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씨춘추’는 이렇게 교훈을 주고 있다. “하늘은 사사로움 없이 만물을 덮어주고, 대지는 사사로움 없이 만물을 싣고 기르며, 해와 달은 사사로움 없이 세상을 비추고, 사계절은 사사로움 없이 쉬지 않고 운행하니 그 덕이 베풀어져 만물은 마침내 자랄 수 있다(天無私覆也 地無私載也 日月無私燭也 四時無私行也 行其德而萬物得遂長焉).”
찬 서리 내리는 상강(霜降) 온 산야에 불붙듯 단풍이 빠르게 남하하고 있다. 가을의 빛깔과 맛이 최절정에 이른 듯 단풍과 노란 잎 등이 어우러진 순정한 빛에 압도된다. 빛의 폭발! 아름다운 시(詩)도, 그 어떤 찬사도 대자연의 오묘함 앞에서는 무색하기 그지없다. 단풍이 들어 옷을 벗어 짜면 붉고 푸른 물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 같다던 ‘산정무한(山情無限)’의 표현처럼 뼛속까지 스며드는 단풍, 단풍들!
오고 가는 길들도 아름답다. 삼나무 가로수길, 줄지어 늘어선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 잎을 떨구고 주황빛 열매만 황홀하게 출렁이는 감나무. 그리고 티 없이 높푸르게 그들의 배경이 되어주는 하늘은 더없이 맑고 눈이 부시다. 청나라 때 시인 장초(蔣超)는 ‘단풍’을 이렇게 노래했다. “녹음에다 단청칠 그 누가 했나/ 파란 하늘 흰 구름 속 붉은 구슬 향 머금었네/ 조물주가 술에 취해 붓 휘어잡고/ 가을을 봄으로 그렸음일레라(誰把丹靑抹樹陰 冷香紅玉碧雲深 天公醉後橫拖筆 顚倒春秋花木心).”
바쁜 일상이지만 계절의 순환을 느끼고, 하늘을 보며 삽상한 가을바람도 쐬는 여유를 갖자. 나와 이웃을 향한 마음결이 좀 더 부드럽고 너그러워질 것이다.
四時無私行:‘사계절은 사사로움 없이 쉬지 않고 운행한다’는 뜻.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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