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마노프고등과학원 석학교수 일침
2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고등과학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젤마노프 교수는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갖도록 이끄는 노력은 꾸준히 해야겠지만, 수학 과목을 쉽게 바꾼다고 해서 더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공부하진 않는다. 오히려 수학을 남보다 잘 할 수 있는 학생마저 흥미를 잃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쉬운 수학'을 지향해 수학 커리큘럼을 축소한 많은 미국 학교에서 실제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39세 때인 1994년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메달을 받았고 현재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수학과 석좌교수이기도 한 그는 96년 고등과학원 설립 때부터 매년 여름을 한국에서 보내고 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인 명효철 고등과학원 제4대 원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수학에는 로직(논리)이 숨어 있습니다. 학생 스스로 찾아야죠. 완성된 작품(정답)만 알려 하지 말고, 작품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이해하는 게 진짜 수학이에요. 많은 학생이 어릴 때부터 의미 없는 계산에 매몰돼 수학의 아름다움을 모른 채 학창 시절을 보내는 게 안타깝습니다." 수학 속 논리를 이해해 직관력과 통찰력, 추론 능력을 기르는 과정은 어렵지만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 데 꼭 필요하다는 게 그의 수학 교육 철학이다.
한국은 중국, 미국, 러시아와 함께 올림피아드 같은 국제 수학대회에서 해마다 상위권에 오른다. 하지만 젤마노프 교수는 "정해진 답을 제한된 시간 안에 찾는 대회 문제와 공개된 자료만 갖고 수년 동안 푸는 필즈메달 문제는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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