치동 거주, 외과 의사,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둠
강남 쪽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대보다 연대에 대한 선호가 뚜렷이 나타났어요. 한 예로 서울대 자유전공에 떨어지고 고대와 연대 경영학과에 동시에 합격한 남학생이 있었죠.
그 아이의 아버지가 고대 경영학과 출신의 중견기업 대표이사였기에 연대와 고대를 놓고 저울질을 많이 했어요. 고대의 끈끈한 인맥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못했던 거죠.
하지만 학생과 어머니의 의견에 따라 결국 연대생이 되었어요.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연대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미지’의 영향이 강해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내내 공부만 해온 아이들 입장에서 놀 때는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하는 세련된 연대생이 로망인 거죠.
실제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주변의 부모님과 학생들을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우수한 성적을 유지한 학생들은 서울대를 목표로 하고, 활달하면서도 기복이 있지만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연대를 가고 싶어 해요.
부모님들의 평균 학력이 높다 보니 마지막까지 힘을 다하면 ‘고대 정도’는 갈 수 있다 생각하고요.
-오채금(도곡동 타워팰리스 거주, 고2년생 자녀를 둠, 10년째 입시 학원 운영 중)
PART 2 대치동 엄마들의 입시 코치가 말하는 핵심 코멘트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오가는 SKY 입시와 관련된 정보들은 과연 설득력이 있는 정보일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수년간 대치동 지역에서 대한민국 입시 흐름을 분석하며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의 입시 코치로 활동해온 두 명의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서울대는 현재 탐구 영역 선택에서 유일하게 한국사를 필수 응시 영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한국사는 암기 위주의 학습 부담뿐 아니라,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수험생들이 응시하는 과목이기 때문에 성적 취득이 어려운 선택 기피 과목이다.
특히 올해부터 최대 두 과목까지 선택 가능한 탐구 영역에서 한국사를 선택한다는 것은 수험생 입장에서는 모험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정시는 가나다 군별 1회 총 세 번의 지원 기회가 있다. 나군의 서울대를 주축으로 가군에 연세대와 고려대가 동일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나군 서울대를 상향으로 지원한 수험생들은 가군에서 고려대를, 나군 서울대 합격을 낙관하고 도전적인 지원 성향을 지닌 수험생은 가군 연세대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고득점자이지만 나군 서울대 지원을 포기하고 서강대나 성균관대를 선택한 수험생은 가군에서 고려대보다는 연세대를 소신 지원하는 경우도 생각하게 된다.
연세대와 고려대 선택이 달라지는 수시 지원 성향과는 달리 정시 지원 대학 선호도는 고려대에 비해 연세대가 높은 것이 사실이며, 실제 합격 가능 점수도 동일 학과 기준 연세대를 다소 높게 설정하고 있다.
특히 자연 계열의 경우 고려대는 보건대학이 별도의 캠퍼스로 분리되어 있어 배치 점수가 더욱 낮게 설정되어 있다. 실제로 지원 전략 설정 단계부터 수험생 선호도와 수시 미등록 충원 합격자의 이동 경로를 분석해보면 서울대를 필두로 연세대와 고려대 순으로 선호도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비교과 준비 이외에 최근 상위권들의 입시 대비 특징은 논술 준비 시기가 빨라졌다는 것. 교과 내신 성적이 다소 부진한 수험생들이 연세대, 고려대에 진학할 수 있는 가장 넓은 통로는 논술이다.
한 번의 시험 결과에 의해 지원 대학이 결정되고, 모집 인원이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정시만을 목표로 수능 준비에 올인 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최근 강남 지역 엄마들의 목표는 국내 대학이 아닌 외국 명문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체로 국내 SKY를 바라본다.
해외 대학 출신자들이 국내에서 취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도 미지수이기 때문. SKY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 입지, 즉 졸업자들의 사회 진출도에 대한 부분이 상당히 크다.
이런 흐름에, 현재 해외 고교에서 유학하고 있는 수험생들이 국내 대학 진학을 목표로 역유학을 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국내 국적의 해외 대학 졸업자들이 현지 취업이나 국내 취업에 있어 전혀 강점이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김형일(거인의 어깨 교육연구소 소장, SBS CNBC, 중앙일보 등에서 프리미엄 교육 자문 위원으로 활동)
10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대와 연대 사이의 차이가 컸지만 요즘은 그것이 확 줄어들었다. 국립대라는 이유로 다양한 전형 형태를 마련해두다 보니, 예전과 같이 성적 위주로 뽑는 환경이 될 수 없는 것.
흥미로운 건 연대와 고대의 지각 변동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박빙의 구도를 이루고 있었는데, 불과 몇 년 전부터 이것들이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고대 법대의 부재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학교를 대표하던 법대가 사라지고 나니 학교의 구심점이 떨어진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 후 경영학과가 최고 높은 학과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연대 경영과 고대 경영의 경쟁 구도가 펼쳐진다. 여기서 입학 전형 전략, 학교 당국의 지원 내용, 대외적 이미지 등을 고려하면 연대가 우위를 점하게 된다.
문과에서 상위권에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경영을 지망하고, 그중에 많은 숫자가 로스쿨 진학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시나리오를 가정해보면 로스쿨을 갖추고 있는 연대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에는 연대와 고대 구도에서 성대가 강력하게 치고 들어왔다. 성대의 글로벌 경영학과가 삼성과 연계돼 취업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는 계획을 세운 학생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성대 글로벌경영학과와 고대 경영 중에 고민하고, 성대로 이동하기도 했다. 학교의 입시 마케팅도 무시할 수 없다.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특목고 학생들은 내신이 비교적 낮아도(3~4등급) 합격하는 학생들이 생겼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되면서 특목고 학생들이 고대를 비교적 쉽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기왕 지원하는 것, 상향 지원을 위해 연대로 방향을 튼 학생이 많아졌다.
무엇보다 연대에 가장 특징적인 것이 국제학부 전형이다. 재외 국민 전형, 글로벌 전형, 영어 특기자 전형을 통해 뽑는 인원수가 상당하다. 상대적으로 고대는 연대만큼 많이 뽑지 않기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지고 연대로 더 몰리는 경향이 생겼다.
여성중앙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