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1일 수요일

논술의 기초 3원칙 ① 문제 분석의 원칙

얼마 전 각 대학의 수시 원서접수가 마감되었다. 이제 논술시험 일정이 얼마 안 남았다. 본격적으로 논술을 대비해야 한다. 오늘부터 논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몇 주간에 걸쳐 논술의 기초 원칙을 설명하고자 한다.

◆논술의 핵심: 결론의 명료성과 이유의 구체성

많은 학생들이 논술을 어려워한다. 하지만 전혀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논술 또한 시험이다. 질문에 대해 답을 하면 된다. 그런데 다른 시험과 논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왜 그것을 답이라고 생각하는지" 이유를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가지만 신경쓰면 논술 초보자라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① 질문에 대한 답을 최대한 명료하게 정리할 것 ② 이유를 최대한 자세히 설명할 것.

◆논술의 어려움: 시간과 분량 제한

이렇게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것이 의외로 어렵다. 가장 큰 어려움은 시간과 분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논술은 기본적으로 제시문도 한글, 문제도 한글이다. 제시문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여러 번 읽고 찬찬히 생각해 보면 누구든 다 잘 풀 수 있다. 그런데 시간적으로 촉박한 가운데 제시문을 빨리 읽고 생각을 정리하려니 무의미한 내용을 두서없이 나열하다 끝나는 것이다.

◆대응방안: 문제 분석을 통한 사전 답안 구상

해결책이 있다. 시험지를 받으면 가장 먼저 문제를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다. 이때 해야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① 넘버링을 하며 답해야 하는 세부 질문들을 정리할 것 ② 각각의 세부 질문들에 분량을 얼마나 배분해야 할지 계획할 것. 실제 사례를 통해 연습해 보자.

"제시문 [가]를 참고하여, [나]와 [다]의 논지를 비교 대조하라." (800~1000자) (2013 서강대 기출)

먼저 세부 질문을 정리해 보자. 세부 질문 정리를 할 때에는 문제의 구절들을 세심히 따라가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최대한 촘촘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① [가]를 참고하라고 했으니 먼저 [가]의 내용을 정리해 주어야 한다. ② 그 다음 [나]와 [다]의 논지의 공통점과 ③ 차이점을 해명해야 한다. 참고로 비교는 공통점, 대조는 차이점을 의미한다. 질문에서 굳이 비교 대조라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공통점도 반드시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논지는 결론과 이유를 의미한다. 공통점, 차이점을 찾은 이유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각 제시문의 결론과 이유가 반드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분량을 배분해 보자. 분량 배분의 기본 원칙은 세부 질문 별로 1:1로 배분하되, 중요도가 높거나 많은 제시문을 활용해야 하는 세부 질문에 대해서는 추가 분량을 할애하는 것이다. 위 문제에서 답해야 하는 세부 질문은 크게 3가지이다. [가] 참고, [나][다] 공통점, 차이점. 그렇다면 300, 300, 300자씩 배분할 수 있다. 하지만 공통점과 차이점을 제시할 때는 [나]와 [다]의 논지를 근거로 제시해야 하므로 추가 분량이 필요하다. 따라서 ① [가] 요약 200 ② [나][다] 공통점 400 ③ 차이점 400자씩 배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차이점을 2가지 이상 지적하는 경우 공통점 300, 차이점 500으로 약간의 조정을 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2)의 관점에서 (1)의 (가), (나)를 논평하고, (2)와 (3)의 차이에 주목하여 '상품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900±50자) (2013 고려대 기출)

세부 질문 정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① (2) 관점 정리 ② (가) 논평 ③ (나) 논평 ④ (2)와 (3) 차이 해명 ⑤ 상품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 논술. 참고로 논평은 이유를 논리적으로 밝혀 평가하라는 뜻인데, 평가는 긍정 또는 부정적 가치판단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2)의 입장에서 (가)와 (나)를 보았을 때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판단하고, 이유를 제시해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논술은 이유를 들어 논리적으로 서술하라는 의미이다.

상대적으로 분량 배분이 어렵다. 이 문제에는 상당히 많은 요구사항이 제시된 반면, 분량은 총 900자에 불과하다. 고득점을 위해서는 체계적 분량 배분이 매우 중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내용을 다 알고서도 분량 조절에 실패해 불합격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요구사항 간의 중요도는 일반적으로 요약 < 비교 < 적용설명 < 비판 < 견해·해결책 순이다. 말하자면 이 문제에서는 ① 요약과 ④ 비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②③ 논평과 ⑤ 견해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그런데 비교는 두 제시문을 모두 언급해 주어야 하므로 분량이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① (2) 관점 100 ② (가) 논평 150 ③ (나) 논평 150 ④ (2)(3) 차이 200 ⑤ 생각 300자 정도로 배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논점 일탈과 구조 불균형을 피해야

문제 분석에 충실하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논점 일탈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술은 백일장이 아니다. 희대에 길이 남을 명문을 작성하더라도 질문과 무관하다면 시험에선 탈락이다. 두 번째 장점은 전체 분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짜임새있는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부 질문이 여러 가지라도 배점이 전부 동일한 것은 아니다. 고득점 항목을 집중 서술한다면 득점에 유리한 답안을 완성할 수 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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