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30일 수요일

에릭 슈밋

매일경제
에릭 슈밋 구글 회장(59)이 또다시 한국을 찾았다. 30일 한류(韓流) 확산에 대한 강연에 이어 31일엔 서울대생들과 만난다. 이번이 네 번째 방한이다. 구글코리아 창립 때인 2007년 방문한 후 뜸하다가 2011년부터는 매년 한 차례씩 꼭 한국을 찾고 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올해 초 북한까지 갔던 것을 감안하면 그는 한국과 인연이 남다른 미국 IT 경영자인 셈이다.

슈밋 회장은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지금은 오라클에 인수된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오른 후 리눅스업체 노벨로 옮겨 최고경영자(CEO)로서 경력을 시작했다. 노벨은 실적 악화로 파산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는 '망하는 기업을 살려낸 스타 CEO'를 꿈꿨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결국 노벨을 정리하며 무명의 실리콘밸리 CEO로 끝나는가 했는데, 벤처캐피털이 그에게 구글 CEO 자리를 제안했다.

당시 벤처캐피털은 구글이 높은 성장성을 구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없이 날뛰던 두 창업자, 즉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골칫덩이였다. 이들을 제어할 인물이 필요했다. 어느 정도 기술을 알고 경영자 경험도 있던 '정장맨' 에릭 슈밋이 적임자였다. 투자자들 간섭이 늘 눈엣가시 같았던 페이지와 브린도 자신들보다 18세 더 많은 그를 받아들였다. CEO 겸 회장이면서도 독단적 결정권 없는 에릭 슈밋의 구글 생활은 이렇게 시작됐다.

구글 CEOㆍ회장으로서 삶은 힘들었을 것 같다. 그는 "돈 되는 사업만 하라"고 닦달하는 벤처캐피털과 고삐 풀린 망아지와 같은 창업자들 사이에서 안절부절못할 때가 많았다. 구글 내부에서 꼭두각시 또는 인형 CEO 취급을 받기도 했다. 슈밋은 CEO를 맡은 지 10년 만인 2011년 4월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사이 가슴 한구석은 시커멓게 탔겠지만 보유하고 있는 구글 주식으로 억만장자가 됐으니 경제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뒀다.

서울대 강연 주제가 '다음을 준비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동안 그가 준비한 '다음'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하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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