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시·정시에서 골고루 합격… '수시 강세' 하나고·민사고와 차별화
지금의 대입은 고입에서 결정됩니다. 어느 대학에 합격하느냐에 앞서 어떤 고교에 진학하느냐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그러나 개별 고교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에 한경닷컴은 국내 유수 명문고들의 우수 커리큘럼과 다양한 교육과정을 소개하는 '명문Go! 열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일반계 고교뿐 아니라 자율형사립고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영재학교 등 다양한 학교에 대한 기사가 진로·교육 문제로 고민하는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막 여름방학이 시작된 한국외대부속 용인외고(용인외고)의 교정은 한적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용인시 모현면 학교까지 강남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여, 버스에서 내려 다시 약 30분을 걸었다. 학생 전원이 기숙생활을 하는 만큼 통학거리보다 면학분위기에 초점을 맞췄다.
오랜 장마 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교정은 조용했지만 건물에 들어서자 복도를 바삐 오가는 학생들이 나타났다. 선생님과 면담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조별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올해 입시를 앞둔 3학년들. 용인외고가 2011년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로 전환한 뒤 처음 입학한 학생들이다. 외고가 아닌 자사고로는 첫 대입을 준비하고 있다.
용인외고의 진학 실적은 빼어나다. 지난해 입시에서 해외대학 진학 준비 학생들을 뺀 국내 재적 249명 가운데 서울대·고려대·연세대(SKY) 합격자가 230명(중복합격)에 달했다. 국내 재적 인원 대비 SKY 합격률이 90%를 넘었다. 자연계 진학이 어려운 외고지만 의·치·한의대 합격자 수도 30명이나 됐다.
더 주목할 건 올해다. 이번 입시는 '자사고' 용인외고 1기 입학생들의 시험대다. 자사고 1기인 3학년들은 당시 전국 자사고 최고 경쟁률을 뚫고 입학했다. 자원 자체가 우수할 뿐 아니라 자연계 학생들도 새로 선발된 만큼 의학계열을 비롯한 명문대 진학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용인외고 학생들은 수능에 강하다. 지난해 수능 언어·수리·외국어영역 1~2등급 비율(90.1%)에서 대원외고와 민족사관고를 제치고 전국 고교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자연히 수능 성적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용인외고 3학년 부장 박인호 교사는 이 점을 다른 자사고와 차별화된 특징으로 꼽았다. 박 교사는 "하나고 민사고 포항제철고 등 자사고들은 수시모집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며 "용인외고는 정시에도 강해 수시와 정시, 두 차례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입시에서 용인외고의 서울대 합격자 수는 48명. 1기 졸업생을 대거 명문대에 합격시켜 화제가 된 하나고의 서울대 합격자 수는 46명이었다. 합격자 수는 비슷했지만 성격은 완전히 달랐다. 하나고는 46명 가운데 44명, 용인외고는 48명 중 26명이 수시 전형에 합격했다. 하나고가 수시에 특화된 진학 실적을 보인 반면 용인외고는 수시와 정시에 고르게 합격시켰다.
박 교사는 "학생 개인의 성향에 따라 수시보다 정시가 더 잘 맞는 경우도 있다"며 "하향지원 없이 소신지원 하게 되는 수시에 올인하는 건 위험해 정시 대비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인외고는 2학년 때까지 다양한 토론수업과 동아리활동 등으로 수시에 대비한 뒤, 고3 수험생이 되면 집중적으로 수능을 타깃으로 교육해 정시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
비결은 철저히 수요자 입장을 반영한 교과 프로그램 운영에 있다. 수업은 레귤러 트랙과 일렉티브 트랙(선택수업)의 투 트랙으로 진행되는데, 선택수업은 학생 5명만 원하면 강좌를 개설한다. 교사 가운데 전공자가 없는 아랍어(수능 제2외국어)의 경우 외부 강사를 초빙해 강좌를 만들었을 정도다. 수능 과목뿐 아니라 논술 외국어인증 SAT 대비 등 다양한 과목이 개설됐다.
고3은 방학에도 쉴 새가 없다. 박 교사는 "해외 대학(국제과정)이나 예체능계 진학을 준비하는 몇몇을 제외하면 인문사회·자연과학과정 3학년 거의 전부가 방학에도 기숙생활을 하면서 입시를 준비한다"며 "교사들이 발 벗고 나서 수리 과학 인문사회 논술 등을 가르치는 등 풀서비스를 제공해 수시와 정시를 함께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교육을 지향하는 용인외고. 심벌마크와 함께 각국 국기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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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고 전환 후 이과도 모집… 의대 진학률 상승 기대감 ↑
'용인외고는 외고가 아니다!' 용인외고가 미는 캐치프레이즈다. 지금 용인외고의 경쟁 상대는 대원외고 한영외고가 아닌 하나고와 민사고다. 외고와 자사고 입학생이 공존하는 2년간의 과도기를 보내고 올해부터 온전한 자사고 체제로 바뀌었다.
그래서 올해 대입 성적이 중요하다. 자사고 전환 후 첫 진학 성적표에 따라 세간의 평가도 엇갈릴 전망이다. 한때 귀족학교 논란이 일었던 하나고는 지난해 입시에서 별도 사교육 없이 높은 명문대 진학률을 보이며 안착하는 분위기다. 나인성 용인외고 행정실장은 "개교 9년째인데 첫 졸업생 진학 실적이 좋아 그런지 이번에도 학부모들의 기대감이 높다"고 전했다.
문과인 외고에서 전국단위 선발 자사고로 바뀌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이과 모집이다. 외고 시절 영어과(3학급) 프랑스어과(1학급) 독일어과(1학급) 중국어과(3학급) 일본어과(2학급)에서 지금은 인문사회과정(4학급) 국제과정(3학급) 자연과학과정(3학급) 체제로 개편됐다.
최종우 용인외고 입학홍보부장은 "학생들을 선발할 때 수학에 가중치(2.25배)를 부여해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의 입학에 유리한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의대를 비롯한 이공계 대학 학과들도 수학에 가중치를 두는 대학들이 많아 대입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교육 분야 애널리스트인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용인외고는 자사고로 전환한 이후 의대 진학이 가능한 이과를 신설해 의·치대 합격자 수를 늘릴 수 있게 됐다"며 "외고와 자사고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부모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한 메리트"라고 분석했다.
용인외고 학생들이 독서를 비롯해 각종 동아리 활동에 열중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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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준높은 동아리 활동에 논문 학술지 게재까지… 대학 수준
학생들이 3년간 입시 준비에만 올인 하는 것은 아니다. '말랑말랑한 인재'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메뉴를 소화한다. 정규수업 외에 독서 토론, 연구 프로젝트에 논문까지 써낸다. 각종 동아리 활동을 비롯한 1인1체육, 1인1악기 등 예체능 활동 비중도 크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전형요소를 보는 대입 수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정규수업 외 방과 후나 주말 시간을 활용하는 100여 개의 선택수업과 200여 개의 동아리는 학교가 첫 손에 꼽는 자랑거리다. 학생들의 수요를 십분 반영했다. 선택수업은 세부 진학지도과정과 해외 대학 진학에 필요한 AP(Advanced Placement) 과목을 비롯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제작·개발, 각급 HSK 대비, 구술면접 연습 등이 다채롭게 개설됐다.
200개가 넘는 동아리 가운데 개점휴업 동아리는 하나도 없다. 매년 심사를 통해 전년도 활동 실적이 미미하거나 활동계획서가 부실한 동아리는 탈락시키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의 열정과 호기심, 전원 기숙생활이란 특성이 결합돼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 됐다"며 "공부만 잘하는 학생에 그치지 않고 다방면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기회가 된다"고 힘줘 말했다.
고교생 수준을 뛰어넘은 결과물도 나왔다. 김두영(자연과학과정3) 안아현(국제과정3) 학생의 공동논문 'key-amplified cipher'는 국제논문대회 'ICICM(International Conference on Information Communication & Management) 2013'에 채택됐다. 패혈증 비브리오균 유전자의 영향을 연구한 윤희지 학생(자연과학과정3)의 논문은 '한국미생물학회지'에 게재됐다. 대학 교수와 함께 연구한 논문의 제2저자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학생들끼리 힘을 합쳐 모임을 결성하고 탐구 주제와 멘토를 정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교사들은 자문과 방향을 잡아주는 정도의 역할만 하고 개입을 최소화 했다. 최종우 입학홍보부장은 "교수들에게까지 인정받는 수준의 논문도 있고, 이공계를 전공한 제가 보기에도 이해가 어려울 정도의 연구 프로젝트도 눈에 띈다"고 귀띔했다.
챌린지홀과 드림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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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용인외고 교육 프로그램]
PBLC R&D ARC등 자기주도형 교내 프로그램 마련
용인외고에는 각양각색의 자기주도적 교내 학습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PBLC(Project Based Learning Course) △R&D(Reading & Discussion) △ARC(Advanced Research Course)가 대표적이다. 학생들의 스터디와 프로젝트 수행, 토론·연구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PBLC는 학생들 스스로 탐구하는 프로젝트 단위 스터디 클래스다. 교사가 강의하는 보통 수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창의적 발상, 적극 참여, 상호 토의를 통해 과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의 탐구 방향을 잡아주고 심층적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주로 국제과정 학생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통 연구·개발이란 의미의 R&D는 자연계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하지만 용인외고에선 인문계 중심 독서·토론 과정으로 통한다. 1학년 때는 의무적으로 R&D 활동을 하고 2학년은 원하는 학생들만 참여한다. 인문학 고전 등 권장도서를 선정해 읽고 과제 수행을 한다. 독서·토론에 국한되지 않고 연극이나 뮤지컬,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연계 학생들은 ARC 심화 교과 내용을 탐구할 수 있다. 자기주도적 학습을 기본으로 한 스터디그룹 형태로 운영된다. ARC는 학생들로부터 지원서를 접수받아 해당 분야 대학 교수나 석·박사급 연구원 등 외부 전문가를 멘토로 초빙하는 게 특징이다. 의대를 비롯한 이공계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들이 많아 주로 생명공학이나 관련 분야 주제가 다뤄진다.
박인호 3학년 부장은 "최근 2~3년 사이 대학의 인재 선발 패러다임이 바뀌어 수험생의 대외 수상실적이나 인증은 배제하고 학교생활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심도 있는 학습 프로그램과 각종 동아리 활동 등 입시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교내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용인외고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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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외고 입학 이렇게 준비하라]
수학성적 '최대3번 반영'… 자연계 신입생 더 늘린다
용인외고의 신입생 선발 인원은 350명이다. 전국단위(245명)와 용인시 지역균형(105명) 선발로 나뉜다. 자사고 공통인 사회적배려대상자(사회통합)전형 20% 외에 일반전형(전국/지역)으로 선발한다. 내신과 자기개발계획서, 면접의 자기주도적학습전형으로 신입생을 뽑는다.
시험은 1단계에서 중학교 2~3학년 내신 성적(50점)과 자기개발계획서 등 서류평가(25점)로 정원의 2배수를 선발한다. 2단계에서는 1단계(75점)와 면접(25점) 점수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내신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5개 과목을 평가한다.
특히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유리하다. 내신 50점 중 30점은 5개 과목의 지정점수, 20점은 선택과목 점수로 산정된다. 선택과목은 5개 과목 가운데 수학을 포함한 나머지 과목으로 지정되는데, 나머지 과목에서도 다시 수학을 고를 수 있다. 즉 선발 과정에서 수학을 최대 3번 반영 가능하다.
신입생 선발부터 인문사회과정 자연과학과정 국제과정으로 나눠 뽑고, 국제과정은 국내가 아닌 해외 대학 진학에 포커스를 맞춘다. 따라서 용인외고 진학을 원하는 학생은 진로를 확실히 정해야 한다. 지난해 경쟁률은 자연과학과정 5 대 1, 인문사회과정 3대 1정도였다. 합격자의 중학교 내신 성적은 학생 60% 가량은 상위 5% 미만, 나머지 40%는 5~15% 수준으로 알려졌다.
2014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달라지는 점도 있다. 해외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국제과정을 3개반에서 2개 반으로 줄이고, 대신 자연과학과정을 3개 반에서 4개 반으로 늘린다.
최종우 입학홍보부장은 "이과 수요가 많은 데다 국제과정으로 입학해 국내 대학 진학을 원하는 사례도 있는 편이라 변화를 주기로 했다"며 "그동안 하버드·예일대 같은 아이비리그 해외 명문대에 꾸준히 진학시킨 용인외고의 특성을 살리려면 국제과정을 소수정예로 개편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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