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급속 해빙 주장 불구 지난해 결빙 면적 크게 늘어
'미니 빙하기' 도래 주장까지
두께 얇아지면서 넓게 퍼진 탓… 북극 날씨 저기압 지속도 영향
CO2 농도 최고… 온난화 입증
지난해 8월 인공위성이 촬영한 북극의 모습. 해빙(가운데 흰 부분) 면적이 관측 이래 가장 작았다. 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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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이달 초 공개한 북극해 얼음(海氷) 영상이 과학계의 지구온난화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영상을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보면 얼음 면적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에 회의적인 학자들은 그것 보라며 빙하기설을 다시 들고 나왔다. 온난화를 고수하는 학자들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지구가 더워지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지구는 정말 더워지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북극해 얼음은 도대체 왜 늘었을까.
"대세엔 영향 없어"
NASA의 영상은 올 8월 중순 인공위성이 촬영한 북극의 모습이다. 희한하게도 지난해 8월 중순 촬영된 것보다 얼음 면적이 약 60%나 늘었다. 굳이 수치를 비교하지 않고 맨눈으로 보더라도 얼음 면적이 늘어나는 것이 뚜렷이 드러난다. 일부 국내외 언론들은 이를 지구온난화가 역행하고 있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이번 영상은 일부 고(古)기후 연구자들의 '미니 빙하기' 주장에 힘을 실어 줬다. 수천 만년 전부터 최근까지 이어져 온 지구 전체의 기후 변화 패턴에 따르면 지금이 다시 빙하기가 올 차례라는 것이다. 다만 예전처럼 동식물이 살아남기 힘들 정도의 대규모 혹한보다는 추위가 심하지 않아 미니 빙하기 또는 소(小)빙하기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유난스러운 한파가 자주 발생하면서 이 주장에 적잖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대다수 과학자들은 여전히 "지구는 분명 뜨거워지고 있다"에 동의한다. 얼음 사진만으로는 지구온난화의 복잡한 양상을 전부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온난화의 증거가 되는 여러 가지 데이터 중 얼음 면적은 특히 불확실성이 높다. 위성 사진은 하늘에 구름이 끼어 있으면 잘 찍히지 않는 데다 단순히 얼음 면적만 나타날 뿐 두께나 날씨와 연관성 등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백민 극지연구소 극지기후연구부 선임연구원은 "올해는 예년에 비해 북극해 상공에 특히 구름이 많았다"고 말했다. 북극 지방에 큰 저기압이 오랫동안 머물러 있어 햇빛이 잘 들지 않고 폭풍이 많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날씨 때문에 얼음이 녹는 속도가 주춤해진 것으로 추측된다"며 "날씨 변화는 일상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지구온난화 추세가 바뀌었다고 결론 짓기엔 무리"라고 설명했다.
얇고 넓게 퍼지는 얼음
북극을 연구하는 많은 과학자들은 "올해 얼음 면적 변화가 특히 흥미롭다"고 보고 있다. 1990년대부터 북극해 얼음은 해마다 계속 줄어들다 지난해 최저점을 찍었다. 그런데 NASA에 따르면 올 2월 갑자기 북극해 얼음 면적이 관측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시 NASA는 "거대한 폭풍이 얼음을 잘게 부숴서 널리 퍼뜨렸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올해 북극의 이상기후 역시 지구온난화와 관련 있을지 모른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편에선 지난해 북극해 얼음 면적은 최소가 됐지만 남극의 얼음은 되레 늘었다는 점을 갖고 지구온난화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북극과 달리 대륙으로 이뤄진 남극은 지역마다 얼음이 줄고 느는 패턴이 훨씬 복잡하고, 사시사철 북극보다 구름이 더 많다"고 말했다. "얼음 두께가 점점 얇아지면서 넓게 퍼지고 있는 데다 온난화로 녹은 대륙 중심부의 얼음까지 바다 쪽으로 흘러가 덩달아 빙하 면적을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 곳곳의 한파 역시 빙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라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지구의 모든 지역이 비슷한 속도로 더워지진 않는다. 가장 온도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지역이 바로 북극이다. 북극해 얼음이 급격히 녹으면 바다 속에 갇혀 있던 엄청난 양의 열과 수증기가 한꺼번에 대기 중으로 올라간다. 이게 눈으로 바뀌어 북극과 가까운 시베리아에 폭설을 내리고, 다시 차례로 다른 지역에까지 한파를 일으킨다. 김 연구원은 "빙하기는 수십만년 단위로 오기 때문에 수십년 정도의 관측자료만으로는 빙하기인지 아닌지를 단정 짓긴 어렵다"고 말했다.
온난화 부추기는 온난화
지구가 온난화한다니까 마치 기온은 지속적으로 오르기만 하고 극지의 얼음은 계속 녹기만 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는 순간순간의 작은 변화가 아니라 큰 추세로 읽어야 한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건국대 녹지환경계획학과 김종진 교수는 "주가가 올라가거나 떨어질 때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얼음 면적을 비롯한 각종 모니터링 데이터를 장기적인 흐름에서 분석하고 예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보면 대세는 여전히 지구온난화라는 것이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가장 객관적인 데이터로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농도 변화를 꼽는다. 지난달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1800년대부터 시작된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바로 지난해까지 변함없이 이어졌다는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관?이래 처음으로 북극 측정소 8곳에서 모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하와이 마우나 로아 이산화탄소 관측소에서도 처음 400ppm 이상이 기록됐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에 이르면 산업혁명 전보다 세계 평균 기온이 2도가량 올라가면서 이상기후 현상이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질 것이란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메탄도 문제다. 이산화탄소처럼 대기 중의 열이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차단한다. 김 교수는 "메탄이 온실효과에 기여하는 비율이 오히려 이산화탄소보다 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며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극지방 땅속에 묻혀 있던 미생물의 분해산물로 배출되거나 가스 형태의 메탄 자체가 빠져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메탄 농도 증가는 결국 지구온난화 악순환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지난달 북극의 모습. 해빙(가운데 흰 부분) 면적이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다. 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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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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