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등장한 ‘통섭'(consilience)이라는 단어는 이제 학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슈가 됐다. 과학과 인문학을 통섭하는 메타(meta) 학문. 흥미로운 제안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최재천 교수(이화여대 에코과학부)가 설명하는 통섭의 의미를 살펴보자. 먼저, ‘통합’은 서로 이질적인 단위들을 묶는 물리적 개념이다. ‘융합’은 하나 이상의 것이 녹아서 하나가 되는 화학적 합침이다. 한편, ‘통섭’은 합쳐진 곳에서 새로운 창조적 결과물이 탄생한다. 따라서 생물학적인 개념이다.
진화심리학은 생물학의 한 갈래로, 통섭을 구현하려 시도하는 학문이다. 다윈의 진화론으로 인간의 뇌와 심리기제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기존의 과학 학문 분과들의 기계론적 설명을 벗어나는 것이다. 또한 인문학의 종교적·비과학적 속성을 거부하려는 시도다.
과학이 인간의 정신을 설명할 수 있는가? 진화심리학은 ‘그렇다’고 답한다. 그 방법은 수학적인 개념이 아닌 생물학적 ‘진화’다. 정신은 뇌 속에서 이뤄지는 일련의 작용들이다. 진화심리학은 두뇌가 갖는 기능적 메커니즘이 ‘목 아래쪽 다른 신체’와 마찬가지로 진화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된 심리학적 적응이 인간의 모든 정신적 활동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이라는 용어는 1990년대 이후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많은 영역의 연구에서 사용돼 왔고, 갈수록 그 연구가 활발해 지고 있다. 도움이 될 만한 서적으로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데이비드 버스의 『욕망의 진화』 등이 있다.
경희대학교 대학원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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