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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지식 넓히기 에리히 프롬은 1900년 독일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프랑크푸르트대학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공부하고 1933년 히틀러가 정권을 잡자, 미국으로 망명해 연구와 저술 활동을 펼쳤다. 1차 세계대전과 나치즘의 광기어린 집단 히스테리를 목격한 그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라는 의문 속에서 청년기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으며 현대인의 불안과 자유의 의미에 대해 연구했다. 특히 대중이 파시즘의 선풍에 빠져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근대인에게서의 자유의 의미'를 탐구했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는 현대 산업 사회의 소외된 인간 현실과 물질 만능주의 풍조를 비판하고, 그 가운데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자기 성찰의 메시지를 던진다. 현대인의 삶은 끊임없는 걱정과 근심, 경쟁적이고 대립적인 인간관계, 전쟁으로 얼룩진 국가들 간의 관계, 해결되지 않는 계층 간의 대립 등을 유발함으로써 참된 행복과 기쁨을 앗아간다. 그러한 삶을 분석하고 비판하면서 에리히 프롬이 제시하는 대안은 '소유'가 아닌 '존재' 양식의 인간과 삶이다. 사고, 모으고, 쌓는 데 관심을 두기보다는 삶의 의미를 성찰하고 인격의 성숙을 도모하며 자신의 존재를 심화시키는 데 일차적인 관심을 두는 것이다. |
다음 제시문 (가)에 제시된 현상을 (나)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 대안으로 제시된 (다)의 내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1000자 내외)
(가)
한국인들은 명품이라면 값에 구애받지 않고 구입하기 때문이다. 매장 관계자는 "최근 하루 10여명의 한국인 고객이 매장을 찾는다"며 "4만엔대 반지갑, 8만엔대 장지갑, 20만엔대 핸드백을 주로 찾지만 100만엔대를 웃도는 상품을 찾는 고객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인 명품족들이 도쿄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전통 명품가인 긴자는 물론 신흥 명품 매장 밀집지인 롯본기힐스, 오모테산도까지 휘저으면서 일본 명품가의 새로운 큰손으로 등장했다.
한국관광공사 일본지사 관계자는 "일본 업자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쇼핑 큰손이 중국인에서 한국인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2007년 1월10일자-
(나)
우리의 사유재산, 이윤, 그리고 힘을 그 존재의 지주로 삼아 의지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 판단이 극단적으로 치우쳐 있다. 취득하고, 소유하고, 이윤을 남기는 것은 산업 사회에 사는 개인의 신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다. 내가 재산을 어디서 어떻게 취득했느냐, 또 그것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하느냐 하는 것은 나만의 문제이다. (중략) 사회의 기능을 규정하는 규범은 그 구성원들의 특성을 형성한다. 산업사회에 있어서의 그런 규범은 재산을 취득하려는 소망, 그것을 유지하려는 소망, 그것을 증가시키려는, 즉 이익을 얻으려는 소망 등이다. 재산을 가진 자들은 찬양받고 또 우월한 존재로 부러움을 받는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본, 자본재라는 참다운 의미에서 볼 때 재산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다음과 같은 어려운 문제가 일어난다. 즉, 그런 사람들이 재산을 획득하고 유지하려는 그들의 열정을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
또 그들이 이렇다할 재산이 없는데 어떻게 재산의 소유자 같은 기분을 맛볼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누가 보아도 분명한 해답은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무엇인가' 소유하고 있으며, 이 보잘것 없는 소유물을 자본주들이 그 재산을 소중히 하듯이 소중하게 다룬다는 점이다. 또 가난한 사람들도 대재산의 소유주들처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존하고 조금씩이라도 늘리려는 소망에 사로잡혀 있다.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다)
새로운 사회가 가진 기능은 새로운 '인간'의 출현을 촉진시키는 것인데, 새로운 인간이란 다음과 같은 성격 구조적 특성을 지닌 존재를 가리킨다.
·완전하게 '존재하기' 위하여 모든 형태의 소유를 자진하여 포기할 것.
·안정감, 동일성의 감각, 확신을 가질 것. 이 확신은 자기 '존재'에 대한 신뢰, 자기 주위의 세계에 대한 상호관련성, 관심, 사랑, 유대를 지향하는 요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야 한다.
·축재(蓄財) 또는 착취가 아니라, 주고, 나누어 갖는 데서 오는 기쁨을 가질 것.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 어휘 다지기
·소유 양식=극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도적인 삶의 방식. 프롬은 이러한 삶의 태도에서 모든 문제가 생겨난다고 주장한다.
·존재 양식=모든 사물이나 개념들을 소유의 대상으로 삼고, 이에 집착하는 태도가 소유 양식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존재 양식은 이러한 태도를 버리고 살아있는 관계로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시답안>
'웰빙'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 하고, 그것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에게 진정 행복한 삶에 대한 갈망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결국 위의 제시문들은 행복한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시문 (가)에서는 고가일수록 더 잘 팔린다는 한국인의 명품 선호 현상을 보여주고 있고, (나)에서는 현대인의 '소유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나)의 내용은 (가)에 나타난 현상의 원인이라 볼 수 있는데, 한 마디로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에 집착하며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소비'와 '소유'를 통해 자신을 과시하고 다른 사람을 평가하게 된다. 부자들은 물론 가난한 사람들도 자신이 가진 얼마 안 되는 것에 집착하고 그것에 얽매여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 대안의 성격으로 제시된 (다)는 주로 사람들의 의식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안정감과 공유, 사랑을 중시하고 자신의 소유를 포기할 수 있어야 하며, 착취가 아닌 나눔에서 기쁨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문제점을 수정한 새로운 사회의 출현을 위해 반드시 새로운 인간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개인 개인의 의식을 변화시켜 소유보다는 존재를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사회를 위해서 개인의 의식 변화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많은 것을 소유한 사람들이 사회적 공유를 하도록 만드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도 필요하다. 사회 전체적으로 기부 문화를 확산시켜 '나눔'의 기쁨을 공유하는 것과 함께 사회적 특혜를 받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저지르는 부정과 비리에 대해서는 확실한 불이익을 받는 분명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 고전 펼치기 -소유 양식과 존재 양식- 소유양식과 존재양식 간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한 서론으로서 스즈키 다이세츠가 '선에 대한 강론'에서 언급한 비슷한 내용의 두 편의 시를 예로 들겠다. 하나는 일본의 시인 바쇼가 지은 하이꾸(俳句)이며 또 하나는 19세기 영국 시인 테니슨의 시이다. 두 시인은 비슷한 경험, 즉 산책을 하면서 본 꽃에 대한 자기의 반응을 적고 있다. 테니슨의 시는 다음과 같다. 갈라진 암벽에 핀 한 송이 꽃 나는 너를 갈라진 틈에서 뽑아낸다. 나는 너를 이처럼 뿌리째 손에 들고 있다. 작은 꽃이여, 내가 너를, 뿌리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신과 인간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으련만. 바쇼의 시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가만히 살펴보니 냉이꽃이 피어 있네 울타리 밑에! -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해설- 이 두 시의 차이점은 놀랄 만하다. 테니슨의 시는 꽃을 '뿌리째 뽑아 낸다' 등의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꽃에 대한 반응으로 그것을 소유하려는 것이었다. 그는 지적 명상으로 시를 끝맺고 있지만, 꽃 자체는 꽃에 대한 관심의 결과로 죽어 버린다. 즉 사람과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 꽃을 소유할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꽃은 파괴되고 만다. 우리가 이 시에서 보는 테니슨은 생명이 있는 것을 해체하여 진리를 찾으려는 서구의 과학자들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꽃에 대한 바쇼의 반응은 매우 다르다. 그는 꽃을 따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는 꽃에다 손을 대지도 않는다. 그는 다만 그것을 가만히 살펴볼 뿐이다. 그것도 단순히 꽃을 바라볼 뿐만 아니라 그것과 하나가 된다. 꽃을 그대로 살려 두면서 자신과 꽃을 일치시킨다. 여기서 테니슨의 꽃에 대한 관계는 소유의 양식(물질의 소유가 아니고 지식의 소유)에 속하고, 바쇼의 꽃에 대한 관계는 존재의 양식에 속한다. |자음과모음 논술연구소 권준호 연구원 -관련 기출 문제- 1999 건국대 정시, 1999 한양대 정시, 2002 서강대 정시, 2006 건국대 수시1, 연세대 2008학년도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예시문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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