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유일한 정답이 있을까요
독특하게 정교하게 생각해보세요
창의성은 남이 보지 못하는 특별한 관점에서 사물을 보거나 새롭고 비범한 생각을 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은 더 많이 생각할 수 있고(유창성), 기존의 아이디어를 서로 결합해 새로운 것을 고안할 수 있고(융통성), 남이 생각하지 않는 독특한 점을 생각하고(독창성), 아이디어를 보다 구체적이고 정교하게 현실화할 수(정교성) 있습니다. 이런 능력은 소설가 과학자 화가 음악가 사업가 요리사 같은 전문 직업을가진 이들은 물론이고 친구에게 멋진 생일 선물을 준비하려는 어린이에게도 필요합니다.
창의성은 기를 수 있을까요? 물어보나마나 ‘네(YES)’입니다.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지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논리력과 창의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어린이의 얼굴과 성격이 모두 다르듯이, 누구에게나 있는 창의적인 능력은 잠재능력의 정도가 다를 뿐 발현될 씨앗을 모두 갖고 있는 셈이죠.
창의성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간단히 답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창의성의 꽃을 피우느냐, 아니면 이제 겨우 움튼 창의성의 싹을 시들게 하느냐는 잠재된 창의적 능력을 얼마만큼 자극하고 사용하게 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자, 이제부터 창의성을 자극하고 기를 수 있는 재미있는 문제를 만나볼까요. 아래 네 사람이 달리기를 하려고 출발선에 서 있어요. 네 사람 중 누가 1등을 할 것 같은지 말해 보세요. 그리고 왜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함께 설명해 보세요.
누가 1등 할지를 말하기 전에 먼저 네 사람의 모습을 잘 살펴보세요. 혹시 왼쪽의 남자 어린이가 1등을 할 것처럼 보이나요? 피곤한 얼굴과 무거운 몸을 보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옆의 여자 어린이를 우승 후보로 꼽으면 어떨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날렵하지만 굽이 높은 부츠를 신고 달리기가 쉽지는 않겠죠.
다음으로 천하무적 스파이더맨을 보세요. 달리기에 맞지 않은 오리발을 신은 모습을 보면 1등 후보에서 멀어져 보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멋진 운동복을 입은 할아버지는 어떨까요? 왕년에 달리기 선수였으니까 여유 있는 모습이긴 하지만 지팡이를 짚고 있어 약간 불안해 보이지요. 이렇게 각각의 특징을 살펴보면 1등을 손꼽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정답이 있는 건 아닙니다. 자, 이제 1등 예상자로 누구를 꼽을 건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됐는지 함께 말해 보세요.
이런 문제처럼 다양한 답이 가능하면 ‘열린 문항’이라고 합니다. 창의성을 자극하고 기르는 연습을 할 때는 정답을 알아맞히는 문제보다는 열린 문항이 도움이 됩니다. 창의성의 네 가지 기능인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정교성에 각각 맞춰 구체적인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하얗고 먹을 수 있는 것을 5분 이내에 최대한 많이 말해 보세요라는 열린 문항에 쌀 밀가루 뻥튀기 아이스크림 우유 식빵 바나나 도라지 콩나물 밤처럼 많은 답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유창성을 기르는 문항입니다. 유창성은 정해진 시간 안에 집중해서 생각하고 최대한 많이 대답하는 창의성의 하나입니다.
어떤 어린이는 하얗고 먹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대답을 하지 않고 밥솥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이 어린이는 많은 답을 쏟아내는 유창성은 부족하지만 다른 어린이가 하지 못한 특별한 대답을 했으므로 독창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답니다.
지우개 달린 연필, 주머니 있는 바지, 바퀴 달린 의자, 짧은 철사를 가시처럼 매단 철조망은 발명품입니다. 서로 다른 것을 합해 만들었습니다. 지우개 달린 연필은 지우개를 자주 잃어 버려 애먹은 화가가 발명했습니다. 어느 날 외출하기 위해 거울 앞에 섰다가 모자를 쓴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머릿속에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머리 위에 눌러 쓴 모자처럼 연필 끝에 지우개를 씌우면 잃어버리지 않고 편리하게 쓸 수 있다고요. 이 화가는 창의적인 능력 중에서도 융통성이 매우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서로 다른 것을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을 융통성이라고 합니다.
정교성은 단순한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하늘을 날고 싶었던 라이트 형제는 실제로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을 날았습니다. 만약 ‘하늘을 나는 물건’이라는 아이디어만 떠올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수십 번, 수백 번 실험하고 연구하지 않았다면 라이트 형제는 그저 재미있는 상상력이 가득한 사람에 불과했겠죠. 단순한 생각을 구체화해 실제로 완성해 낸 라이트 형제는 정교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교성이 높으면 하얗고 먹을 수 있는 것에 많은 가짓수의 대답을 하지는 못하지만 아이스크림 대신 부드러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나 밤 대신 갈색 껍질을 깐 하얗고 고소한 밤이라고 말합니다.
창의성은 누구에게나 있는 잠재적인 사고 능력입니다. 이를 기르고 발현시킬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활짝 열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창의성의 문이 점점 닫히게 된답니다. 이 문이 닫히기 전에 창의성을 자극받아야 좋습니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마음껏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기회가 얼마나 될까요? 어떤 것을 많이, 다양하게, 독특하게, 정교하게 생각하는 연습을 한다면 숨겨진 창의성이 쑥쑥 자라겠죠.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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