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화학기술 미래를 바꾼다
이산화탄소 배출·에너지 소비 낮추고 나노입자 활용 항암제 부작용 줄여
반도체 핵심소재 국산화 박차… 리튬이차전지 안정성·용량 대폭 증진
이산화탄소 배출·에너지 소비 낮추고 나노입자 활용 항암제 부작용 줄여
반도체 핵심소재 국산화 박차… 리튬이차전지 안정성·용량 대폭 증진
화학은 복잡하고 머리 아프다?
화학이라는 단어가 일반인들에게 주는 심리적 중압감은 적지 않다.
하지만 화학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우리는 매일 화학과 만나며 화학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무수한 문명의 이기들이 화학의 힘으로 탄생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는 지구촌의 화두로 떠오른 녹색성장이라고 다르지 않다. 우리 삶을 친환경적으로 바꿔주는 녹색기술,
그 최밑단에 바로 화학이 있다.
친환경 석유화학 공정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 에너지원인 화석연료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의 주범이다. 그리고 지구온난화는 해수면 상승, 슈퍼태풍, 물부족 등 엄청난 환경재앙들을 초래한다.
특히 선진국은 온실가스의 의무적 감축, 개발도상국은 자율적 감축을 제안한 교토의정서 1차 의무이행기간이 올해로 종료되면서 그동안 상대적 혜택을 누려온 개도국들에게도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2010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속도가 세계 3위인 우리나라는 그만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화학연구원 그린화학연구본부 소속 연구팀이 CO₂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석유화학 공정기술을 잇따라 개발하며 관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용기 박사팀의 '촉매이용 나프타 분해기술을 적용한 ACO(Advanced Catalytic Olefin) 공정'과 박인준 박사팀의 '폐플라스틱 이용, 친환경 불소계 윤활유 제조공정'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ACO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가장 대표적 공정인 나프타 열분해 공정의 친환경성을 향상시킨 신개념 공정기술이다. 촉매를 이용, 낮은 온도에서 나프타를 분해함으로써 기존 열분해법 대비 약 20%의 에너지 비용과 CO₂ 배출량 감소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에틸렌과 프로필렌 생산 수율은 오히려 25%나 높다.
박용기 박사는 "석유화학산업의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나프타 열분해 공정의 비중이 40% 이상"이라며 "ACO 공정은 에너지 절감, CO₂ 배출 저감, 생산 효율 향상을 통해 기업 경쟁력 제고와 녹색성장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혁신적 녹색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연구팀은 SK이노베이션에 기술 이전을 완료한 상태다. 이 회사는 이미 울산에 ACO 플랜트를 상용 가동 중에 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산시성 소재 옌창석유화학과 ACO 공정 라이선스 및 엔지니어링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박인준 박사팀의 경우 정밀화학기업 니카코리아와 공동으로 대표적 오존층 파괴 물질인 프레온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불소계 윤활유를 제조하는 신공정을 개발, 상용화했다.
박인준 박사팀의 경우 정밀화학기업 니카코리아와 공동으로 대표적 오존층 파괴 물질인 프레온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불소계 윤활유를 제조하는 신공정을 개발, 상용화했다. 기존 공정은 프레온가스(CCl₂F₂)를 4~6단계 증류해 원료를 생산했던 반면 이 공정은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불소계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얻어 불소계 윤활유를 제조한다. 공정이 2단계로 줄면서 50% 이상의 에너지 소비량 감축 효과가 발현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박인준 박사는 "불소계 윤활유는 현존 윤활유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CO₂ 배출 저감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제품"이라며 "지난 2010년 프레온의 생산ㆍ수입이 전면 중단된 이후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불소화학 제품의 기초원료를 자급화하고 상용화 제조공정을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니카코리아는 대구 성서공장에 불소계 윤활유와 고분자형 불소계 에테르 중간체를 생산하는 플랜트를 설치, 올 상반기 중 본격적인 상용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암세포 표적치료제용 나노입자
암은 현대의학이 정복하지 못한 대표적 난치병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초기 암은 상당 부분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문제는 많다. 부작용이 대표적 실례다. 기존 화학요법과 방사선요법은 암세포에 더해 주변의 건강한 세포까지 파괴해 감염·빈혈·통증·구토 등 여러 후유증을 남긴다.
이 난제의 해법으로 최근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가 나노입자다. 나노입자를 활용해 암세포에만 정확히 약물을 전달하는 나노전달체, 암세포만 공격하는 나노 표적치료제, 암세포에 달라붙어 조기진단을 용이하게 해주는 나노 형광 복합체 등이 개발되고 있다.
이런 차세대 암 진단·치료 기술을 현실화시켜줄 기반기술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개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나노기술 융합연구단 이강택 박사팀이 그 주인공이다.
이 박사팀은 세계 최초로 살아있는 세포에 삽입된 나노입자의 이동궤적을 3나노미터(㎚)의 오차범위 내에서 6시간 동안 실시간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세포 내 운동 단백질(motor proteins)에 의한 능동적 운반현상과 세포분열 등을 직접적으로 관측했다. 나노 입자를 세포에 결합시켜 선택적으로 세포의 분포 구조를 확인하고 약물전달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박사는 "암과 같은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치료제를 운반하는 나노입자와 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파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 나노입자를 실시간 이미징하면서 세포의 성분을 분석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어 "기존에는 살아있는 세포 내의 나노입자를 고속으로 오랜 시간 관측할 수 없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약 6시간 동안 1초당 50여개의 영상을 촬영해 이미징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전했다.
특히 연구팀은 양자점을 이용한 기존의 실시간 세포 이미징 기법이 가진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근적외선을 흡수하고 가시광선을 발광하는 '업컨버팅 나노입자(UCNP)'를 사용했다. UCNP는 세포독성이 적어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가시광선을 발광하기 때문에 현미경으로 손쉽게 관찰이 가능하다.
이 나노입자 추적 기술은 약물이나 RNA 등의 유전체 전달과정을 실시간 이미징함에 따라 궁극적으로 전달 효율 조절의 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유전체와 각종 세포 단백질의 실시간 관측·검출이 가능해져 생의학적 진단·치료법 개발에도 활용도가 크다는 평가다.
이 박사는 "살아있는 세포에서 약물의 효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신약개발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특정 RNA나 단백질과 나노입자를 결합시켜 세포분열을 측정하는 실험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 성과는 지난해 6월 세계적 화학학술지 '앙케반테 케미'에 게재됐다.
반도체 공정용 전구체
최근 소재 원천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화학소재는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디스플레이·휴대폰·반도체·자동차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성능·품질·가격 경쟁력을 결정하는 키 메이커로 작용한다.
하지만 국내는 소재 산업의 괄목할만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요 핵심 화학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우리가 세계 최고 경쟁력을 인정받는 반도체조차 제조 공정의 필수 화학소재인 전구체의 대부분을 일본, 대만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러한 불편한 진실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한국화학연구원 박막재료연구단 정택모 박사팀이 반도체 제조공정용 전구체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물을 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박사팀은 이미 반도체 소자용 니켈 원료 화합물을 분자수준에서 합성, 휘발성과 안정성이 뛰어난 니켈 화합물 전구체와 높은 증기압과 보존 안정성이 뛰어난 구리 화합물 전구체 등의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팀의 설명에 의하면 니켈 화합물 전구체는 디스플레이 표시 소자의 제조, 구리 화합물 전구체는 반도체 배선재료와 금속잉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정 박사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소자 공정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구체 원천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다우케미컬, 에어리퀴드와 같은 다국적 기업에 필적하는 전구체 원천기술을 확보, 수입대체 및 장비 국산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은 현재 전자화학소재 전문기업 디엔에프에 정액기술료 3억원, 경상기술료로 매출액의 4%를 받는 조건으로 기술이전이 완료됐으며 향후에도 연구팀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금속원료 화합물 전구체를 추가 개발해 조속한 상용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연구팀은 인듐·갈륨·아연산화물(IGZO), 아연·주석산화물(ZTO)과 같은 투명전자소자용 전구체 개발에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3D 디스플레이, 기능성 창 등에 채용될 투명 디스플레이가 미래 블루오션으로 지목되면서 이들을 위한 신개념 전구체 개발의 필요성이 적극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박사는 "투명 전자소자 기술은 아직까지 연구개발 초기 단계로서 소재 선진국들과의 기술격차가 크지 않다"며 "우수한 전구체의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막대한 산업적·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튬이차전지용 전고상 고분자 전해질
리튬이차전지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비롯해 휴대폰, 노트북, 스마트카드, 신재생에너지 전력저장시스템 등 다방면에 걸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기존에 상용화된 리튬이차전지는 유기용매에 리튬염(LiPF6)을 용해시켜 만든 액체 전해질을 핵심소재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 같은 액체 전해질은 외력에 의해 누출될 소지가 있는데다 과충전, 열 충격 등에 따른 발화 및 폭발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작년 5월 미국 완성차 메이커 GM의 양산형 전기자동차 쉐보레 볼트가 측면 충돌 실험 후 화재가 발생, 전소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배터리가 주원인으로 지목되지는 않았지만 판매량이 반토막나는 등 소비자들의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기존의 액체 전해질을 대체하면서 고도의 안정성 확보가 가능한 전고상(全固相) 고분자 전해질의 개발이 세계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문제는 전고상 고분자 전해질의 경우 액체 전해질에 비해 이온 전도도가 낮고 전극과의 계면 특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개발이 매우 까다로운 연구분야로 손꼽힌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화학연구원 차세대 전지소재 연구그룹 강영구 박사팀이 리튬이차전지의 안정성과 저장용량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전고상 고분자 전해질의 개발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강 박사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전고상 고분자 전해질을 적용한 리튬이차전지의 상용화 사례는 전무하다"며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관련시장 선점은 물론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하고 있는 전고상 고분자 전해질은 안전성이 높으면서도 고용량·고출력 전지 제조가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또 박막전지, 플렉서블 전지 등 다양한 타입의 전지에 적용될 수 있다. 강 박사는 "분자구조 및 미세구조를 조절하여 이미 전해질의 이온 전도도를 대폭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이를 가지고 리튬이차전지를 제작, 300회 이상의 충·방전 수명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확보된 기술 성과로 10건의 국제특허를 등록했고 SCI급 저널에 20여편의 논문을 게재하면서 관련업계에서도 강 박사팀의 기술적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 연구팀은 고분자 전해질의 설계와 합성을 통해 추가적인 이온 전도도 제고와 전극·전해질 계면 특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강 박사는 "1단계 목표는 웨어러블 컴퓨터, 무선인식(RFID), 박막전지 등에 적용하는 것"이라며 "향후 전기자동차용 대용량 이차전지와 저장용기의 개발이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오는 2013년 원천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민간업체에 기술을 이전, 본격적인 상용화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일보
화학이라는 단어가 일반인들에게 주는 심리적 중압감은 적지 않다.
하지만 화학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우리는 매일 화학과 만나며 화학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무수한 문명의 이기들이 화학의 힘으로 탄생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는 지구촌의 화두로 떠오른 녹색성장이라고 다르지 않다. 우리 삶을 친환경적으로 바꿔주는 녹색기술,
그 최밑단에 바로 화학이 있다.
친환경 석유화학 공정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 에너지원인 화석연료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의 주범이다. 그리고 지구온난화는 해수면 상승, 슈퍼태풍, 물부족 등 엄청난 환경재앙들을 초래한다.
특히 선진국은 온실가스의 의무적 감축, 개발도상국은 자율적 감축을 제안한 교토의정서 1차 의무이행기간이 올해로 종료되면서 그동안 상대적 혜택을 누려온 개도국들에게도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2010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속도가 세계 3위인 우리나라는 그만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화학연구원 그린화학연구본부 소속 연구팀이 CO₂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석유화학 공정기술을 잇따라 개발하며 관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용기 박사팀의 '촉매이용 나프타 분해기술을 적용한 ACO(Advanced Catalytic Olefin) 공정'과 박인준 박사팀의 '폐플라스틱 이용, 친환경 불소계 윤활유 제조공정'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ACO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가장 대표적 공정인 나프타 열분해 공정의 친환경성을 향상시킨 신개념 공정기술이다. 촉매를 이용, 낮은 온도에서 나프타를 분해함으로써 기존 열분해법 대비 약 20%의 에너지 비용과 CO₂ 배출량 감소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에틸렌과 프로필렌 생산 수율은 오히려 25%나 높다.
박용기 박사는 "석유화학산업의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나프타 열분해 공정의 비중이 40% 이상"이라며 "ACO 공정은 에너지 절감, CO₂ 배출 저감, 생산 효율 향상을 통해 기업 경쟁력 제고와 녹색성장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혁신적 녹색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연구팀은 SK이노베이션에 기술 이전을 완료한 상태다. 이 회사는 이미 울산에 ACO 플랜트를 상용 가동 중에 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산시성 소재 옌창석유화학과 ACO 공정 라이선스 및 엔지니어링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박인준 박사팀의 경우 정밀화학기업 니카코리아와 공동으로 대표적 오존층 파괴 물질인 프레온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불소계 윤활유를 제조하는 신공정을 개발, 상용화했다.
박인준 박사팀의 경우 정밀화학기업 니카코리아와 공동으로 대표적 오존층 파괴 물질인 프레온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불소계 윤활유를 제조하는 신공정을 개발, 상용화했다. 기존 공정은 프레온가스(CCl₂F₂)를 4~6단계 증류해 원료를 생산했던 반면 이 공정은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불소계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얻어 불소계 윤활유를 제조한다. 공정이 2단계로 줄면서 50% 이상의 에너지 소비량 감축 효과가 발현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박인준 박사는 "불소계 윤활유는 현존 윤활유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CO₂ 배출 저감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제품"이라며 "지난 2010년 프레온의 생산ㆍ수입이 전면 중단된 이후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불소화학 제품의 기초원료를 자급화하고 상용화 제조공정을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니카코리아는 대구 성서공장에 불소계 윤활유와 고분자형 불소계 에테르 중간체를 생산하는 플랜트를 설치, 올 상반기 중 본격적인 상용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암세포 표적치료제용 나노입자
암은 현대의학이 정복하지 못한 대표적 난치병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초기 암은 상당 부분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문제는 많다. 부작용이 대표적 실례다. 기존 화학요법과 방사선요법은 암세포에 더해 주변의 건강한 세포까지 파괴해 감염·빈혈·통증·구토 등 여러 후유증을 남긴다.
이 난제의 해법으로 최근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가 나노입자다. 나노입자를 활용해 암세포에만 정확히 약물을 전달하는 나노전달체, 암세포만 공격하는 나노 표적치료제, 암세포에 달라붙어 조기진단을 용이하게 해주는 나노 형광 복합체 등이 개발되고 있다.
이런 차세대 암 진단·치료 기술을 현실화시켜줄 기반기술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개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나노기술 융합연구단 이강택 박사팀이 그 주인공이다.
이 박사팀은 세계 최초로 살아있는 세포에 삽입된 나노입자의 이동궤적을 3나노미터(㎚)의 오차범위 내에서 6시간 동안 실시간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세포 내 운동 단백질(motor proteins)에 의한 능동적 운반현상과 세포분열 등을 직접적으로 관측했다. 나노 입자를 세포에 결합시켜 선택적으로 세포의 분포 구조를 확인하고 약물전달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박사는 "암과 같은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치료제를 운반하는 나노입자와 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파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 나노입자를 실시간 이미징하면서 세포의 성분을 분석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어 "기존에는 살아있는 세포 내의 나노입자를 고속으로 오랜 시간 관측할 수 없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약 6시간 동안 1초당 50여개의 영상을 촬영해 이미징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전했다.
특히 연구팀은 양자점을 이용한 기존의 실시간 세포 이미징 기법이 가진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근적외선을 흡수하고 가시광선을 발광하는 '업컨버팅 나노입자(UCNP)'를 사용했다. UCNP는 세포독성이 적어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가시광선을 발광하기 때문에 현미경으로 손쉽게 관찰이 가능하다.
이 나노입자 추적 기술은 약물이나 RNA 등의 유전체 전달과정을 실시간 이미징함에 따라 궁극적으로 전달 효율 조절의 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유전체와 각종 세포 단백질의 실시간 관측·검출이 가능해져 생의학적 진단·치료법 개발에도 활용도가 크다는 평가다.
이 박사는 "살아있는 세포에서 약물의 효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신약개발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특정 RNA나 단백질과 나노입자를 결합시켜 세포분열을 측정하는 실험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 성과는 지난해 6월 세계적 화학학술지 '앙케반테 케미'에 게재됐다.
반도체 공정용 전구체
최근 소재 원천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화학소재는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디스플레이·휴대폰·반도체·자동차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성능·품질·가격 경쟁력을 결정하는 키 메이커로 작용한다.
하지만 국내는 소재 산업의 괄목할만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요 핵심 화학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우리가 세계 최고 경쟁력을 인정받는 반도체조차 제조 공정의 필수 화학소재인 전구체의 대부분을 일본, 대만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러한 불편한 진실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한국화학연구원 박막재료연구단 정택모 박사팀이 반도체 제조공정용 전구체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물을 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박사팀은 이미 반도체 소자용 니켈 원료 화합물을 분자수준에서 합성, 휘발성과 안정성이 뛰어난 니켈 화합물 전구체와 높은 증기압과 보존 안정성이 뛰어난 구리 화합물 전구체 등의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팀의 설명에 의하면 니켈 화합물 전구체는 디스플레이 표시 소자의 제조, 구리 화합물 전구체는 반도체 배선재료와 금속잉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정 박사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소자 공정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구체 원천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다우케미컬, 에어리퀴드와 같은 다국적 기업에 필적하는 전구체 원천기술을 확보, 수입대체 및 장비 국산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은 현재 전자화학소재 전문기업 디엔에프에 정액기술료 3억원, 경상기술료로 매출액의 4%를 받는 조건으로 기술이전이 완료됐으며 향후에도 연구팀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금속원료 화합물 전구체를 추가 개발해 조속한 상용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연구팀은 인듐·갈륨·아연산화물(IGZO), 아연·주석산화물(ZTO)과 같은 투명전자소자용 전구체 개발에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3D 디스플레이, 기능성 창 등에 채용될 투명 디스플레이가 미래 블루오션으로 지목되면서 이들을 위한 신개념 전구체 개발의 필요성이 적극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박사는 "투명 전자소자 기술은 아직까지 연구개발 초기 단계로서 소재 선진국들과의 기술격차가 크지 않다"며 "우수한 전구체의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막대한 산업적·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튬이차전지용 전고상 고분자 전해질
리튬이차전지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비롯해 휴대폰, 노트북, 스마트카드, 신재생에너지 전력저장시스템 등 다방면에 걸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기존에 상용화된 리튬이차전지는 유기용매에 리튬염(LiPF6)을 용해시켜 만든 액체 전해질을 핵심소재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 같은 액체 전해질은 외력에 의해 누출될 소지가 있는데다 과충전, 열 충격 등에 따른 발화 및 폭발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작년 5월 미국 완성차 메이커 GM의 양산형 전기자동차 쉐보레 볼트가 측면 충돌 실험 후 화재가 발생, 전소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배터리가 주원인으로 지목되지는 않았지만 판매량이 반토막나는 등 소비자들의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기존의 액체 전해질을 대체하면서 고도의 안정성 확보가 가능한 전고상(全固相) 고분자 전해질의 개발이 세계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문제는 전고상 고분자 전해질의 경우 액체 전해질에 비해 이온 전도도가 낮고 전극과의 계면 특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개발이 매우 까다로운 연구분야로 손꼽힌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화학연구원 차세대 전지소재 연구그룹 강영구 박사팀이 리튬이차전지의 안정성과 저장용량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전고상 고분자 전해질의 개발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강 박사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전고상 고분자 전해질을 적용한 리튬이차전지의 상용화 사례는 전무하다"며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관련시장 선점은 물론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하고 있는 전고상 고분자 전해질은 안전성이 높으면서도 고용량·고출력 전지 제조가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또 박막전지, 플렉서블 전지 등 다양한 타입의 전지에 적용될 수 있다. 강 박사는 "분자구조 및 미세구조를 조절하여 이미 전해질의 이온 전도도를 대폭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이를 가지고 리튬이차전지를 제작, 300회 이상의 충·방전 수명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확보된 기술 성과로 10건의 국제특허를 등록했고 SCI급 저널에 20여편의 논문을 게재하면서 관련업계에서도 강 박사팀의 기술적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 연구팀은 고분자 전해질의 설계와 합성을 통해 추가적인 이온 전도도 제고와 전극·전해질 계면 특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강 박사는 "1단계 목표는 웨어러블 컴퓨터, 무선인식(RFID), 박막전지 등에 적용하는 것"이라며 "향후 전기자동차용 대용량 이차전지와 저장용기의 개발이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오는 2013년 원천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민간업체에 기술을 이전, 본격적인 상용화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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