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5일 금요일

초중고 유학 줄고 석박사 유학 늘었다

사회 흐름에 맞춰 유학의 흐름도 변화하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경제 위기와 취업난, 중국 시장의 성장 등으로 인해 유학 국가가 점차 다변화되고 있으며 개개인의 목적과 향후 비전에 따라 유학의 목적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학사 유학'보다는 '석사·박사' 유학

가장 뚜렷한 변화는 초·중·고 학생들의 조기유학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영어 연수나 해외 대학 진학을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초중고 학생들의 유학 열풍이 꺾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e-나라지표'에서 제공하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의 '초·중·고 유학생 출국 현황'을 보면 초·중·고 유학생의 출국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1만132명에서 2만9511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감소세로 접어들었고, 2009년에는 대폭 감소한 1만8118명을 기록했으며 2011년에는 1만6515명으로 더욱 줄었다. 특히 고등학생의 유학을 위한 출국 숫자는 2002년 3367명에서 2006년 6451명까지 늘었다가 2011년에는 다시 3570명으로 줄었다. 초중고 학생들의 조기유학 감소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유학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지속되는 취업난으로 인해 해외 대학에 진학해도 현지에서 취업하기 어렵고, 국내에서도 역시 취업이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석사 혹은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 유학에 나서는 이들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 이상) 국외 한국인 유학생 통계'에 따르면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한국인들의 유학 숫자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꾸준히 증가해 2007년 21만7959명에서 2011년에는 26만2465명으로 증가했고, 2012년에는 23만9213명을 기록했다.

성시춘 해커스 유학 총괄팀장은 "최근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한 뒤 직장생활을 하다 유학을 결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어학연수보다는 학사·석사·박사와 같은 고급 과정에 대한 수요가 더 많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성 팀장은 MBA 등을 통해 커리어를 한 단계 상승시키거나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또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려는 유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젊은층이 해외 취업에 대해 과거보다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대학 이상 유학생들이 증가하는 또 다른 이유다. 성 팀장은 "취업 시장에 대한 관심을 국내에서 국외로 돌리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해외 대학의 학위 취득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대학이 국내 대학보다 졸업이 어렵다 보니 해외 취업 시장에서 해외 대학의 학위가 더 선호되는 것도 해외 유학의 한 유인이 되고 있다.

◆유학 국가 다변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미국'이 강세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으로의 유학 증가세는 어느 정도일까.

최근 글로벌 교육기관들의 중국 시장 진출이 눈에 띄게 활발한 것이 사실이다. 올해
10월 발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평가해 발표한 전세계 100대 최고경영자 MBA 과정을 살펴보면, FT가 '최상위 그룹(First Tier)'이라고 밝힌 1위부터 18위까지의 과정 중 6개 과정이 중국 대학에서 운영되거나 중국 대학과 연계한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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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떠난 대학 재학 이상 한국인 유학생 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중국 내 한국인 유학생 수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1년 1만6372명에서 2012년에는 4만6483명(283.9%)이나 늘어난 6만2855명으로 11년 사이 4배가 됐다. 대학 재학 이상 한국인 유학생들의 전체 유학 국가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2년 26.3%로 급격하게 높아졌다.

아직도 제1위 유학 국가는 미국이다. 2012년 기준으로 전체 유학 국가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7%로 수위를 내 주지 않고 있다. 미국은 2010년 29.8%에서 2011년 27.5%로 떨어졌으나 다시 증가세로 반전했다.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까지 포함하면 '영미권'이 절반을 넘는 55.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별 순위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바짝 추격하는 양상이어서 몇 년 내로 순위가 역전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유학생 숫자에서는 이처럼 호각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학의 성격은 딴판이다. 미국으로의 유학은 '학사 이상 학위 취득' 목적이 대부분인 반면 중국으로의 유학은 '어학연수'의 성격이 짙어 '질적으로' 다르다. 교육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중국 내 한국인 유학생은 어학연수 (27.5%), 교환학생을 비롯한 기타 연수(31.6%) 등 비학위 과정이 절반을 넘었고, 대학 과정은 34.2%, 대학원 과정은 6.7%에 불과했다. 이와 달리 미국의 경우 대학(51.7%)과 대학원(30.7%) 등 학위과정이 80%가 넘었고, 어학연수는 17.6%에 그쳤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한 구직자는 "취업시 중국어 능통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기업들이 많지만 영어가 기본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중국어를 잘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공용어로서의 위력을 떨치는 것은 여전히 중국어보다는 영어라는 뜻이다. 이 밖에 해외에서 유학 후 국내에 돌아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의 다수가 미국 대학 학위 소지자라는 것도 아직 미국 대학이 선호되고 있는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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