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4일 화요일

자신은 습관처럼 거짓말 … 친구 부정행위엔 강력 항의

중학생들의 이중잣대
"정직하면 바보 … 이용만 당해"
"친구·부모 속이고 있다" 32%
"결과 위주 교육이 아이들 망쳐"
“시험 때 부정행위처럼 남이 잘못하는 것에 대해선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요. 자신에게 손해가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죠.”(서울 중랑구 A중 1학년 담임교사)

 “잘못했을 때 끊임없이 자기 변명을 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는데 사실이 아닌 게 빤히 보이거든요. 그래도 인정을 안 해요.”(서울 강남구 B중 3학년 담임교사)
 


 타인의 부정과 비리에 대해선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반면에 자신의 잘못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부모나 교사, 친구에게 거리낌 없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언뜻 모순된 모습으로 보이는 이 같은 현실은 중학생들이 갖고 있는 도덕성의 단면이다. 타인에겐 엄격하면서도 스스로에겐 관대한 일부 어른들의 이중잣대가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영돼 있는 모습이다. 취재팀이 서울·경기도 지역 중학생·교사·학부모 119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다.

 이는 객관적 수치로도 나타난다. 경희대·중앙일보의 인성지수 조사(중학생 2171명 조사)에서 정직(61.7점)은 10개 지표 중 가장 낮았다. 반면에 정의(81.3점)는 제일 높았다. 인성을 이루는 세 가지(도덕성·사회성·정서) 영역 중 유독 도덕성에 속하는 두 개의 지표에서 이런 상반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뭘까.

 “정직은 자신에 대한 잣대이고 정의는 타인에 대한 잣대입니다. 스스로는 정직하지 못하면서 남의 잘못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거죠.” 경희대 김병찬(교육학) 교수는 “전반적으로 도덕성 지표가 낮은데 정의만 높은 것은 타인의 부정이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이기적 동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층 인터뷰를 하는 동안 만난 82명의 중학생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직하면 아이들한테 이용당해요. 바보 취급하고 모자라는 애라고 생각하죠.”(서울 동대문구 C중 3학년 남학생), “TV에 나오는 장관이나 국회의원들 보면 다 거짓말하잖아요. 정직하면 성공 못하는 것 아닌가요.“(서울 노원구 D중 3학년 여학생)

 교사들도 학생들이 정직하지 못한 부분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경기도 수원 E중 3학년 담임교사는 “담배꽁초가 주머니에서 나와도 현장을 목격하지 않으면 안 피웠다고 발뺌한다”며 “거짓말이 습관화돼 있다”고 말했다.

 인성지수 조사에서 중학생 32.5%는 “친구나 부모를 속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박모(45·여·경기도 고양시)씨는 “집에서 게임을 못하게 했더니 PC방을 가려고 계속 거짓말을 한다”며 “거짓말이 늘면서 일상적인 대화도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길에서 돈을 주우면 주인을 찾아주겠느냐”는 질문에는 41.8%가 찾아주지 않겠다고 답했다. D중 강모(15·3학년)군은 “주인 찾아주겠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잃어버린 게 잘못”이라고 말했다.
 
 심층 인터뷰에 참여했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이문재 교수는 “무조건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지나친 결과 위주 교육 방식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며 “어른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 A중 교장도 “ 아이들이 문제인 것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인 대상 조사에서 어른들의 인성지수는 높은 편이 아니었다. 교사는 83.5점으로 괜찮았지만 부모(73.6점)는 학생(69.8점)과 별 차이가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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