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0일 금요일

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

 
▲ '나약한 갈대'의 파스칼. 수학과 철학에서 남긴 업적이 대단하다.
"Man is only a reed, the weakest in nature; but he is a thinking reed. There is no need for the whole universe to take up arms to crush him; a vapor, a drop of water is enough to kill him. But even if the universe were to crush him, man would still be nobler than his slayer, because he knows that he is dying and the advantage the universe has over him. The universe knows nothing of this."

"인간은 자연에서, 그것도 가장 약한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생각하는 갈대다. 우주(자연)는 팔을 뻗어 인간을 때려눕힐 필요가 없다. 한 개의 물방울이나 수증기로 인간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우주(자연)가 인간을 공격한다면 인간은 그를 죽인 살인자보다 더 고귀하게 변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과 우주(자연)가 준 장점(교훈)이 무엇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자연)는 이러한 것을 전혀 모른다."
-파스칼(1623~1662): 프랑스 과학자, 종교철학자-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의 모든 철학이 담겨 있는 명언입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인간이 최고라는 겁니다. 비록 물방울 하나로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은 나약하지만 사고가 있고 생각할 줄 알기 때문에, 그래서 그 어려움을 극복할 줄 알기 때문에 자연이나 우주라는 거대한 물체도 나약한 인간이 싸워서 이기고 지배할 수 있다는 거죠.

여러분은 파스칼을 사상가나 철학자로만 생각하나요? 아니면 수학자로 생각하나요? 오늘 소개하는 명언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 때문에 아주 심오한 철학자로 생각하나요? 그리고 그의 저서 <팡세>(Pensees) 때문에 깊은 식견의 사상가로 생각하나요? 파스칼은 위대한 사상가이기도 하지만 ‘파스칼의 정리’(Pascal’s Theorem), ‘파스칼의 원리’(Pascal’s Principle)를 남긴 위대한 수학자입니다.

하루는 사람들이 당시 최고의 수학자이며 근대 확률이론(the theory of probability)을 이룩한 파스칼에게 ‘신의 존재’를 증명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나 파스칼은 자신의 힘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대신 ‘신이 있다, 없다’를 도박으로 걸었을 때를 가정해서 대답한 말이 있습니다. 후세 사람들은 이를 두고 ‘파스칼의 도박’(Pascal’s Wager), 또는 ‘파스칼의 신의 존재에 대한 도박’이라고 불렀습니다.

"Pascal argued that it is a better ‘bet’ to believe that God exists, because the expected value of believing that God exists is always greater than the expected value resulting from non-belief."

해석하면 "파스칼은 신의 존재를 믿는 쪽이 보다 나은 베팅(도박)이라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신의 존재를 믿는 쪽의 기대가치(확률에서의)가 안 믿는 쪽의 기대기치보다 언제나 크기 때문이다."

이어서 "Indeed, he claimed that the expected value is infinite. With this, he sought to convert those, to Christianity, who were uninterested in religion and unimpressed by previous theological arguments for it."

"사실, 파스칼은 기대가치는 (당장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무한하다고 주장했다. 이것(파스칼의 도박)을 통해 파스칼은 종교에 흥미가 없거나 신학적 논쟁으로 종교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키려고 노력했다."

▲ 파스칼은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고 말했다. ⓒ
이 이야기는 파스칼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파스칼의 사후 만들어진 유고집 <팡세>에 나오는 이야기로 그의 신학과 철학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년에 모든 것을 버리고 수도원에 들어가 종교에 몰입한 것을 보면 이러한 주장은 과장이라고 생각됩니다. 팡세는 영어로 ‘thoughts’(생각, 사상)를 말합니다. 파스칼이 죽은 후 그의 단편적인 사상이나 일화, 명언들을 모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스칼의 도박’이 흥미가 있기 때문이든, 아니면 파스칼의 수학에 기반을 둔 철학사상을 잘 대변하고 있든 간에, 널리 알려져 우리를 즐겁게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종교, 밑져야 본전이라면 믿을 필요가 있지"라는 이야기도 됩니다.

또는 "하나님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몰라. 그러나 그 존재를 무시해 믿지 않다가 나중에(죽어서) 하나님을 만나 봉변을 당하느니, 조금 힘이 들더라도 믿어 보는 것이 더 나은 게 아니겠어. 나는 믿는 쪽에 걸 거야" ‘파스칼의 도박’과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실 이렇게 생각하면서 교회를 나가고, 절을 가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As Pascal sets it out, the options are two: believe or not believe. There is no third possibility. 파스칼이 지적한 대로 선택은 두 가지다. (신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것이다. 제3의 선택은 없다"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면 신을 믿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말입니다. "We can secure more safety from the belief in the existence of God than non-belief. 우리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보다 존재를 믿는 것이 보다 많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파스칼이 이룩한 확률이론은 파스칼의 도박성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난하게 자란 파스칼이 수학계의 거목으로 명성을 이룬 후 신분이 높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도박에 빠졌고, 그 도박 속에서 수학적 재능이 있던 파스칼이 이를 놓치지 않고 확률이론을 성립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파스칼의 이러한 이야기를 믿을 것인가, 아닌가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그러나 제3의 선택도 있습니다.

"Belief is a wise wager. Granted that faith cannot be proved, what harm will come to you if you gamble on its truth and it proves false? If you gain, you gain all; if you lose, you lose nothing. Wager, then, without hesitation, that He exists.

설명한 것과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란 현명한 도박이다. 믿음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가정해 봐라. 진리에 돈을 걸었는데 그게 거짓으로 나타난다면 얼마 큰 손해를 보겠는가? 딴다면, 따서 싹쓸이를 한다면, (반대로) 잃었는데 별로 잃은 게 없다면? 그래서 주저하지 말고 신의 존재에 걸어라."

▲ '파스칼의 정리'. 사영기하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
17세기나 18세기 유럽의 철학자들은 대부분 수학자들이 많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파스칼도 그렇습니다. 만약 성향(orientation)이 어느 쪽에 가깝냐고 묻는다면 파스칼은 아주 수학적인 편이라고 말할 수 있고 데카르트는 반반이고 가우스 같은 사람은 99% 이상 수학 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사조로 볼 때 철학 쪽이냐? 수학 쪽이냐? 라고 구분 짓는 자체가 어렵고, 이 구분 자체가 어리석은 일입니다. 수학 속에 철학이 있었고 철학 속에 수학이 있었던 겁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과학과 철학을 생각하면 될 겁니다. 당시에 과학과 철학의 구분이 없었죠.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 시대에는 철학 속에 과학(수학)이 있었고, 근세 유럽에서는 수학 속에 철학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철학이 과학(수학)을 지배했고 근세 유럽에서는 과학이 철학을 지배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철학과 과학을 하나로 본다는 차원에서는 마찬가지지만 그 성격은 아주 다릅니다.

영국의 산업혁명 등 과학기술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자 유럽에서는 철학이나 인문학에서도 과학의 바람이 거세게 붑니다. 철학이든 사상이든 이론을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접근하자는 운동이 펼쳐집니다. 합리주의라는 거죠. 그래서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게 등장하고 그러한 사상의 체계는 오늘날까지도 계속돼 서구사상의 모태가 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고리타분하고 구름 잡는 식의 철학이나 사상은 저리 가라’라는 이야기입니다. 과학적이고 실질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이론이 아니라면 그런 철학이나 사상은 필요 없다는 사조가 불어 닥칩니다. 그러한 물결 속에서 위대한 수학자이자 위대한 사상가 ‘생각하는 갈대’의 파스칼이 등장하는 겁니다.

"Man’s greatness lies in his power of thought. 인간의 위대함은 사고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명언도 남겼습니다. "Man is obviously made for thinking. Therein lies all his dignity and his merit; and his whole duty is to think as he ought. 인간은 확실히 사고하기 위해 태어났다. 인간의 존엄성과 장점이 거기에 있다. 그리고 인간의 의무 또한 생각하는 데 있다."

파스칼이 이야기하는 사고와 인간의 위대함에 대한 대답은 간단합니다. 과학과 기술입니다. 인간의 사고는 과학과 기술을 만들어 내고 그것으로 인해 질병을 고칠 수 있고 자연이 주는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나약한 존재지만 자연의 만물 가운데 으뜸이고 최고라는 이야기입니다.

파스칼은 위대한 수학자, 위대한 철학자에 걸맞게 많은 명언을 남겼습니다. "The multitude which is not brought to act as unity, is confusion. That unity which has not its origin in the multitude is tyranny. 통일로 이어지지 않는 다수(대중)는 혼란일 뿐이다. 그리고 뿌리가 없는 다수(대중)의 통일은 독재다." 조금 추상적이지만 무슨 의미인지 아시죠?

파스칼은 수학자이며 기독교를 신봉한 종교 철학자입니다. "Evil is easy, and has infinite forms. 악은 쉽게 저지를 수 있으며 무한한 형태로 나타난다."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과 죄악에 대한 지적으로 "I have discovered that all human evil comes from this, man’s being unable to sit still and quiet in a room alone. 모든 인간의 악은 여기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인간은 방안에서 혼자 침묵을 지키며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명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인간은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악을 짓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인간의 위대함도 나타난다." 그런 뜻이 아닐까요?

▲ 파스칼이 남긴 유명한 책 팡세. ⓒ
종교적인 이야기로 이런 글도 남겼습니다. "Jesus is the God whom we can approach without pride and before whom we can humble ourselves without despair." 해석하면 이렇습니다. "예수는 우리가 자존심을 져버리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신이다. 그리고 그 앞에서는 절망하지 않고 겸손할 수 있다."

"Faith embraces many truths which seem to contradict each other. 믿음은 서로가 모순처럼 보이는 진리들을 품을 수 있다." "Faith is different from proof; the latter is human, the former is a Gift from God. 믿음은 증명과는 다르다. 후자(증명)는 사람의 일이지만 전자(믿음)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유럽의 합리주의 조류 속에서 태어난 연약하고 섬세한 지성인 파스칼의 명언들은 과학을 넘어 종교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한 게 많습니다. 파스칼은 후세에 갈수록 이런 말들을 많이 남겼는데, 이 때문에 종교적 독단주의에 빠졌다고 지적받기도 합니다.

수학과 더불어 합리주의에 빠져 있었던 파스칼은 말년에 이르러 합리주의나 전공인 수학과 같은 과학이론에 회의를 느낍니다. 수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병약했던 파스칼이 말년에 의지할 곳은 기독교의 하나님이었습니다.

말년에 몸은 연약해지고 자주 병고에 시달립니다. 수학조차 포기하고 수도원에 들어 간 그는 사변적인 사고에 빠졌고 거기에서 몇몇 친구들과 서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교환합니다. 이게 파스칼의 <팡세>입니다. 또한 유명한 <시골친구에게 쓴 편지>(Provincial Letter)라는 편지 모음집이 되었지요.

파스칼은 클레르몽페랑에서 태어났습니다. 3세 때 어머니를 잃고 소년시절 아버지를 따라 파리로 옵니다. 가난해서 학교 교육은 받지 않았으나 혼자서 유클리드기하학을 공부했습니다. 16세에 ‘원뿔곡선 시론’을 발표하여 당시의 수학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버지의 세무일을 돕기 위해 1642년 계산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아버지와 함께 루앙에 있을 때 많은 수학적 업적을 남겼고, 1647년 자신의 병을 진단 받기 위해 파리로 돌아왔을 때 병문안을 온 데카르트와 친분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1654년 11월 어느 날 밤 종교적 환희를 체험한 후 모든 연구를 버리고 ‘포르 루아얄 수도원’(Port Royal Society)으로 들어갑니다.

▲ 종교에 귀의해 종교개혁에도 앞장선 파스칼은 얀센주의를 옹호했다. ⓒ
파스칼은 종교개혁에도 앞장섰습니다. 당시 프랑스의 가톨릭교회 내에서는 정치적 주도권을 쥐고 있던 예수회와 포르 루아얄에 모인 얀센주의(Jansenism) 사이에 신학상의 격렬한 논쟁이 벌어집니다.

그는 <시골 친구에게 부치는 편지>라는 제목의 편지형식의 글을 익명으로 속속 간행하여 예수회 신학의 기만을 폭로하고 오만불손한 윤리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1656년 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18편의 서한문을 발표했습니다. 얀센주의는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이단으로 지목됐습니다.

생각이 많으면 병이 많다고 했나요? ‘나약하지만 생각하는 갈대의’ 주인공, 병약한 지성인 파스칼은 ‘그리스도교 변증론’을 집필하기 위해 초고를 쓰기 시작했으나 완성하지 못한 채 39세의 일기로 생애를 마칩니다. 근세 유럽의 합리주의 조류 속에서 말년에 회의를 품고 합리주의를 등진 채 종교에서 자신을 구하려고 했던 수학자, 철학자라고 이해한다면 무리가 없을 것 같네요.

"The struggle alone pleases us, not the victory. 혼자만의 연구(투쟁)는 우리를 기쁘게 하지만 (최종적인) 승리는 아니다." "과학(수학)적 발견은 우리에게 기쁨과 환희를 주지만 최종적인 승리는 신에 대한 귀의(歸依)다." 그런 뜻일 것 같네요.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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