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0일 금요일

과학이 찾아낸 역사 속의 ‘시계’

땅속에서 출토된 유물의 연대를 알아내기 위해 고고학에서는 ‘연대결정법’을 사용한다. 앞뒤 순서만을 따지는 ‘상대적 연대결정법’도 있지만 실제 제작연도를 알아내려면 ‘절대적 연대결정법’이 필수적이다. 방사성 탄소, 포타슘-아르곤, 전자스핀 공명 등 최신 과학기법을 동원하는 고고학의 연대결정법에 대해 알아본다.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 대부분은 ‘동위원소(isotope)’ 형태를 띤다. 원자번호가 동일해서 주기율표에서는 같은 위치를 차지하지만 질량이 서로 다른 원소들이다.

같은 탄소 계열이라도 동위원소는 여러 종류가 존재한다. 핵이 6개의 양성자와 6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으면 ‘C-12’라 부른다. 중성자가 7개이면 ‘C-13’이 된다. 이 둘을 합치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탄소 중 100퍼센트에 가까운 양이 된다.


그러나 1조분의1이라는 확률로 양성자 6개에 중성자가 8개인 탄소 동위원소가 생긴다. 우주방사선이 대기권의 질소와 충돌해서 만들어지는 ‘방사성탄소(C-14)’다.

방사성탄소는 구조가 불안정해서 시간이 흐르며 저절로 붕괴를 일으킨다. 그 속도가 일정해서 마치 ‘시계’처럼 시간을 재는 데 이용할 수 있다.

탄소 시계를 이용해 물질의 시기를 측정하는 것이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Radiocarbon Dating)’이다. 예수의 몸을 감쌌다고 여겨지던 이탈리아 토리노의 수의를 분석할 때도 쓰인 방법이다.

미국, 영국, 스위스의 연구소에서 반복 측정한 결과, 기원 전후가 아닌 서기 1260년에서 1390년 사이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동일하게 나타나 신빙성을 입증받기도 했다.

그러나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은 5만 년 이내의 물질에 적용할 때만 정확도가 유지된다. 5만 년부터 50만 년까지의 물질은 ‘우라늄 연대측정법(U Dating)’을, 그보다 오래된 수백만 년에서 수십억 년의 물질은 ‘포타슘-아르곤 연대측정법(K-Ar Dating)’을 사용한다. 모두가 ‘방사성 붕괴’라는 시계를 활용한 측정법이다.

방사성 붕괴를 시계처럼 이용하는 ‘우라늄 연대측정법’

우라늄의 동위원소 중 ‘U-235’와 ‘U-238’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적으로 붕괴한다. 이들은 물에 녹는 수용성을 띠지만 방사성 붕괴 후 생기는 자원소 ‘프로트악티늄(Pa)-231’과 ‘토륨(Th)-230’은 물에 녹지 않는다.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석회석 지층에 물이 침투해 녹기 시작하면 우라늄 동위원소의 붕괴가 시작된다. 이 때 방출되는 알파선을 측정하면 지층의 생성 연대를 비교적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열이온화 질량분광계(TIMS)를 이용해 동위원소의 양을 재면 10만 년당 1천 년 이하로 정확도가 높아진다.

석회석 동굴에서 뼈나 유물이 발견된다면 우라늄 연대측정법으로 주변 지층의 시기를 알아내는 식으로 연대를 결정짓는다.

우라늄을 이용한 또 다른 연대측정법이 있다. 우라늄 동위원소 ‘U-238’는 자연적인 붕괴를 거쳐 납 동위원소가 된다. 이 과정에서 주변 물질의 화학구조에 핵분열의 흔적이 남는 경우가 있다. 이를 통해 연대를 알아내는 것이 ‘핵분열 손상흔 연대측정법(Fission Track Dating)’이다.

▲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석회암에 물이 침투하면 우라늄 동위원소가 붕괴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Wikipedia
우라늄 동위원소가 풍부하게 함유된 유리질의 표면을 갈아내서 산으로 부식시키면 손상흔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광학현미경으로 그 숫자를 세어둔다. 그리고 인위적으로 ‘U-235’ 동위원소를 핵분열시킨다. 마찬가지로 표면 처리를 하고 숫자를 센다.

우라늄 동위원소의 자연 속 존재 비율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두 숫자를 비교하고 동위원소의 양을 측정하면 정확한 연대를 얻어낼 수 있다. 기타 방식으로 대충 알아낸 연대가 170만 년부터 210만 년까지로 나타났다면 우라늄 연대측정법을 이용해 203만 년 ±28만 년이라는 범위로 더 좁힐 수 있는 것이다.

10만 년 이상 유물은 ‘포타슘-아르곤 연대측정법’ 이용
순서를 비교하는 ‘상대적 연대결정법’으로 알아낸 유물의 추정 연대가 10만 년을 넘어가면, 객관적인 데이터로 시기를 알아내는 절대적 결정법 중에서도 ‘포타슘-아르곤 연대측정법’을 사용한다.

‘칼륨’이라고도 불리는 포타슘의 동위원소 ‘K-40’은 반감기가 13억 년에 이르는 느리고 자연적인 붕괴에 의해 아르곤 동위원소 ‘Ar-40’으로 변한다. 일정량의 특정 물질 안에 포함되어 있는 아르곤 동위원소의 양을 측정하면 형성 연대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포타슘 동위원소인 ‘K-39’를 이용하면 아주 적은 양의 표본으로도 정확한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 K-39의 중성자에 충격을 주면 아르곤 동위원소 ‘Ar-39’로 변한다. 여기에 레이저를 쏴서 아르곤을 융해시킨 후 질량을 잰다.

자연적인 암석 내부에 포함된 K-39와 K-40의 비율은 언제나 일정하므로 Ar-39와 Ar-40의 비율도 일정할 수밖에 없다. 그 비율을 측정해 반감기를 적용하면 해당 암석의 생성 연대를 알아낼 수 있다. 특히 화산활동으로 생긴 암석에 대해서는 정확한 연대를 밝히는 최적의 측정법이다.

단점이라면 오차 범위가 10퍼센트에 달한다는 점이다. 암석을 분석해 3억 년 전에 형성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면 3천만 년의 오차를 감안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러 겹의 지층이 쌓여 있을 때는 기타의 연대측정법과 병행함으로써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절대적 연대결정법 중에서 방사성 붕괴를 이용한 위의 방법들은 물질 자체에 포함된 방사성 동위원소를 측정해 시기를 알아낸다. 이에 비해 물질이 외부에서 받아들인 방사성의 양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방식도 있다. 전자스핀공명, 광자극형광, 열형광 등을 이용한 ‘포획전자 연대측정법’이다.

 ScienceTimes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