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채색되는 가을. 멀리 보이는 산기슭도 마치 불이 붙은 듯 울긋불긋하다.
秋男, 秋女들을 감상에 빠지게 만드는 단풍은 사실 나무로서는 겨울철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다.
가을이 되면서 온도가 떨어지고 수분도 부족해지면서 수목들은 봄이나 여름처럼 광합성을 활발하게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나무는 양분을 잎에서 회수해 줄기에 저장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게 되는 것이다.
● 일교차 큰 올 가을, 단풍 색도 형형색색 곱다
나뭇잎의 색은 포함하고 있는 색소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사람의 머리카락이나 눈동자 색을 만드는 ‘멜라닌’ 색소처럼 나뭇잎에도 색소가 있다. ‘엽록소’, ‘카로틴’, ‘크산토필’, ‘안토시아닌’ 등이 그것이다.
이 중 엽록소는 빨간색이나 파란색 빛을 주로 흡수하고 초록색을 반사한다. 반면 카로틴이나 크산토필은 초록색을 흡수하고 주황색이나 노란색을 반사한다. 우리 눈은 나뭇잎이 반사시키는 색을 보기 때문에 엽록소는 초록색, 카로틴이나 크산토필은 주황색과 노란색으로 보인다.
봄·여름에는 엽록소의 양이 많아 카로틴이나 크산토필의 색은 여름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을이 되어 온도가 낮아지고 수분이 부족해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면 엽록소의 수가 줄고, 소량으로 존재하던 카로틴이나 크산토필 등의 양이 많아져 단풍이 드는 것이다.
최근에는 안토시아닌 함량이 붉은 단풍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선희 연구사가 201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왕벚나무, 화살나무, 산철쭉을 대상으로 단풍 단계에 따른 잎 색소의 함량 변화를 측정한 결과, 단풍이 빨리 들기 시작하는 나무일수록 초기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다. 반면 은행나무에는 안토시아닌이 검출되지 않았다.
안토시아닌이 다량 함유된 열매. 안토시아닌은 열매나 잎의 색을 내는 색소로 단풍의 빨간색을 내기도
한다.
블루베리나 체리 등에도 많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안토시아닌은 색을 내고 항산화작용을 하는 물질이다. 가을이 되면 나무는 양분과 수분을 줄기에 축적하려고 잎과 가지를 차단하는 세포층인 ‘떨켜’를 만드는데, 그 결과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탄수화물은 순환하지 못한 채 잎에서 안토시아닌으로 합성된다.
일교차가 크고, 나무가 오후에 광합성을 많이 할 수록 탄수화물 생성량이 늘어나고 안토시아닌 함량도 늘어나 단풍이 선명해지는 것이다.
김 연구사는 “햇빛을 강하게 받는 나무 꼭대기부터 단풍이 드는 이유도 안토시아닌 때문”이라며 “햇빛에 의해 활성산소가 발생하는 데, 안토시아닌은 이 활성산소를 억제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 지난해보다 3.6일 늦어진 단풍 절정기…왜?
기상청에 따르면 올 단풍 절정은 지난해에 비해 3.6일, 평년에 비해 1.2일 늦다. 그래서 올해는 10월 19일~24일 설악산·오대산·치악산에서, 10월 27일엔 북한산·계룡산·속리산·월악산에서 단풍 절정을 즐길 수 있다. 광주광역시 무등산의 경우 11월 초순에나 단풍이 절정에 이른다.
첫단풍과 단풍 절정기 예측 지도 - 기상청 제공
전문가들은 단풍 시기가 늦어지는 요인으로 지구온난화를 꼽는다.
기상청 기후협력서비스팀 이은정 연구관은 “지구온난화로 첫단풍 및 단풍 절정 시기가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 전국적으로 2.4일 늦어졌다”라며 “내년도 9월 기온이 높게 관측되면 단풍 시기 더 늦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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