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부터)용인외고, 하나고, 민사고
|
몇 해 전부터 국내 명문고 리스트에 기존에 없던 카테고리가 추가됐다. 바로 자율형사립고다. 빠른 시간 안에 명문고등학교 반열에 오른 자율형사립고들이 눈에 띈다. 2013학년도 서울대학교 합격자수 상위 고교현황을 살펴보면 1, 2위는 전통적인 강자 서울과학고, 서울예술학교가 각각 차지했다.
3위는 외고의 1인자 대원외고의 차지였다. 예술학교라는 특성을 감안해 서울예술학교를 제하면 명문 과학영재고와 대원외고의 1, 2위 기록은 매년 되풀이 되는 현상이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돌풍처럼 등장한 신생 자사고인 하나고의 부상은 놀랄 만했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명문고들이 몰락하며 서울대를 1~2명 입학시킬까 말까 한 상황에서 하나고는 46명이 진학하는 놀라운 실적을 기록하며 6위를 차지했다. 재수생 기록이 포함되지 않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등장하자마자 전통을 자랑하는 유수의 과학고나 외고들을 앞섰기에 하나고는 학부모들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덩달아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관심은 이전보다 더욱 높아졌다.
특수교과 가중 부담 적어 대입 준비 유리
자율형사립고의 강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2013년까지만 하더라도 자율형고등학교에는 자립형사립고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의 3개 용어가 사용되어 학부모들의 혼란이 컸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복잡하고 법적 근거도 미약했던 고등학교 유형을 일반고, 특목고(외고/국제고/예고/체고/과학고), 특성화고, 자율고(자율형사립고/자율형공립고) 4개 유형으로 단순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2010년 공포 시행했다. 이에 기존에 자립형사립고에 속했던 6개 고교(민사고, 상산고, 하나고, 현대청운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는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됐다. 이제는 사립이냐 공립이냐의 차이에 따라서 자율형사립고와 자율형공립고로만 구분될 뿐이다.
이 중 자율형사립고는 탈규제학교와 같은 개념으로 모든 학교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현행 교육관계 법규의 규정에서 벗어나 학교운영의 자율성이 보장된다. 따라서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신축성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자립형사립고에서 전환한 자율형사립고가 진짜 명문
자율학교로 지정되면 해당 학교장은 눈치볼 필요없이 유능한 인사를 초빙해 임용할 수 있다. 또한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 운영할 수 있으며 교과서도 국정, 검정 교과서 또는 인정교과서 외의 도서를 사용할 수 있다.
전통 명문인 과학영재고나 특목고와 비교해 강점은 특정분야 전문 인재 육성이라는 정해진 목적이 없기에 교과과목에 있어 균형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학·과학이나 제2외국어 수업시간을 의무적으로 더 많이 배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입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무늬가 자사고라고 해서 다 똑같은 자사고가 아니다. 2009년 13개교였던 자사고는 2011년 51개교로 급증했다.
갑작스런 공급과잉이었다. 대부분의 자사고가 전환신청만 했을 뿐 일반고와 특별한 차별성 없이 운영되는 데 비해 등록금은 일반고의 3배 이상 받았다. 입시전형에 있어서도 추첨제로 선정하다보니 입학생 중 성적우수자가 아닌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상황이 이러자 일반고에서 자사고로 전환한 학교들은 학부모들 사이에 ‘일반고 대비 등록금만 3배 비싸지 명문대 진학에 큰 메리트가 없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실제 상당수의 자사고는 3년째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해 대규모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많은 자사고 가운데 명문은 따로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기존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한 민사고, 상산고, 하나고, 현대청운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 등과 2011년 외고에서 자사고로 전환한 용인외고가 그렇다.
상기 학교들은 전국단위의 선발이 가능해 인재를 받을 수 있는 풀이 넓고 1단계 서류전형(대부분 중학교 1, 2, 3학년 국·영·수·사·과 내신) + 2단계 면접의 형식을 보기 때문에 전국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할 수 있다.
반면 기타 일반 자사고는 지원 학생의 소재지를 기준으로 시, 도 단위로 선발한다. 전형에 있어서도 1단계 교과 성적 30% 또는 50~100% 범위 내에서 2단계에서 면접이나 추첨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자사고 입학생 = 성적우수자’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따라 일반 자사고는 미달사태가 발생하고 명문 자사고만 지속적으로 경쟁률이 높아져 점차 학력 격차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왼쪽)한복을 개량한 독특한 디자인의 교복을 입은 민사고 학생들, (오른쪽)하나고등학교 신입생 예비교실
|
강점에 맞춰 진학해야 유리
전통의 민사고를 비롯해 2011년 자사고로 전환한 용인외고, 신흥 돌풍 하나고는 서울 및 수도권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사고들이다. 서울시 유일한 자율형사립고인 하나고는 지역적 강점을 바탕으로 우수인재를 흡수하며 단숨에 명문고 반영에 올랐다.
명문외고였던 용인외고가 자사고로 전환한 후 여전히 괄목할 만한 진학 실적을 보이고 있고 민사고도 여전히 명문고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같은 자사고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특색이 달라 학부모나 학생들은 장래희망이나 목표에 따라 진학에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결론은 소위 SKY에 합격하려면 하나고를, 명문 의치한의대를 동시에 염두에 둔다면 용인외고를, SKY와 해외대학을 동시에 염두를 둔다면 민족사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유리하다.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하나고를 제외하고는 최근 각 학교의 진학성과에 재수, 삼수생이 포함돼 있으나, 그 숫자를 감안하고도 3개 고교 모두 SKY 합격비중은 평균 30% 내외로 일반고 대비 월등하다.
특히 하나고는 재수생이 없다는 점에서 올해 첫 졸업생 중 SKY 합격비중이 54%나 되니 자사고 3사 중 SKY 합격에는 월등함을 볼 수 있다.
2009년 외고에서 자사고로 전환한 용인외고는 외고시절부터 대원외고와 함께 명문 외고로서도 그 위치는 굳건했다. 게다가 자사고 전환 이후 용인외고는 전국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며 서울지역에서 20% 이상 학생들이 유입되는 것은 물론 타 지역 우수학생들을 유치하는 효과를 거두며 진학 실적은 더욱 좋아지고 있다.
또한 외고에서 자사고 전환 이후 의대진학이 가능한 이과를 신설해 2008학년도 의·치대 진학생이 2명에 불과했으나 2013학년도 의·치대 진학생이 30명에 달하며 그 숫자가 급증했다. 이러한 점은 외고와 자사고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부모를 유인하기에 충분한 메리트다. 인문 및 상경계열로 포커스 되어 있는 외고 대비 이과가 신설되며 의치대 합격의 문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명문 자사고 중 민족사관고는 해외대학 진학 실적에 월등함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서울대를 42명이나 합격시키며 SKY 합격비중도 나쁜 편은 아니지만 2013학년도 해외대학에 179명을 합격시키며 여타 자사고 대비 월등한 해외대학 진학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민족사관고등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첫 페이지에 ‘민족을 가슴에 품고 나아가자 세계로’라는 글귀가 가장 크게 눈에 들어온다. 민족사관고가 여타 명문 자사고 대비 글로벌 인재 양성에 포커스를 두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대학을 거치지 않고 유명 해외대학에 바로 진학하기를 원한다며 명문 자사고 3개 고교 중 민사고가 가장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