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원전만 배우지 않아… 해법 찾는 학문
기업에선 종합적 사유·판단하는 인재 원해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근본적인 고민은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왜 살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을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죠.
철학(Philosophy)의 영어 어원은 지혜를 뜻하는 '필로스(Philos)'와 사랑을 뜻하는 '소피아(Sophia)'입니다. 말 그대로
'지혜에 대한 사랑'이 철학이죠. 결국 모든 학문의 바탕은 철학인 셈입니다."
김성민(55) 건국대 철학과 교수는 "철학은 우리가 가진 질문의 상당 부분을 풀 수 있는 공부"라고 말했다. 2009년부터 한국연구재단 인문한국(HK)지원사업 중 최대 규모인 통일인문학연구단 단장을 맡은 그는 인문학을 바탕으로 통일의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철학은 고전, 원전만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현실에서의 해법을 찾아내는 학문"이라는 김 교수와 이윤하(22·건국대 철학과 3년·사진 오른쪽)씨를 이동혁(16·서울 숭문고 2년)군이 만났다.
◇철학은 배고픈 학문? 철학에 대한 수요는 사라지지 않을 것
이동혁 군은 "흔히 철학과는 장래에 경제적으로 힘든 전공이라는 인식이 있다"는 질문을 던졌다. 김 교수는 "철학이 좋아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들도 대부분 이 고민에 고개를 끄덕인다"면서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철학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60·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예로 들었다. 현시대의 정의와 관련된 여러 딜레마를 철학과 연결해 풀어낸 이 책은 미국 현지에서 약 10만부가 판매됐지만, 국내에서는 130만부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인간의 근원적인 궁금증 중 하나인 '정의'에 대한 고민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가 이끄는 통일인문연학연구단도 철학과 인문학을 현실에 접목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령 한반도 통일에 대해 살펴볼까요. 이전까지 우리는 사회과학, 정치학, 경제학적 측면에서 통일 방안을 모색해왔어요. 그 결과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한 갈등만 재생산됐죠. 독일에서도 사회, 경제, 정치면에서는 통일됐지만, 지금까지도 동독과 서독 구성원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단 한반도 통일뿐만 아니라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문학, 특히 철학을 바탕으로 사상·정서·문화를 아우르는 연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철학,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학문
1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진행하는 철학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동혁 군은 "처음 참가할 때 따분하고 재미없고 어려운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윤하씨는 "철학과에서는 고전이나 원전만을 공부할 것이라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생명, 환경, 직업윤리 등 다양한 사회 현상과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분석하는 등 다양한 수업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1724~1804)의 말을 인용해 "철학과는 철학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철학함을 배우는 곳"이라며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철학"이라고 말했다.
"미국 법학전문대학원생 중 약 30%가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한 이들이라고 합니다. 국내 법학적성시험(LEET) 출제위원에도 철학과 교수가 반드시 포함돼요. 요즘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미디어콘텐츠 분야에서도 철학적 사유는 중요합니다. 인기 소설, 드라마, 영화의 비결은 첨단 미디어의 활용이 아니라 탄탄한 시나리오에 있습니다. 사랑받는 작품은 철학에서 이야기하는 선(善)과 악(惡)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삼고 있어요."
이윤하씨는 "최근 다전공 혹은 복수전공으로 철학과를 선택하는 타 전공 학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에도 컴퓨터공학, 행정학, 법학, 미디어콘텐츠학과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철학과를 선택했다. 김 교수는 "기업 강연에서 만난 임원, 인사 담당자들은 공통으로 '종합적 사유와 판단'을 할 수 있는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한다"면서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사회의 필요성의 커질수록 철학의 중요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김성민(55) 건국대 철학과 교수는 "철학은 우리가 가진 질문의 상당 부분을 풀 수 있는 공부"라고 말했다. 2009년부터 한국연구재단 인문한국(HK)지원사업 중 최대 규모인 통일인문학연구단 단장을 맡은 그는 인문학을 바탕으로 통일의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철학은 고전, 원전만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현실에서의 해법을 찾아내는 학문"이라는 김 교수와 이윤하(22·건국대 철학과 3년·사진 오른쪽)씨를 이동혁(16·서울 숭문고 2년)군이 만났다.
“철학은 배고픈 학문인가?”라는 이동혁(왼쪽)군의 질문에 김성민(가운데) 교수는 “융합의 시대에 철학을
바탕으로 종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수요가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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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배고픈 학문? 철학에 대한 수요는 사라지지 않을 것
이동혁 군은 "흔히 철학과는 장래에 경제적으로 힘든 전공이라는 인식이 있다"는 질문을 던졌다. 김 교수는 "철학이 좋아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들도 대부분 이 고민에 고개를 끄덕인다"면서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철학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60·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예로 들었다. 현시대의 정의와 관련된 여러 딜레마를 철학과 연결해 풀어낸 이 책은 미국 현지에서 약 10만부가 판매됐지만, 국내에서는 130만부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인간의 근원적인 궁금증 중 하나인 '정의'에 대한 고민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가 이끄는 통일인문연학연구단도 철학과 인문학을 현실에 접목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령 한반도 통일에 대해 살펴볼까요. 이전까지 우리는 사회과학, 정치학, 경제학적 측면에서 통일 방안을 모색해왔어요. 그 결과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한 갈등만 재생산됐죠. 독일에서도 사회, 경제, 정치면에서는 통일됐지만, 지금까지도 동독과 서독 구성원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단 한반도 통일뿐만 아니라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문학, 특히 철학을 바탕으로 사상·정서·문화를 아우르는 연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철학,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학문
1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진행하는 철학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동혁 군은 "처음 참가할 때 따분하고 재미없고 어려운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윤하씨는 "철학과에서는 고전이나 원전만을 공부할 것이라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생명, 환경, 직업윤리 등 다양한 사회 현상과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분석하는 등 다양한 수업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1724~1804)의 말을 인용해 "철학과는 철학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철학함을 배우는 곳"이라며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철학"이라고 말했다.
"미국 법학전문대학원생 중 약 30%가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한 이들이라고 합니다. 국내 법학적성시험(LEET) 출제위원에도 철학과 교수가 반드시 포함돼요. 요즘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미디어콘텐츠 분야에서도 철학적 사유는 중요합니다. 인기 소설, 드라마, 영화의 비결은 첨단 미디어의 활용이 아니라 탄탄한 시나리오에 있습니다. 사랑받는 작품은 철학에서 이야기하는 선(善)과 악(惡)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삼고 있어요."
이윤하씨는 "최근 다전공 혹은 복수전공으로 철학과를 선택하는 타 전공 학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에도 컴퓨터공학, 행정학, 법학, 미디어콘텐츠학과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철학과를 선택했다. 김 교수는 "기업 강연에서 만난 임원, 인사 담당자들은 공통으로 '종합적 사유와 판단'을 할 수 있는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한다"면서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사회의 필요성의 커질수록 철학의 중요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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