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의 수시 논술고사가 한창 시행 중이다. 논술 시험에 어떻게 응시해야 할지 막막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몇 주간에 걸쳐 논술의 기초 원칙을 설명하고자 한다.
◆제시문의 정확한 이해는 합격의 필수 요건
논술은 질문에 답을 하고, 그것이 왜 답이라고 생각하는지 이유를 설명하는 시험이다. 그런데 논술의 질문은 제시문과 문제로 이뤄진다. 제시문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질문의 취지에 부합하는 좋은 답을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지난 주말에 시행된 2014 건국대 논술 시험의 인문사회계 문제에서는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한 제시문이 출제되었다. 그런데 [가] 제시문이 문제였다. 글의 시작은 이러하다. "언어의 부재가 곧 사고의 부재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참으로 그러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뒤에 따라올 내용이 무엇이겠는가? 일반적 상식으로는 당연히 언어와 사고는 필수적 연관성이 없다는 내용이 나올 것 같다. '그러나'라는 접속사가 역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이후에는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의식 세계에서 언어작용이 중단된다고 볼 수 없으며, 언어화되지 않은 생각은 사고가 아닌 느낌"이라며 언어와 사고의 밀접한 관계를 주장한다. '그러나 참으로 그러한지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러하다'는 식으로 의표를 찌르는 구성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첫 번째 문장에 사로잡혀서 제시문의 논지를 '언어와 사고는 관련성이 약하다'는 식으로 정반대로 이해하였다. 논쟁 구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 이후 견해를 제시하는 문제에서 좋은 답을 쓸 수 있었을 리 없다.
괴상한 글을 출제한 대학측을 탓할 수도 없다. 출처가 고등학교 '국어생활'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교과서내 출제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학생의 독해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제시문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다른 대학들에서도 이런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교과서 내에서 제시문이 출제되더라도 문제는 결코 쉬워지지 않을 것이다.
◆대응방안: 결론-이유-상술의 3문장 정리법
독해 실력을 단시간 내에 근본적으로 향상시키기란 쉽지 않다. 사실 독해력의 상당부분은 수능 국어영역 공부를 하면서 길러진다. 그런 점에서 수능 국어는 논술의 선행과목이라고 할 수도 있다. 차이점도 있다. 수능 국어의 고득점 관건은 세부적 내용을 꼼꼼하게 파악하는 것이지만, 논술에서는 큰 틀에서 결론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제시문 파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를 참고하여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결론을 파악하는 습관을 기르려면 제시문을 읽고 결론~이유~상술의 3문장으로 정리하는 연습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큰 틀에서 제시문이 궁극적으로 말하는 결론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그런 결론을 제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이유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는 문장을 덧붙여준다.
◆키워드는 동일하게, 서술은 다르게
많은 학생들이 제시문을 정리할 때 범하는 오류가 있다. 제시문의 표현을 짜깁기 식으로 옮겨적는 것이다. 그러면 분량은 채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합격하기는 힘들다. 수준높은 답안이 되려면 제시문을 요약할 때 핵심 키워드는 그대로 가져다 쓰되, 구체적인 서술은 자신의 이해를 반영하여 풀어 설명하는 식으로 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시문을 독해하면서 핵심 내용들을 간단하게 메모해 두는 게 좋다. 그리고 나중에 답안을 작성할 때에는 제시문이 아니라 메모를 보면서 문장을 만들면 자신만의 차별화된 표현으로 답안을 완성시킬 수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건국대 기출 제시문을 정리한 결과를 사례로 제시한다.
"언어는 사고작용에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왜냐하면 말없이 생각하는 경우에도 머릿속에서는 언어의 형태로 사고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화되지 않은 생각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느낌과 사고를 혼동하는 것에 불과하다."
의미를 더욱 명료하게 하기 위해 "추상적인 느낌이 사고의 형태로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언어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와 같은 상술을 한 문장 더 붙일 수도 있겠다.
위 요약문은 결론~이유~상술~상술의 상술 순으로 구체화의 정도가 점점 더해진다. 제시문의 초점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언어'와 '사고'라는 핵심 키워드는 그대로 살리되, 구체적인 서술은 제시문과 전혀 다르다.
◆차별화된 제시문 정리의 핵심: 결론 중심과 참신한 표현
이 연습이 잘 되면 두 가지 측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첫째, 답안 분량 조절이 용이하다. 어떤 경우에는 제시문 정리를 한 문장으로 처리해야 될 때도 있고, 또다른 경우에는 세 문장을 할애할 수도 있다. 분량이 길어질수록 결론~이유~상술 순으로 덧붙여 가면 된다. 결론 파악이 잘 되는 학생은 자유자재로 글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둘째, 다른 답안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동일한 제시문 내용을 정리하더라도 구성과 표현이 다르면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쉽고 정확한 표현으로 결론을 선명히 드러낸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남은 기간동안 지망 대학의 기출 제시문들을 대상으로 결론~이유~상술의 3문장 정리법을 연습한다면 답안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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