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8일 화요일

한국 어른들 공부 너무 안한다

매일경제
직장인 김 모씨(48)는 아직도 사무실 개인컴퓨터의 '편지함' 관리가 쉽지 않다. 매일 중요하게 받아야 할 메일이 애꿎은 '정크메일'로 등록돼 제때 못 보기 일쑤고 이를 일반 '받은편지함'으로 복원해 두는 일도 항상 헷갈린다. 특히 그는 간단한 엑셀 파일 정리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아 보고서 작성 때만 되면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난관이 닥칠 때마다 젊은 부하직원에게 구원을 청하는 일도 이젠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자신이 '컴맹'으로 비치진 않을는지 늘 걱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 같은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을 비롯해 언어능력과 수리력 등 세 가지 능력 분야에 대한 각 나라 성인들의 역량을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성인역량(PIAACㆍ피악)지수를 처음 발표했다. OECD는 나라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3년마다 '피사(PISA)'지수로 발표하는데, 이번에 '성인판 피사'가 나온 것이다. 2008년 '피악' 산출에 착수한 OECD는 2011년 8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한국을 포함한 24개 나라 16~65세 성인 15만7000명을 대상으로 세 가지 능력에 대한 실제 대면조사를 벌였다. 한국에서 이 조사에 응한 성인은 모두 6700명이다.

우선 언어능력은 문서를 이해하고 글로써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했다. 단어와 문장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복잡한 문자에 대한 이해와 해석 정도도 파악했다. 수리력은 수학적 정보와 아이디어에 접근하는 정도, 일상생활 속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등을 알아봤다.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은 엑셀 파일 작성이나 메일함 관리, 인터넷을 통한 회의 장소 예약 등 생활 속 컴퓨터 조작 능력을 측정한 것이다.
그 결과 국내 16~65세 성인의 언어능력은 OECD 평균인 273점(500점 만점)이었고 수리력은 평균(269점)보다 낮은 263점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에서는 전체 수준을 1~5로 나눴을 때 상위권인 수준 2~3의 비율을 파악한 결과 이 역시 한국은 30%로 평균(34%)보다 떨어졌다.

나라별로 따져보면 한국은 언어능력에서 11위였으며 수리력과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에선 각각 15위를 차지했다. 피사에선 늘 선두를 지키던 한국이 피악에선 고전을 면치 못한 셈이다. 반면 일본은 언어능력과 수리력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으며 핀란드, 네덜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는 세 가지 영역 모두 상위권을 휩쓸었다. 다만 조사 대상을 16~24세 등 청년층으로 한정하면 한국은 세 영역 모두 상위권을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이 나이대 한국 성인의 언어능력은 292.9점으로 평균(279.6점)을 크게 앞질렀고 순위도 일본, 핀란드, 네덜란드에 이어 4위로 뛰어올랐다. 수리력 역시 청년층의 점수는 280.9점으로 평균(271.3점)보다 높고 순위로는 5위였다.

한국 성인의 능력은 남성이 여성보다, 학력이 높을수록, 연령이 낮을수록 더 뛰어났다. 특히 성별 차이가 두드러져 언어능력은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6.3점이나 더 높았다. 이 차이는 OECD 평균 성별 차이(1.9점)보다 컸다.
연령별 능력의 경우 30대 말을 기준으로 그 이전과 이후 사이 변동이 컸다. 임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연령이 높을수록 학력이 낮고, 성인의 학습 정도도 낮아져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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