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기준 삼아 순서를 따지는 ‘상대적 연대결정법’
역사책보다 오래된 유물의 대다수는 땅속에서 출토된다. 주변의 흙을 살펴보면 여러 유물 중 어느 것이 더 오래됐는지 알 수 있다. 아래에 놓인 지층이 위쪽보다 더 먼저 퇴적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위적으로 훼손된 적이 없어야 한다.
이렇게 순서에 따라 유물의 나이를 배열하는 방법을 ‘상대적 연대결정법’이라 한다. 특정한 기준 없이 서로의 관계를 따져서 연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상대적 연대결정법을 위해서는 ‘편년’을 설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층이나 물건을 시기의 순서대로 연결해 연대를 부여하는 것이다. 제작 솜씨와 모양이 정교할수록 기술이 발전했다는 증거이므로 후기에 만들었다고 여긴다.
인류의 초기 역사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크게 나눈 것도 편년을 이용한 구분법이다. 유물의 모양 중 비슷한 것을 한데 묶어 하나의 시기로 설정한 후 소재나 정밀도에 따라 순서를 정하면 편년이 완성된다.
▲ 순서배열법을 이용해 고고학 연구에 최초로 체계적 방식을 도입한 영국의 고고학자 플린더스 페트리 ⓒWikipedia |
19세기 후반에 활동한 영국의 고고학자 플린더스 페트리(Flinders Petrie)는 순서대로 배열하는 방식만으로도 정확한 편년을 알아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는 이집트에서 발굴된 토기를 비슷한 연대끼리 묶어서 하나의 그룹으로 만들었다. 기다란 종이 띠를 가로로 놓고 해당 그룹의 토기를 이어서 그려 넣었다.
이런 방식으로 각 그룹의 토기가 그려진 종이 띠를 여러 장 만든 후 위에서 아래로 나열했다. 인접한 띠에서 공통된 모양의 토기가 발견되지 않으면 종이 띠의 위치를 바꾸었다. 반복 작업 끝에 연결점이 분명해지면 맨 위를 기준으로 시기를 매겨나갔다.
단순한 방법이지만 효과는 분명했다. 이후의 학자들이 과학적인 방법으로 재조사를 실시했을 때도 페트리의 방식이 옳은 것으로 드러났다.
빙하, 꽃가루에서도 힌트를 찾아내 순서를 매긴다
지층에서 발견된 다른 증거들도 편년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시기에 따라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이에 따라 빙하의 면적도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한다. 지층에 남은 빙하의 흔적을 연구하면 몇 번의 빙하기가 있었는지 그것이 언제인지를 추산할 수 있다.
꽃가루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대부분의 꽃가루는 손으로 비비면 뭉개져 사라지지만 땅에 떨어지면 오랜 시간이 흘러도 거의 훼손되지 않는다. 지층이나 진흙에 포함된 꽃가루를 상대적 연대결정법에 따라 순서를 매기면 기후에 따른 식생의 변화를 연대별로 정리할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요소를 이용해 편년을 구축하고 서로 비교해 기준 연대표를 만든다. 이후 발견되는 유물은 이 연대표에 따라 대략의 시기를 추산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땅속에서 발굴된 것이 아니라 집안이나 상자 안에 대대손손 보관해온 물건은 어떻게 연대를 측정할까. 매년 꺼내 먼지를 털어내고 깨끗이 닦아내는 바람에 흙도 꽃가루도 묻어 있지 않고 모양도 독특해 편년에 없는 유물이라면 어떨까.
이런 경우에 필요한 것이 ‘절대적 연대결정법’이다.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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