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5일 일요일

태양계 떠난 보이저號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우주 달력'은 우주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백 몇십억 년을 1년짜리 달력으로 환산한 것이다. 우주가 1월 1일 0시에 탄생했고 지금 이 순간이 12월 31일 밤 12시라고 가정한다. 우주 달력에서 태양의 생일은 9월 9일, 지구 생일은 9월 14일이다. 공룡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타나 28일에 멸종했고 인간은 12월 31일 밤 10시 30분에 태어났다. 문자가 발명된 것은 15초 전 일이다. 우주의 시간에서 인간은 그야말로 찰나에 스쳐가는 존재일 뿐이다.

▶지구는 태양에 매달린 조그만 암석 행성이다. 태양까지 거리는 1억5000만㎞, 빛의 속도로 8분 20초 걸린다. 우리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별 중에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알파 센타우리'도 빛의 속도로 4년 4개월을 가야 만날 수 있다. 이렇게나 띄엄띄엄 떨어진 태양들이 적어도 1000억개, 많게는 4000억개 모인 게 '우리 은하(Our Galaxy)'다. 우주에는 이런 별들의 집단이 다시 1000억개 넘게 있다.


 만물상 일러스트
▶인류는 수많은 별 중 어딘가에 인간과 비슷하거나 뛰어난 문명을 지닌 생명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만나는 상상을 해 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1977년 9월 이 꿈을 담아 무인 우주탐사선 보이저호를 쏘아 올렸다. 보이저엔 '안녕하세요'를 비롯한 55개국 인사말, 개 짖는 소리,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 지구 사진 118장 등이 담긴 금 도금 레코드판을 실었다. 보이저 계획에 참가한 칼 세이건은 "외계에 진보된 문명이 있다면 레코드판을 열어 지구인의 메시지를 듣게 될 것"이라고 했다.
▶보이저는 발사 2년 만인 1979년에 목성, 이듬해엔 토성 상공에서 생생한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목성의 화산 활동 흔적, 토성의 고리…. 지구에선 도저히 얻을 수 없는 획기적 영상들이다. 보이저는 89년 원래 임무를 마쳤지만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발전기 동력으로 항해를 계속했다.
▶보이저가 케이프커내버럴 기지를 떠난 지 36년 만에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星間) 우주에 진입했다고 한다. 태양계 마지막 행성 해왕성까지 거리보다 네 배 먼 190억㎞, 태양의 영향력이 미치는 영역을 완전히 넘어서 진짜 우주의 심연(深淵)으로 들어섰다. 우주의 잣대로는 보잘것없을지 모르지만 인간이 만든 물체로선 가장 멀리 갔다. 보이저의 동력은 2025년이면 바닥난다. 그 전에 눈 밝은 우주의 생명체가 보이저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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