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서울대 실적 전국4위 … 대원과 격차 좁히고 명덕 한영 제쳐
대일외국어고등학교는 활발한 방과후학교 운영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외고들이 변화를 거부하고 정시체제로 유지해온 반면 대일외고는 다년 간 다진 수시체제 교육으로 최근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간 입시실적 면에서 대원외고나 명덕외고에 밀려왔던 게 사실이지만 지난해 실적에선 달랐다. 대일외고는 2013학년 서울대 수시에서만 31명의 실적을 내며 ‘외고 1호’라는 네임밸류를 각인시켰다. 독보적이었던 대원과의 격차는 8명에 불과하며 서울 서부권을 꽉 잡고 있던 명덕은 14명 차로, 동부권 한영은 16명 차로 제쳤다. 강북이라는 지역적 열세로 외고 중 항상 3~4위에 머물렀던 대일은 지난해 실적으로 외고 2인자에 우뚝 섰고, 화려한 수시대비과정은 앞으로 가져갈 무게감을 예고하고 있다. 그 뒤에는 묵묵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365일 학생들을 보살피는 교사들의 정성이 받쳐져 있다. 대입의 무게중심이 수시 쪽으로 거의 다 기울어진 시점에서, 수시에 강한 대일외고의 비상이 더욱 기대된다.
▲ 학생의 96%가 강북 출신인 대일외고는 강북 지역의 교육을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 지역적인 열세를 극복하고, 올해 입시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특히 수시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2013 서울대 수시실적에서 대일외고는 하나 민사 대원에 이어 전국4위(과고/영재학교 제외)를 차지했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news.kr |
‘가장 오래된’, ‘강북의’ 외고
[베리타스알파 = 유주영 기자] 대일외고는 1983년 설립 인가를 받아 1984학년부터 첫 입학생을 받은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어고다. 올해로 30주년이 됐다. 설립연도로는 대원외고와 역사를 나란히 한다. 대원외고가 강남을 이끈다면 대일외고는 강북의 교육을 주도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대일외고는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본지가 보도한 ‘2013학년 서울대 수시 톱20(과학고/영재학교 제외)’에서 4위를 차지했다. 서울대에 31명을 합격시키며 하나고(44) 민사고(40) 대원외고(39)에 이은 실적이다.
대일외고가 기록한 ‘4위’라는 실적 이면을 들여다보면 대일외고의 경쟁력은 바로 드러난다. 일단 하나고와 민사고에는 상당수의 이과학생들이 있다. 이과의 최우수 학생들은 제일 먼저 의치한(의대/치대/한의대)으로 빠져나가고, 그 다음 이공계특성화대학과 함께 서울대에 인원이 채워진다. 인문계열보단 자연계열에 정원이 더 많다. ‘문과보다는 이과에서 서울대에 가는 게 더 쉽다’는 이야기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하나고 출신 서울대 수시 합격자 46명 중 32명이 이과생이다. 일부를 제외하곤 외고엔 문과밖에 없어 대입실적 면에서 상대적으로 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데서 인문계열만 운영하는 대일외고의 실적은 더욱 빛난다.
외고간 대결에서도 대일외고는 강한 상승세다. 2013 서울대 수시실적에서 동부권 강자 한영과 서부권 강자 명덕은 가볍게 제치고 소재지와 달리 강남권이라 할 수 있는 대원과의 격차는 8명으로 좁혔다. 대원에 밀린 것은 지역적인 열세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는 게 맞다. 대원의 성장은 강남권의 개발과 맞물려 있다. 외고 모집 지역제한이 있기 전, 대일은 전통적으로 지방학생들이 강세를 보이는 학교였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기숙사를 갖춘 학교이기 때문이다. 지방의 우수한 학생들은 대일을 선택했고, 서울에서 최상위권인 학생들과 강남권 학생들은 대원을 선택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고교입학 후 첫 모의고사를 치고, 전국 상위 1%인 학생들을 헤아려보면 강남이 강북의 3~5배 정도로 많다”며 “강남의 중학교 내신 1등급과 강북의 내신 1등급은 사실 차이가 있다”고 전한 적이 있다. 대일 학생의 90% 이상은 강북지역 학생이다. 결국 대원의 실적은 선발효과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셈. 대일이 학생들의 경쟁력을 최대로 끌어 올리는 학교로 평가 받고 있는 이유다.
정시보다 수시에 강세를 보이는 것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일외고는 서울대 정시에서 10명의 합격자를 냈다. 31명을 수시로 합격시킨 것에 비하면 크게 차이가 나는 수치다. 앞으로 대일외고의 주요 대학 합격 성과는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명문대에서 수시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2014학년 입시에서 수시 비중을 지난해 79.9%보다 더 높아진 82.6%로 상향 조정했다.
학원 대신 학교에서
대일외고가 수시에 강한 것은 학교 프로그램을 내실화한 결과다. 대일외고 학생들은 사교육을 받기 힘든 상황이다. 대부분의 유명 학원이 강남 대치동에 위치해있는데, 수업이 끝난 뒤 대치동까지 가려면 1시간 이상 소요된다. 왕복 3시간 여를 도로에 쏟느니 학교에서 공부하겠다는 학생이 많다.
자연히 교사들은 책임감이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밖에 없다. 대일외고에는 36개(2013년 1학기 기준)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개설 돼 있다. 방과후학교는 3가지 갈래로 나뉜다. 정규방과후학교와 특별방과후학교인 튜터링(Tutoring), 진로탐색과정 방과후학교다. 정규방과후학교는 주로 교과와 관련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고 튜터링은 오후 6시부터 8시 또는 주말에 특별실에서 진행된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AP, 심리학 등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진로탐색심화과정 방과후학교는 순전히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운영된다. 이도훈 교감은 “학생 개개인의 학문적 관심과 열정을 심화하고, 대학 진학 후 전공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개설한 것”이라며 “개설 인원은 1명 이상 12명 이하로 가능한 소규모로 꾸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입학관리부 정임석 부장은 “언어학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했을 때 언어학을 배울 수 있는 곳이 그 어디에도 없다”며 “학교에서 개설하고 수업을 진행하니 특별함으로 인정받곤 한다”고 말했다.
FOZ(Foreign Languages Only Zone)의 운영은 학생들의 영어와 전공어 사용능력을 높인다. FOZ 식별 표시가 붙은 전 구역에서는 영어 또는 전공어만을 사용하게 했다. 이를 잘 실천하는 학생에게는 ‘FOZ Point’가 부여된다. 영어회화점수 50점 중 5점은 FOZ 점수로 부여한다. 5점 중 3점을 기본 점수로 부여하며 나머지 2점은 FOZ Point를 받아 채워야 한다. 정 부장은 “시험기간 외에는 학생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며 “봄에 FOZ는 점심시간에 달려 나온 학생들로 장관을 이룬다”고 전했다.
대일외고에는 7개의 학과가 설치돼 있고, 각 언어와 영어의 심층 학습을 위해 다양한 대회를 마련했다. 전공어 탐구보고서 발표대회, 전공어 경시대회, 영어 말하기와 쓰기 대회, 모의 유엔(Daeil Model United Nations), 교내 영어 토론대회 (Daeil Debate Championship), 교내 영어경시대회(Daeil Word Power Championship) 등이다. AP와 SAT의 강좌가 다수 개설됐으며, 해당 시험의 시행처이기도 하다.
대일글로벌 인증제 시행 및 대일글로벌 인재상(Daeil Global Leader Award)은 학생들이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전공어, 영어, 독서, 학력평가, 봉사활동, 한국사능력시험 등 6개 부문에서 부문별 품위에 따른 점수를 계산해 학년말에 시상한다.
즐길 땐 화끈하게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1~2학년은 2개의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다. 1학기에는 특기적성동아리, 2학기에는 진로학술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한다. 3학년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 활동할 수 있다. 정 부장은 “30년에 걸쳐 구축된 난도 높은 동아리가 많다”며 “겨울방학이 되면 남성중창단 ‘CASCADE’, 기악반 ‘CONCERTINO’, 혼성합창단 ‘BARKAROLE’ 등은 외부에서 공연을 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고 전했다.
진로학술동아리 또한 대일외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정 부장은 “상위권 대학에서는 학생의 전공적합성 부분에 대한 검증이 많이 이뤄진다”며 “진학을 희망하는 분야별로 학술활동을 할 수 있게끔 한다”고 말했다. “일찍 진로를 찾은 학생들이 대입에서 성공하는 것을 봐왔다. 진학하고자 하는 분야를 특화시켜 진로와 학술분야를 연구하게 한다. 현장의 전문가를 찾아 가기도 하고, 그 분야의 심화된 독서나 토론활동도 하며 보고서도 작성한다. 이 보고서는 국제학술대회의 논문 형식이 되게끔 한다. 실제로 논문을 영어로 전환시킨 뒤 각종 상을 수상한 학생들도 있다. 지도교사의 많은 개인별 지도 과정이 있기 때문에 논술이나 면접에 있어서 타교 학생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 이는 모두 학교 수업시간 내에 이뤄진다.”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포츠클럽도 운영된다. 농구, 배드민턴, 복싱 등 희망 종목에 따라 스포츠클럽이 구성되고, 스포츠클럽 전담 교사가 관리한다.
1학년 과정에선 전 학생이 주당 2시간 색소폰을 배운다. 때문에 학교에는 색소폰 40여 대가 비치돼 있다. 이 교감은 “색소폰 학습을 통해 성취감, 협동심, 배려심과 함께 음악적 감각과 정서 함양 및 자기표현능력을 키우고, 문화예술적 소양을 갖춘 문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탄한 인프라
대일외고는 서울 시내 외고 중 유일하게 기숙사를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학생들 복지차원에서 시작됐다. 전통적으로 지방 학생들이 많이 진학했기 때문이다. 집이 먼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으나 다양한 학생들이 모두 기숙사를 이용해볼 수 있게 관리하고 있다. 이용재 교장은 “학생들을 관리하고 돌봐주는 차원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입시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흘러 가고 있다”며 “기숙사 생활은 공동체 생활에 대한 훈련 차원에서도 무척 좋다”고 전했다.
방대한 시설은 다양한 수업 개설을 가능하게 했다. 학교는 여러 개의 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 교감은 “정규 교실이 36개 필요하다면 우리는 70여 개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일외고에는 교고특별실, 강좌특별실이 다양하게 있고, 토론실만 해도 8개가 배치돼 있다.
학력 증진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부분도 많다. 이 교감은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 지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부분을 간소화시켜서 교사들에게 반응이 좋다”며 “특히 학년집중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년집중제는 교사가 다양한 학년을 맡으며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아준다. 한 학년에 집중해서 수업을 할 수 있게 했다.
이 교감은 “30년의 세월을 지내오면서 진학 쪽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교육청이나 평가원에서 학력에 관련된 모의고사를 시행하면 시험을 보고 답안지를 받는 데 20~30일이 걸린다. 이미 피드백으로서의 효과는 많이 상실된 상태다. 대일외고는 10여 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채점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시험을 치면 그 때마다 바로 채점을 해서 담임과 교과 교사들에게 보낸다. 다음날 바로 수업시간에 피드백을 해주고, 진학프로그램에 결과가 들어가서 학생들을 상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학생 관리는 학생정보관리시스템인 SIMS(Student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로 한다. 정 부장은 “학생의 모든 자료가 데이터베이스화돼 있다”며 “입학자료부터 비교과 관리, 각종자격증, 경시대회 수상, 체험 봉사활동, 수능성적, 내신성적이 구축돼 있다”고 밝혔다. “학생에게 취약한 부분이 있을 때 클리닉 과정을 하게 해준다. 누적된 선배들의 자료와 비교하면서 학생 개인별 맞춤형 진학 컨설팅이 가능하다.”
면접 강화할 것
2014학년 입시는 아직 요강 승인 전이다. 승인은 8월로 예정돼 있다. 때문에 확정할 수 없지만 학교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일단 중학생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학과들을 중심으로 학과 변경을 추진할 예정이다. 선호도 높은 학과의 인원을 다소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내신성적과 출결로만 따지는 1단계에서 1.5배수를 뽑던 것을 2배수로 늘리는 것도 추진중이다. 면접을 강화해 심층면접으로 학업잠재력과 인성을 살펴보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인원은 외고 중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할 것이다. 12학급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영어내신과 자소서 면접을 통하는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입시를 전환한 뒤에도 대일외고는 자신만만하다. 정 부장은 “대일외고에 와서 기본적으로 다 잘 할 수 있는 학생들이 오더라”며 “평균적으로 입학생의 상위 30% 학생들은 중학교 내신 3.5%이내, 평균적으로는 10%이내로 구성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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