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동행, 심층 면접해보니
"성공 위해 인성보다 성적 중요"
도덕 시간에 조편성 하랬더니
"성적 나쁜 애는 싫다" 티격태격
지난달 말 서울 강북의 A중학교 2학년 교실. 급식실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온 학생들 손에 과자·빵·아이스크림 등이 들려 있었다. 학생들은 과자 봉지와 아이스크림 껍데기를 바닥에 버렸다. 교실 뒤쪽의 쓰레기통을 이용하는 학생은 드물었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교실 바닥엔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청소 당번 따로 있잖아요. 걔들이 수업 끝나고 치울 거예요.”
책상에 걸터앉아 있던 승민(이하 가명·14)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쓰레기를 왜 바닥에 버리느냐”는 질문을 취재진으로부터 받고서다. 옆에 있던 상우도 승민이를 거들었다. "자기가 당번 아닌 날은 다 그냥 바닥에 버려요.” 하루 수업이 다 끝나기까지 쓰레기를 치우는 학생은 보이지 않았다.
중앙일보 교육팀과 경희대 교수진은 지난달 말 서울 시내 중학교 두 곳을 골라 아침부터 밤까지 학생들의 하루 일과를 관찰했다.
교사들에 따르면 청소시간에도 학생들 간에 협동은 찾아보기 어렵다. 강남의 한 중학교 3학년 부장교사는 “학생들이 다같이 청소를 마치고 교사에게 검사를 받는 것은 옛 말”이라며 “자기 담당구역 청소가 끝나면 그냥 가버린다”고 말했다.
취재에 동행한 경희대 김중백(사회학) 교수는 “청소는 학생들이 협동·배려 같은 사회성을 익힐 수 있는 중요한 인성교육 과정인데 이런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강북의 B중학교 1학년 도덕시간. 수업 중에 과제 수행을 위한 조 편성이 이뤄졌다. “너랑 같은 조 하기 싫어. 꺼져!” 한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쏘아붙였다. 남학생은 “나도 싫다”며 화가 난 듯 책상에 엎드렸다. 취재진의 질문에 여학생은 “성적이 나쁜 남학생과 한 조가 된 게 싫었다”고 말했다. 같은 교실의 5교시 과학시간. 수업에 늦게 들어온 학생에게 교사가 주의를 줬다. 학생은 과학책을 책상에 내던지곤 수업 내내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교사들 설명으론 이 정도는 흔하다.
본지와 경희대 연구팀은 지난달 중순부터 최근까지 강남 등 서울 지역 중학생 82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학생들에게 ‘학업성적과 인성 중 무엇이 성공을 위해 더 중요하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성적을 꼽았다. 한 중2 학생은 “어른들끼리 만나면 어느 대학 나왔는지 물어보지 않느냐”고 취재진에 반문했다. 그러면서 “인성보다 공부”라고 잘라 답했다.
학생 중 상당수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학원으로 간다. 지난 11일 오후 5시 서울 대치동 학원가.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에서 저녁 끼니를 때우고선 서둘러 학원 안으로 들어갔다. 오후 10시쯤 학원을 나온 한 중2 여학생은 “집에 가서 빨리 학원 숙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학교에서 학원 숙제를 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이런 학생들에게 급우 간의 속 깊은 대화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은 생소한 듯했다.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받은 적 있느냐’고 물었더니 “동영상을 보고 나서 감상문 비슷한 걸 써 본 적은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강북의 한 중2 남학생의 말은 인성교육이 처한 현실을 보여줬다. “인성이 점차 중요해져 대입 전형에서 반영될 수도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대한 반응이었다. “인성도 평가한다고요? 그럼 인성학원 다녀야 하겠네요.”
중앙일보
“청소 당번 따로 있잖아요. 걔들이 수업 끝나고 치울 거예요.”
책상에 걸터앉아 있던 승민(이하 가명·14)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쓰레기를 왜 바닥에 버리느냐”는 질문을 취재진으로부터 받고서다. 옆에 있던 상우도 승민이를 거들었다. "자기가 당번 아닌 날은 다 그냥 바닥에 버려요.” 하루 수업이 다 끝나기까지 쓰레기를 치우는 학생은 보이지 않았다.
중앙일보 교육팀과 경희대 교수진은 지난달 말 서울 시내 중학교 두 곳을 골라 아침부터 밤까지 학생들의 하루 일과를 관찰했다.
교사들에 따르면 청소시간에도 학생들 간에 협동은 찾아보기 어렵다. 강남의 한 중학교 3학년 부장교사는 “학생들이 다같이 청소를 마치고 교사에게 검사를 받는 것은 옛 말”이라며 “자기 담당구역 청소가 끝나면 그냥 가버린다”고 말했다.
취재에 동행한 경희대 김중백(사회학) 교수는 “청소는 학생들이 협동·배려 같은 사회성을 익힐 수 있는 중요한 인성교육 과정인데 이런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강북의 B중학교 1학년 도덕시간. 수업 중에 과제 수행을 위한 조 편성이 이뤄졌다. “너랑 같은 조 하기 싫어. 꺼져!” 한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쏘아붙였다. 남학생은 “나도 싫다”며 화가 난 듯 책상에 엎드렸다. 취재진의 질문에 여학생은 “성적이 나쁜 남학생과 한 조가 된 게 싫었다”고 말했다. 같은 교실의 5교시 과학시간. 수업에 늦게 들어온 학생에게 교사가 주의를 줬다. 학생은 과학책을 책상에 내던지곤 수업 내내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교사들 설명으론 이 정도는 흔하다.
본지와 경희대 연구팀은 지난달 중순부터 최근까지 강남 등 서울 지역 중학생 82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학생들에게 ‘학업성적과 인성 중 무엇이 성공을 위해 더 중요하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성적을 꼽았다. 한 중2 학생은 “어른들끼리 만나면 어느 대학 나왔는지 물어보지 않느냐”고 취재진에 반문했다. 그러면서 “인성보다 공부”라고 잘라 답했다.
학생 중 상당수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학원으로 간다. 지난 11일 오후 5시 서울 대치동 학원가.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에서 저녁 끼니를 때우고선 서둘러 학원 안으로 들어갔다. 오후 10시쯤 학원을 나온 한 중2 여학생은 “집에 가서 빨리 학원 숙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학교에서 학원 숙제를 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이런 학생들에게 급우 간의 속 깊은 대화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은 생소한 듯했다.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받은 적 있느냐’고 물었더니 “동영상을 보고 나서 감상문 비슷한 걸 써 본 적은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강북의 한 중2 남학생의 말은 인성교육이 처한 현실을 보여줬다. “인성이 점차 중요해져 대입 전형에서 반영될 수도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대한 반응이었다. “인성도 평가한다고요? 그럼 인성학원 다녀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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