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30일 월요일

아이비리그 준비하던 외고 유학반,국내大 수시 지원한 까닭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외국어고등학교 유학반 학생들이 국내 대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학반 학생의 약 3분의 1 정도가 국내 대학 1차 수시에 지원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 경기침체로 현지 취업이 불투명해진데다 학부모들의 학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 소재 6개 외국어 고등학교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유학반을 운영해 온 대원외고는 올 9월에 치러졌던 국내 대학 1차 수시에 46명 가운데 15명이 지원했다. 총 인원의 약 30%가 국내 대학에 원서를 쓴 것이다. 유학반 학생의 국내 대학 지원은 학생들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이 학교 관계자는 밝혔다.

대원외고 유학반 관계자는 “미국 경기 침체로 (미국 대학에)입학을 하더라도 취업에 대한 리스크가 있어 상당수 학생들이 국내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해외 대학 수시 위주로 지원했던 과거와 달리 지난해부터는 해외·국내 대학 수시전형에 모두 지원하는 학생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 대학과 국내 대학 수시 전형은 모두 12월 말에 마무리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라도 합격을 하면 정시 지원은 하지 않는 것으로 자체 규정을 만들어 둔 상태”라며 “학생들에게 억지로 기회를 박탈할 수는 없어 국내 대학 수시전형에도 지원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고 유학반의 국내 대학 유턴 현상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 침체와 관련이 깊다. 미국 취업률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비싼 유학비를 투자해도 취업이 안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유학반 학생들 사이에 퍼져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 재정 악화로 장학금 지원이 축소된 점도 유턴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일반고에서는 이런 현상을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학반 학생들이 국내 대입 수시전형에 지원하면 토익·토플 점수를 보는 특기자 전형에서 일반고 학생들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일반고 학생을 둔 학부모는 “유학반에서 공부한 아이들과 (일반고 학생의)영어실력이 게임이 되겠냐”며 “국내 명문대 수시 진학 문이 더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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