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이래 노벨상 7명 배출… 이·공학 등 세계적 평가에도 유학중인 학부생은 1% 미만
"영어로 학교생활 못할 정도… 폐쇄적 분위기가 발목 잡아"
영어강의 현재의 3배로 확대, 해외교수 10%대 충원 목표… 교직원도 외국어 가르치기로
도쿄대는 1877년 개교 이래 줄곧 '아시아 최고 명문대' 자리를 지켜왔다.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 7명을 배출했다. 특히 도쿄대 이·공학과 의학 분야 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뛰어난 교수와 학생들의 학구열에, 정부 지원과 기업 투자가 더해진 결과다. 도쿄대는 도쿄에 혼고·고마바·시로가네·나카노 캠퍼스, 인근 지바현(千葉縣)에 가시와 캠퍼스 등 총 5개 캠퍼스를 운영하면서 캠퍼스별 교육 연구 분야를 전문화했다.
- 일본 도쿄대 의학부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도쿄대는 최근 캠퍼스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쿄대 제공
도쿄대의 발목을 잡는 것은 '세계화(Globalization)'다. 논문 등 연구 실적에서 도쿄대는 여전히 아시아 최강이지만, 국제화 부문에선 50위 안에도 못 든다. 도쿄대 관계자는 "예전엔 이런 평가에 연연하지 않았지만, 전 세계 대학 간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대학 브랜드가 중요해진 지금은 무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도쿄대 학부생 1만4000여명 가운데 해외에서 유학 중인 학생 수는 91명(0.65%)에 불과하다. 도쿄대 학부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도 230여명으로, 전체의 1.6%에 그친다. 이 중 100명은 국비 유학생, 나머지도 일본에 사는 외국인들 자녀가 대부분이다.
이에 하마다 준이치(濱田純一) 도쿄대 총장은 "더 이상 일본 최고 대학이라는 평가에 안주하지 않겠다"며 개혁을 선언했다. 그는 재학생들의 유학을 장려하기 위해 현행 16주씩 2학기로 운영되는 학기를 8주씩 4학기로 세분화하는 안을 확정 발표했다. 학생들이 6∼7월에 열리는 미국·유럽 대학의 여름 강좌도 들을 수 있게 하는 등 더 많은 유학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또 2020년까지 전체 학생 중 해외 유학생 비율을 최소 12%로 늘리고, 해외 출신 교수를 10% 이상으로 확충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영어 강의를 지금의 3배로 늘리는 것은 물론, 행정 직원들에게도 외국어를 교육하겠다고 했다. 도쿄대 '글로벌캠퍼스 추진위원회' 김범준(45·정밀공학과) 교수는 "하버드 같은 해외 명문대와 달리, 도쿄대가 세계의 뛰어난 인재들을 흡수하지 못한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면서 "유학생에 대한 지원 확대, 해외 교류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대 '글로벌캠퍼스 추진위원회' 교수 16명 중 3명이 외국인 교수인데, 그중 한 명이 한국인 김범준 교수다.
하마다 총장은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을 이끌 수 있도록 외국어 구사가 가능하고, 박력 있는 도쿄대생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2016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 있는 학생을 시험 아닌 추천으로 입학시키는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도쿄대의 이 같은 '몸부림'이 성공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도쿄대는 2004년 법인화 이후 고미야마 히로시(小宮山宏) 전 총장이 국제화 기치를 전면에 내걸었지만, 재학생의 해외 유학이나 우수한 해외 인재 유입 등 각종 국제화 지표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하마다 총장도 재학생의 해외 유학을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유럽 대학과 입학 시기를 맞춰 '가을 입학제'를 도입하겠다고 지난해 발표했지만, '기업의 채용 시기를 비켜간 졸업으로 학생들이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내부 반발 때문에 백지화되고 말았다. 도쿄대 기계공학계열 구니무네 신(26)씨는 "국제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학교 내에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보수적인 학교 분위기나 학생들의 외국어 실력을 봤을 때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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