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4일 금요일

초등학생 인문학의 첫걸음 '고전명작 제대로 읽기'

머니투데이
초등학교 고학년 추천 고전명작 목록. /자료제공=한우리독서문화정보개발원

"내가 읽은 고전명작 '왕자와 거지'는 축약본일까 완역본일까?"

고전명작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고전명작 읽기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열풍은 계속되고 있지만, 한 번쯤 우리 아이가 제대로 고전을 읽고 있는 건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나이 대에 맞지 않는 고전명작을 선정하거나 축약된 버전의 고전을 계속 읽었을 때, 잘못된 독서습관을 형성될 수 있고 학습효과도 떨어지기 때문.

고전명작에는 축약본과 완역본이 있다. 축약본은 어린이용으로 출판된 책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생이 읽기 좋다. 반면 완역본은 초등 고학년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출판된 책이다. 원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번역했기 때문에, 축약본에 비해 내용이 풍부하고 자세하다.

하지만 실제로 축약본과 완역본의 차이,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 적당한 명작은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다. 오서경 한우리 독서문화정보개발원 연구실장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고전명작 읽기 가이드'를 정리했다.

◆축약본과 완역본의 차이

초등학교 저학년은 발달단계상 책의 전체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쉬운 구성이 적합하기 때문에 내용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그림책으로 출판되는 축약본을 읽는 것이 좋다. 하지만 고학년이 되면 축약본보다는 완역본을 권장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첫째,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작품의 전체적인 풍미를 느낄 수 있어야 진정한 독서의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사의 큰 획을 긋고 있는 작가들의 고전명작은 이야기 구성이 짜임새가 있고 세심하기 때문에, 줄거리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논리력이나 설득력에 필요한 요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또한 고급어휘와 탄탄한 문장력은 창작동화 읽기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긴 독서 호흡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둘째, 완역본 읽기는 인문학의 첫 출발이 될 수 있다. 고전명작을 통해 알게 된 작가들은 사회에서 회자되는 많은 작품들을 쓴 경우가 많아, 자녀가 성장을 해 청소년이나 어른이 되었을 때도 이들의 다양한 작품에 관심을 가지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이들은 문학뿐만이 아니라 예술은 물론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분야로 관심을 확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셋째, 독서란 쉬운 책을 읽기도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자신의 독서 수준을 뛰어 넘는 다소 어휘가 어렵고 분량이 많은 책을 읽어본 경험이 있을 때 탁월하게 향상되기도 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독서란 어휘력이 다는 아니기 때문이다. 책 속의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읽어내는 힘은 행간읽기를 통해 이루어 진다. 행간읽기는 앞뒤 문맥이나 전체적인 줄거리를 통해 의미를 구체화하는 활동으로 이를 통해 주인공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고, 앞으로의 전개를 추론할 수도 있다. 단순히 지문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아닌, 이유와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하는 서술형·논술형 문제에 필요한 능력인 것.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 대상 추천 고전 명작 고르기

축약본과 완역본의 차이를 알았다면, 다음은 우리 자녀에 맞는 고전명작을 선택할 차례다. 앞에서도 말했듯 기본적으로 초등 저학년은 축약본을, 초등 고학년부터 그 이상의 학년은 완역본을 읽는 게 좋다. 특히 최근에는 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전명작 중에 저학년 수준의 줄거리 전달과 흥미위주의 삽화로 고전명작 본연의 작품을 훼손하는 책들도 있으므로 내용까지 살펴보고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루이스 캐럴 지음·살림어린이 펴냄)와 '피노키오'(카를로 콜로디 지음·시공주니어 펴냄)는 그림책과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고전명작이다. 하지만 그 두 가지 버전은 생략된 부분이 있는 만큼, 완역본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흰 토끼를 따라 시작된 앨리스의 모험을 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현대 철학자와 수학자들도 즐겨 분석의 대상으로 삼을 만큼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책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인 앨리스가 토끼를 쫓다가 어느 구덩이에 빠져 알게 된 세상에서 버섯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의 한쪽을 먹으면 현재보다 커지고 다른 한쪽을 먹으면 지금보다 작아지게 된다. 이것은 1대1 대응을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다. 저자가 수학자인만큼 수학적인 논리가 많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 있다.

또한 이 책을 어렸을 때 접해본 우리지만, 그 동안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 "이상한 나라가 왜 '이상한 나라'일까"에 대한 의문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의문은 시대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어 더 흥미로운 주제다.

1883년에 발표된 '피노키오'는 이탈리아 최고의 동화작가인 카를로 콜로디의 환상적이고 유쾌한 고전명작이다. 대부분 '피노키오'하면 거짓말을 할 때 코가 길어지는 부분을 기억하는데,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물음을 떠올리면서 읽으면 더 재미있다.

1869년에 발표한 '해저 2만리'(쥘 베른 지음·미네르바 펴냄)는 비행기도 잠수함도 없던 시절, 미래를 내다보는 상상력 하나로 바다 속 깊은 곳의 신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명작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없었으면 '잠수함'을 만든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고전명작은 공상과학과 관련이 있다. 1869년에 상상한 미래의 모습과 2013년에서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면 흥미롭다.

오서경 한우리 독서문화정보개발원 연구실장은 "대부분 저학년 때에는 창작 동화를 읽고, 고학년 때에는 비문학을 많이 읽는다"며 "하지만 창작동화와 고전은 문장의 흐름이 다르고, 고전과 같이 제대로 된 문학을 읽을 때, 읽기의 호흡을 키우면서 독서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고학년부터 고전명작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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